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2020년 KBO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시리즈가 단 2경기 만에 우열이 가려질 리 없었다. 올해 정규리그 우승팀 NC 다이노스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팀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1승씩 주고 받으며 치열한 혈전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2차전까지 양 팀이 올린 득점은 9-8로 NC가 한 점 앞섰고 안타수는 17-17로 정확히 일치했다. 다만 NC가 2차전까지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에서는 다소 불안한 면을 보였다.

2차전까지 선보인 양 팀 원투펀치의 위력도 용호상박이었다. NC의 19승 투수 드류 루친스키는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의 맞대결에서 5.1이닝1자책으로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으며 1차전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 '포스트시즌의 영웅' 크리스 플렉센 역시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 속에서도 6이닝1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내며 두산 반격의 선봉에 섰다.

반면에 불펜에서는 NC는 좌완 셋업맨 임정호, 두산는 마무리 이영하가 흔들렸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양 팀 모두 '믿을맨'이 등판해 실점 위기를 넘겼다. 양 팀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이 투수들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결정적인 승부처에 등판해 팀의 운명을 짊어질 예정이다. 프로 16년째를 맞는 NC 불펜의 베테랑 김진성과 프로 3년 차에 불과한 두산 불펜의 신성 김민규가 그 주인공이다.

부활한 김진성의 돌직구, 공룡들의 창단 첫 우승 이끈다
 
NC 불펜 가동, 김진성 역투 지난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초 NC 두 번째 투수 김진성이 역투하고 있다.

▲ NC 불펜 가동, 김진성 역투 지난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7회초 NC 두 번째 투수 김진성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두 번의 방출을 경험하고 2011년 NC의 공개테스트를 통해 극적으로 세 번째 기회를 얻은 김진성은 창단부터 지금까지 NC의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한 '산증인'이다. 2012년 NC가 퓨처스리그에 참가할 때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0세이브를 기록했고 NC가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던 2014년에는 1군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25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진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무려 197경기에 등판하며 NC불펜의 핵심자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7 시즌에는 단 한 번의 선발등판 없이 불펜 투수로만 69경기에서 89.2이닝을 던지며 두 자리 승수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묵직한 패스트볼과 포크볼에 의존하는 김진성의 단순한 투구패턴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진성은 2018년 50경기에 등판했지만 3승2패 5홀드 평균자책점7.15로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소속팀 NC 역시 김진성의 추락과 함께 창단 첫 최하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김진성은 작년에도 배재환, 박진우 등 젊은 투수들의 약진에 밀려 1승 2패 5홀드 4.29로 만족할 만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김진성은 올해도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날 때까지 2군에 머무르면서 투수로서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기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했던 김진성은 후반기 39경기에 등판해 3승 6홀드 2.09의 성적으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반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김진성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2차전에 모두 등판해 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피안타를 1개 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1,2차전 모두 주자가 나간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김진성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에 오를 확률이 높다. 물론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의 투구는 대단히 부담스럽지만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김진성에게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의 투구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리고 김진성이 실점 위기에서 멋지게 탈출한다면 다음 이닝에는 분명 NC에게 반격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2연속 대박 터진 김민규 카드, 다시 통할까
 
포스트 시즌, 진정한 에이스 김민규 지난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9회말 두산 투수 김민규가 역투하고 있다.

▲ 포스트 시즌, 진정한 에이스 김민규 지난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2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9회말 두산 투수 김민규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의 선발 유희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연속 3안타를 맞으며 크게 흔들렸다. 경기의 중요성와 유희관의 당일 컨디션을 고려하면 조기강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 때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프로 데뷔 후 1군 등판 경험이 31경기에 불과한 3년 차 풋내기 김민규였다. 누가 봐도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김민규는 4.2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김민규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18일 2차전에서 5-1로 앞선 9회, 두산은 4점 차의 넉넉한 리드에서 마무리 이영하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영하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안타 4개와 볼넷 하나로 3점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김태형 감독은 다시 한 번 김민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실 당시 두산은 박치국, 이승진 등 필승조를 대부분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에 김민규 외에는 마땅히 내보낼 투수가 없었다.

역전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는 한국시리즈 9회말. 1회 선발투수처럼 등판했던 플레이오프 4차전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 21세 프로 3년 차에 올해 연봉이 2900만 원에 불과한 김민규는 올해 타율 .345의 박민우를 삼진, 올 시즌 146안타와 82득점을 기록한 이명기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위기를 넘기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실 김민규는 잃을 게 없는 투수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도 아니고 올해 성적도 1승 2패 1세이브 4.89에 불과해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의 필승조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다. 게다가 1999년생의 어린 유망주이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리거나 상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한다고 해서 팬들에게 크게 비난 받을 일도 없다.

바로 그 점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민규의 큰 경쟁무기가 되고 있다. 김민규는 상대타자가 박민우든, 나성범이든, 양의지든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면 된다. 만약 지난 2차전처럼 결과가 좋으면 김민규는 '약관의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고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어린 김민규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산팬들은 남은 시리즈에서도 중요할 때 쓰일 '김민규 카드'가 다시 한 번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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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국시리즈 김진성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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