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

영화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 ⓒ 넷플릭스

 
1999년 시공간에서 한 여성이 행동하자 2019년을 사는 한 여성이 두려움에 떤다. 무선 전화기 하나로 연결된 두 여성은 그때부터 치밀한 수 싸움을 시작하고 이 영화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게 된다. 최근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콜>의 주요 설정이다.
 
주연을 밭은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 그리고 이 영화를 연출한 이충현 감독 모두 1990년대생이다. 세 밀레니엄 세대가 주축이 된 이 영화는 푸에트리코 공화국과 영국의 합작인 <더 콜러>를 리메이크 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 삐삐와 각종 불량식품 등 추억의 소품이 가득하다.
 
고등학교 재학생 때부터 다수의 단편을 찍어온 그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단편 <몸값> 이후 지금의 제작사 용필름과 계약하게 된다. 마침 정지우 감독의 <침묵> 각색에 참여하던 이충현 감독에게 제작사가 <더 콜러>의 리메이크 연출을 제안했고, <콜>이 그 결과물이다. 원작은 전화로 연결된 두 인물의 시차가 40년이고, 과거의 인물에게 현재 인물이 일방적으로 공격당한다는 설정인데 <콜>은 이 구조를 좀 더 복잡하게 구성했다.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택한 직후 감독을 온라인상에서 만났다.
 
감독이 해석한 원작, 그리고 1999년

"원작과 <콜>을 비교하면 콘셉트 말고는 완전 다른 영화라 할 수 있다. 원작의 설정이 너무 좋았다. 과거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현재 지점의 공포가 극에 달한다. 원작과 달리 <콜>은 20년 시차를 가지는데 2019년은 이 영화를 촬영한 현재 시점이라 잡은 것이고 1999년은 그 세기말 감성이 영숙(전종서)과 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2000년을 기다리면서도 종말론이 팽배했던 1999년 당시 이충현 감독은 10살이었다. 어떤 사건으로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1999년의 영숙을 감독 또한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워크맨과 삐삐 등을 등장시키면서 감독은 "영화 속 서연(박신혜)처럼 1999년을 생경하게 생각하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특히 두 시대를 구분하면서 영숙의 시공간을 상징하는 장치로 이충현 감독은 서태지의 노래 '울트라맨이야'를 넣었다. 그는 "엑스 세대를 대표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서태지라는 이름으로만 그 시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울트라맨이 갖고있는 빨간색 이미지가 영숙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전종서 배우님이 촬영 전에 서태지에 대해 모든 걸 공부해오셨더라"고 전했다.
 
이충현 감독은 이어 "영숙을 살인마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서연도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 광기가 있다. 그걸 잘못된 식으로 표출하는지 안하는지 차이"라고 열린 해석을 부탁했다. 결말 부분을 해피엔딩이나 새드엔딩으로 규정짓지 않은 것도 그런 감독의 의도였다.
 
 영화 <콜> 스틸 컷

영화 <콜> 스틸 컷 ⓒ 넷플릭스

  
 영화 <콜> 스틸 컷

영화 <콜> 스틸 컷 ⓒ 넷플릭스

 
<콜> 본편엔 담기지 못했던 감독 나름의 회심 장면도 있었다. <몸값>이 14분의 원신 롱테이크가 특징인 만큼 장편 데뷔에 그런 장기를 써 봄 직하다 예상할 수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독 또한 롱테이크로 찍은 부분이 있었지만 아쉽지만 편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롱테이크에 담기는 날것의 것들을 좋아한다. <레버넌트>나 <버드맨>이라는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콜>의 오프닝도 사실 길게 찍은 버전이 있었다. 영숙 엄마로 나오신 이엘 배우께서 선보인 장면인데 편집과정에서 고민하다가 빼게 됐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고, 배우께서도 오래 준비하셨는데 죄송한 부분이 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콜>을 통해 장르적으로 폭발하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던 이충현 감독은 이후 다양한 장르를 골고루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만큼 영화적 에너지가 충만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데뷔작, 전작의 관성을 무시할 순 없다, 스스로도 미스터리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그는 해당 장르에 장점을 갖고 있어 보인다.
 
그는 "미스터리 요소는 스토리 텔링에서 되게 중요한 것 같다"며 "요즘은 복합 장르가 워낙 많으니까 제가 다른 장르 영화를 하더라도 미스터리 요소는 조금씩 넣을 것 같다"고 나름의 계획을 전했다. 1990년생으로 다소 빠른 데뷔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그는 특별히 그런 시선을 의식하고 있진 않았다.
 
 영화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

영화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 ⓒ 넷플릭스

 
"어린 나이라고 해서 그걸 생각하며 작업하진 않는 것 같다. 그저 제가 영화를 배우려고 할 때 봉준호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김지운 감독님, 최동훈 감독님 등의 작품을 많이 봤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일 때 많이 보면서 공부했다. 처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우연히 동네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고 막연하게 예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때 뮤지컬이 <페임>이었다.
 
막연하게 예술을 생각하며 예고에 들어갔다가 선배들이 영화를 찍는 걸 보며 직감적으로 끌렸다. 그때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나리오를 엄청 썼다. 고등학생 때 겁 없이 찍다 보니 (일반 관객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터뷰 말미 그는 <몸값>에서 함께 했던 이주영, 박형수 배우 등과 꼭 장편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준비하는 차기작 또한 색다른 스릴러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젊은 작가의 약진을 당분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박신혜 전종서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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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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