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007시리즈 > 총 26편 중 6편의 주인공이었으며 제임스 본드의 원조 격인 영화배우 숀 코너리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관련 기사: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90세 일기로 별세).
 
제임스 본드를 맡은 주인공들이 많이 있지만, 내게 있어 그중 '최고의 007'은 숀 코너리라고 할 수 있다.
 
최초 1962년 상영한 < Dr. No >를 시작으로 1971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까지를 마지막으로 007자리를 로저 무어에게 내어준다. 그러나 그다음 세대 본드 역을 맡은 주인공들은 로저 무어를 제외하고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것 같다.
 
나와 같은 50대들은 로저 무어 주연의 007을 영화관에서 보고 자란 세대이지만, 숀 코너리의 007은 비디오나 케이블방송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고, 또 007시리즈 이외에도 대열차 강도, 바람의 라이온, 붉은 10월, 카멜롯의 전설, 더 록 등 수십 편의 주인공이었던 영화들이 있었다. 그런 영화들을 통해 그의 팬이 되기에 충분했다.
 
숀 코너리는 조연으로 출연한 <언터처블>에서 연기한 경찰 역할로 1988 아카데미시상식 남우 조연상을 받으며 오스카를 품에 안기도 했다.
 
007시리즈가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인 영화 속 주인공의 특수장비들은, 당시 어두웠던 7, 80년대를 살아가는 10대와 청춘들에게 특별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군사독재 시대, 억눌렸던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특별한 비밀 요원이 되고 싶은 본능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상상력들이 이제는 다 현실로 나타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지만, 깔끔한 신사복의 중년 신사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기사회생 작전을 마치고 본드걸과 로맨스를 즐기는 결말은 많은 사나이들의 '로망'이자,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피겨스타 김연아도 연기했던 '본드걸'... 멋스럽게 늙고 싶다
  
 US 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는 숀 코너리

US 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는 숀 코너리 ⓒ EPA/연합뉴스

 
007은 미국이 아니라 영국의 비밀 요원인 것도 조금은 특이하다. 이데올로기 시대, 미국과 구소련이 싸우는 영화에 질려있던 사람들에게 제임스 본드의 출연은 참신한 재미를 주었다 할 수 있겠다.
 
이는 그 당시 007의 주제가를 부르거나 본드걸로 출연해서 유명해진 스타도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특히 피겨 스타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본드걸로 변신, 세계 곳곳에 007 주제에 맞추어 선보인 한국 본드걸의 강렬한 눈빛을 한국 국민은 잊지 못할 것이다.
 
어느 영화가 20편 이상 시리즈로 계속 제작될 수 있을까. 이는 원조 제임스 본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도 알려진 숀 코너리경의 공이라고 나는 본다. 미국이나 영국의 정보국이 '절대 선'은 아마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자국을 위해 적과 싸우며, 모험과 로맨스를 즐기는 비밀정보원의 활약은 정의롭다'는 뻔한 이야기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스토리는 끊임없이 영화 소재가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멋있어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본 숀 코너리의 멋있음은 항상 현재진행형이었다. 늙으면서 더 멋있어지는 비결을 알고 싶지만, 그것이 배운다고 배워지는 것은 아닐듯하다. 하지만 그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우리가 멋스럽게 늙도록 아주 조금씩이라도 분발한다면, 나이듦이 불편해지는 현실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영원한 007 숀 코너리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가 떠난 뒤 비까지 내리는 오늘, 그 분위기에 맞는 영화 <언터쳐블>을 다시 한 번 감상 해봐도 좋을듯하다.
숀 코너리 0000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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