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수도권에 소재한 A대학교의 법학과 수업에서 불법촬영에 의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강의 자료로 사용돼 논란이 예상된다.

제보에 따르면 A대학교 법학과에서 IT 관련 법 강의를 하고 있는 B교수는 지난 11월 셋째주 학교 포털에 온라인 강의 녹화 파일을 올렸다. 해당 강의의 주제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B교수가 쓴 자료 사진들이었다. 이 교수는 보안 목적으로 쓰이는 투시 카메라의 남용 문제를 지적하며,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투시 카메라에 의해 옷 안이 드러나는 사진을 띄웠다. 여성의 얼굴과 하반신은 가렸지만, 상반신은 그대로 드러난 사진이었다. 교수는 "투시렌즈를 통해서 사람의 프라이버시와 신체권 침해를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교수는 '개인정보의 오남용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의 한 음식점에서 교복을 입은 여성이 치마 안의 속옷이 비치는 상태로 줄 서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교수는 "수업에서 저 양반(교수)이 왜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나 하겠지만, 정보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얼마나 침해할 가능성이 큰지 시각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쓰는 강의자료이니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시각을 갖고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첨언했다.

뒤이어 교수는 20여 년 전 여성들이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사진을 자료로 띄웠다. 일부 사진에선 얼굴이 드러났지만, 모자이크처리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정보통신망법 등에서는 이런 영상기기를 탈의실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데, 이런(과거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보안의 목적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교수는 불법 성인 사이트에 가해지는 법적 제재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성의 신체가 부각된 웹하드 홈페이지를 캡처해서 자료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자료화면을 띄워놓고 "여러분들도 보다시피 이 그림(사진)이 굉장히 성도발적이죠"라고 말한 뒤 "법에서는 반풍속적인 사이트의 광고성 메일의 경우는 이런 사진을 게재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청소년 보호법상 이런 유해환경에 대한 접근은 19세 미만의 자에게는 차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 "의아하고 당황스러워"... 교수 "강의 자료일 뿐"

온라인으로 해당 강의를 들은 A대학교의 한 학생은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불법촬영 사진이 나왔을 때는 이것이 어떻게 피해자 동의 없이 수업 자료로 활용되는 것인지 의아하고 당황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굳이 피해자들이 있는 불법촬영 사진이나,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사진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수업 내용이었다. 교수의 젠더 감수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B교수는 교육 목적을 위한 자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메일을 통해 "학생들에게 ICT기술의 발전이 갖는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알려주고,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과 이에 대한 법적 고민과 법적용의 예(판례의 대상이 된 사건 중심으로 예술적 사진과 불법영상물 및 외설물의 한계 등)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업환경 속에서 사용된 강의자료일 뿐 외부공개용이 아니다"면서 "수강생이 언론사에 이런 사실을 알린 것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긍정적인 점이 인정되지만, 수업자료로서의 성격을 외면하고 현상만 파악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이 수업과 수업 외 목적 간의 교재 사용의 범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해 돌출적인 상황이 발생한 점은 저로서도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는 "수업자료로 쓰인 사진의 일부 내용은 강의 내용의 온전한 전달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 있었는지는 다소 의문스럽다"면서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불쾌감 내지 당혹감을 느꼈을 수 있었을 만한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또한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가치임에 틀림없다"라면서도 "부득이하게 성적 표현이 공유될 때라도 다른 방법의 선택가능성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는 "해당 자료를 '반면교사'의 측면에서 쓴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불법적이고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진들을 관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서 "불법촬영 사진을 교수가 재유포하는 행위이며,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성적 침해'로도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불법촬영, #대학교 강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