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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중 한 장면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시간을 단축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중 한 장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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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휴일은 / 그림의 떡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 노동자들에겐 // 지금도 변한 게 없지만, // 숱한 노동 선배와 / 노동 열사가 흘린 피의 대가 위에 / 휴일이 늘어났다 // 주 44시간 투쟁 / 주 40시간 투쟁 / 지금은 연장근로를 포함해도 / 주 52시간을 넘지 못한다 // 누구도 헛되이 보낼 수 없는 시간, / 그래서 노동자의 휴일에는 피 냄새가 난다 // 사람답게 살기 위한 / 염원이 베어 있기 때문이다 // 오늘은 금요일 마음 놓고 / 공장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해야겠다"- 정은호 시 '시작은 전태일이다' 전문
 
객토문학 동인들이 표낸 제16집 <시작은 전태일이다>(수우당 간)에 실려 있는 시다.

이번 동인지는 1970년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 고발하다 분신 사망한 노동자의 영원한 친구 전태일 열사를 기리고 있다.

특히 올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오늘날 전태일 정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함께 머리를 맞대 생산한 기획 시 20편을 선보인다.

동인 각자가 처해 있는 환경은 달라도 전태일이 마지막까지 외쳤던 시대정신만큼은 살아 있음을 동인이 쓴 작품은 말하고 있다.

동인들은 작품을 통해 50년이 지난 오늘날 이 시대에 맞는 전태일 정신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객토문학은 "시대가 변하고 노동자가 처해 있는 환경이 전태일이 살았던 197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자"며 "하지만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대기업이나 일부 사업장을 빼고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에 견주어 보면 사실 1970년대나 별반 달라졌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현실적 고민을 '객토문학동인'은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전태일'이라고 그 이름을 부르고 있다.

김성대 시인은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해 '연차휴가도 연차수당도 없'고 '하루 8시간 넘게 일해도' 가산 수당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생리휴가도 청구' 할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노민영 시인은 '어르신들 존엄한 삶의 보호를 위해' 노동의 권리마저 빼앗긴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배재운 시인은 휴일이라는 단어를 인지할 수도 없는 자영업자의 고통을, 이규석 시인은 정년퇴직으로 인해 퇴출당한 노동자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허영옥 시인은 감정노동자의 삶을, 정은호 시인은 노동조합 간부들의 헌신을 통해 전태일의 정신을 되살려내고 있다.

최상해 시인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이 갖는 의미를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전태일의 눈'을 통해 짚어내고 있다.

객토문학은 1990년 마산·창원에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쓰는 모임으로 출발했고, IMF 이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임으로 거듭났다.
  
객토문학 동인들이 표낸 제16집 <시작은 전태일이다> 표지.
 객토문학 동인들이 표낸 제16집 <시작은 전태일이다> 표지.
ⓒ 객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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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의 눈-사각지대

최상해

재활원에서 일하는 그녀가 아프다
신체장애인 활동을 돕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던 그녀,
정작 제 몸 하나 돌볼 시간도
여유도 없는 재활노동자
그녀가 아프다
정년퇴직을 하고도
다시 일자리 찾는 그가 아프다
이 땅 산업화 공신이라며
정년을 축하해 주던 시간은 저 멀리 가고
더 할 일을 잃은
그가 아프다
병원 계단을 오르내리며
청소를 하는 그녀가 아프다
반들반들 병원 구석구석을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병원 청소노동자
그녀가 아프다
온종일 물건을 배달하는 그가 아프다
가가호호 문자를 넣고 전화를 걸고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몸이 천근인 택배 노동자
그가 아프다
그녀가 아프다
전태일이 아프다

태그:#전태일, #객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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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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