17일 오후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카타르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황희찬이 선제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황희찬 ⓒ 대한축구협회제공


'국산 황소' 황희찬의 2020년이 좀 더 일찍 막을 내리게 됐다. 황희찬의 소속팀 라이프치히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베르더 브레멘과의 11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희찬은 지난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에 합류하여 17일 카타르와 경기에서는 득점포까지 가동했지만, 경기 직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악재를 맞이했다. 황희찬은 소속팀에 복귀하여 자가격리됐고 치료를 받아 현재 상태는 회복되었지만,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황희찬은 나에게 감염 후 일주일 동안 거의 죽을 뻔 했다고 이야기했다."는 일화도 밝혔다. 그만큼 황희찬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상시 운동으로 다져진 프로 선수에게도 버거웠을만큼 코로나19의 심각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겔스만 감독도 "황희찬을 팀에 합류시키는데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몸상태나 팀분위기를 감안할때 당분간 황희찬이 언제쯤 컨디션을 회복하여 소속팀 경기에 다시 나설수 있는지는 기약하기 어렵다.

황희찬에게는 라이프치히 합류 이후로 참 안풀렸던 2020년이었다. 황희찬은 올시즌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떠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잘츠부르크 소속으로 활약했던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황희찬은 오히려 커리어 최고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스트리아리그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무려 16골 22도움(정규리그 11골 12도움)으로 당당히 팀 우승의 주역으로 인정받았고, 유럽의 강팀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리버풀전 득점 포함 무려 3골 3도움을 기록할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한때 잘츠부르크 팀동료였다가 황희찬보다 반년 먼저 독일로 진출한 엘링 홀란드(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에서도 적응기 없이 초반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황희찬 역시 분데스리가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는 기대가 컸다.

새 소속팀이 된 라이프치히는 지난시즌 분데스리가 3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올린 독일의 신흥강호이기에 황희찬의 '스텝업'을 증명하기에 최적의 무대로 여겨졌다. 라이프치히에서 주전급 공격수에게 주어지는 등번호 11번을 줬다는 사실은 그만큼 구단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이적 이후 현실은 황희찬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발 출장은 데뷔 전이었던 포칼컵 뉘른베르크전이 유일하고, 이후 공식전(분데스리가 4경기-챔피언스리그 1경기)에서는 5경기 모두 교체로만 출전했다. 공격포인트는 포칼컵에서 올린 1골 1도움이 전부이고 모든 공식 경기 출장시간을 합쳐도 146분에 불과하다. 사실상 최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이미 황희찬은 팀내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상태였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부진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을 오스트리아 원정에 소집하며 신뢰를 보였다. 소속팀에서 떨어진 경기감각과 자신감을 모처럼 살릴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대표팀 소집은 오히려 또다른 악재가 되고 말았다. 격리기간을 포함하여 소속팀 훈련에 몇주간이나 불참한 것은 가뜩이나 팀내 입지가 좁아진 황희찬으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한지는 벌써 한달이 넘었다.

황희찬이 라이프치히에 입단할때만 해도 잉글랜드 EPL 무대로 진출한 티모 베르너(첼시)의 대체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팀내 공격수중 끝자락인 6-7순위 정도의 위상에 불과하다. 황희찬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고 해도 현재 라이프치히는 유수프 포울센- 쇠를로트-에밀 포르스베리, 다니 올모-클루이베르트 등 1, 2선 모두 가용자원이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많아지면서 황희찬이 뛸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않다.

이중에서 쇠를로트와 클루이베르트는 황희찬보다 더 늦게 영입된 선수들이지만 더 많은 출전기회를 부여받으며 팀에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리그와 팀에 대한 '적응기'라는 핑계가 황희찬에게 위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포울센, 포르스베리, 올모 등은 부동의 주전으로 나겔스만 감독의 신뢰가 두터울만큼 빈틈이 보이지않는다. 갑작스러운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황희찬에게 기회가 돌아오기가 쉽지않아보인다. 설상가상 공격자원이 이미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나겔스만 감독이 팀의 득점력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겨울 이적시장에서 추가적인 공격수 영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현재 라이프치히는 승점 21점으로 바이에른 뮌헨, 레버쿠젠에 이어 리그 3위에 올라있다. 팀성적도 좋으니 굳이 기존 출전선수 명단에 큰 변화를 줘야할 명분도 약하다. 물론 라이프치히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하여 여러 대회를 병행해야하는만큼 언젠가 황희찬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황희찬도 내년이면 어느덧 25세가 된다. 유망주 시기는 이미 지났고, 경기에 뛰면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하는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독일 무대는 지난 2018-19시즌 함부르크SV에서 잠시 임대로 활약한 이후 벌써 두 번째 도전이다. 어떤 선수이든 주전경쟁은 당연하지만, 매경기 출전 여부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쩌다 몇분씩 출전하여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한편으로 황희찬의 고전은 아시아 선수가 빅리그에서 기회를 얻고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몸상태가 회복되고도 소속팀내 입지에 계속 변화가 없다면 겨울이적시장에서 최소한 임대 추진 등을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다가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국가대표팀에서도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할 핵심 자원중 한 명이 황희찬이 경기에 뛰지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황희찬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만 남게 될 202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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