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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산업화 이래 인간 활동을 통해서 과다하게 대기로 방출된 온실기체가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거의 없다. 하지만 1994년에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고, 교토의정서를 통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행동에 나선 후에도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일부 과학자들이 있다. 그들을 기후변화 회의론자라고 부른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대표하는 과학자 그룹으로 미국의 '2만인 과학자 반 온난화 서명 청원'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적극 활동은 미국 부시 정권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는 데에 일조했으며, 나아가 시간을 낭비해 오늘날 기후위기에 빠져들게 했다.

1997년 12월 교토에서 제3차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모인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 대표들은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그 후 2년여가 흐른 2000년에 미국에서는 2만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반 온난화 서명 운동을 벌여 부시 정권에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2만인 과학자 반 온난화 서명 청원'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토의정서는 불완전한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이산화탄소, 메탄, 그 이외의 온실효과 기체가 가까운 장래에 대기를 파괴적 수준으로 가열시킬 것이라든가 극한 기후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물들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탄화수소(화석연료는 대체로 탄소와 수소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탄화수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 기자 주)를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 유해하다는 사실은 인정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가 있다.


교토의정서의 내용은 세계 각국의 기술발전과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40억 이상의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 발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2015 파리 신 기후체제'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해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신 기후체제 탈퇴 이유로 내세운 것도 2만인 과학자 반 온난화 청원 내용과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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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왜?

이 운동을 이끈 사람은 미국 최고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장과 록펠러 대학 학장을 역임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프레데릭 세이츠(Fredrick Seitz)였다. 그의 요청으로 미국 내에서만 2400여 명의 물리학자, 기상학자, 해양학자, 환경학자들과 1만 6000명 이상의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자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자발적이었다기보다는 부시 정권의 회유와 화석 연료 기업들의 로비에 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이 화석 연료 기업들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는 문헌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많은 전문가 그룹이 4대강 사업을 지지하고 나선 악행이 우리나라만의 몰골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하든가 자문교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소극적 기여를 한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환경과 토목을 전공한 지식인 중에는 거기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쉬울 지경이다. 지식인들이 권력과 금력에 약한 것은 어느 나라나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2만인 과학자 반 온난화 서명 청원'은 지구온난화 회의론의 진앙이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기상학자가 MIT 대학의 린젠(Richard Lindzen) 교수다. 린젠은 유명 학술지에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여러 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린젠은 수치예보를 개척한 차니(Charney) 교수의 적통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발언권이 강한 연구자여서 사람들에게 주는 충격이 컸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기후변화에 관한 서적을 보면 세이츠 박사와 같은 비 기상학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방해한 악행을 소개하는 글은 많지만, 린젠과 같은 유명한 기상학자들이 끼친 해악을 소개하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서명에 참여한 기상학자 중에는 기상학 역사에 길이 남을 저명한 학자들이 여럿 있다. 이들 서적에서 기상학자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책을 쓴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상학자가 아니고, 부끄러운 행위를 한 기상학자들의 사회적 유명세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쌓아온 업적으로 얻은 명성을 돈과 권력에 빌붙는 도구로 사용해 버리는 과학기술자들의 곡학아세는 일반 시민들의 올바른 인식을 방해해 정당한 행동을 제때 못하도록 오도한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폐해, 지구온난화 억제 대책에 세계가 시기를 놓쳐 지구환경이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데에는 이들의 책임이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전쟁범죄인이 된 뛰어난 기상학자

기후변화 대응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학지식을 인류에 해악이 가도록 사용해 역사에 오명을 남긴 과학자들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한 사례의 하나로 일본의 대표적인 기상학자인 후지와라(藤原咲平)를 들 수 있다. 열대 해상에서 연이어 발생한 태풍이 근접 이동하면서 상호 작용을 통해 태풍 진로를 불규칙하게 만들고 갑작스럽게 규모를 키워 기상 재해를 가중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후지와라 효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후지와라는 1884년에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동경대학 이론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소리 이상전파 연구>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1920년에 유럽으로 유학을 가서 오늘날 기상학의 할아버지라고 추앙받고 있는 노르웨이의 비야크네스(V. Bjerknes)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곳에서 유학 이듬해에 후지와라 효과를 발견하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상학자 후지와라
 일본의 대표적인 기상학자 후지와라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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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에 일본으로 돌아와 기상대에서 일기예보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1924년에 동경대학 교수로 취임했다. 1941년에 장마전선 이론으로 영국 왕립과학원으로부터 기상학 분야의 최고 영예인 사이몬즈 상을 받기도 했던 오카다(T. Okata)의 후임으로 기상대장이 되었다.

그런데 후지와라는 2차 세계대전 중에 군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풍선폭탄 개발에 가담했다. 선구자적 지식을 가진 기상학자였기에 풍선폭탄의 개발과 사용방법을 찾는 데에 최적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에 후지와라는 이 연구로 전범 처분을 받아 공직에서 추방당했다.

공직에서 추방당한 이후 재야 과학자로 연구에 전념하여 기상학의 소용돌이 현상(고∙저기압, 태풍, 토네이도 등 거의 모든 중요한 기상현상들은 전부 소용돌이 현상이다), 구름물리, 기상광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큰 업적을 남겼다. 또 기상용어를 정리하고 뛰어난 후학도 양성하였다.

그러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2차 세계대전에서 대규모 살상무기의 개발과 사용에 지식을 제공한 전범이라는 오명은 영원히 검은 그림자로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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