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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와 강선루가 이루는 풍경 반원 무지개 틀 안으로 보이는 강선루 풍경이 일품이다. 무지개 틀 하부에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용이 보이고, 그 아래론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승선교 아래에 서면 눈이 밝아지고, 생각이 맑아진다. 다리와 개천, 주변 숲이 이뤄낸 아름다운 조화 덕분이다.
▲ 승선교와 강선루가 이루는 풍경 반원 무지개 틀 안으로 보이는 강선루 풍경이 일품이다. 무지개 틀 하부에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용이 보이고, 그 아래론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승선교 아래에 서면 눈이 밝아지고, 생각이 맑아진다. 다리와 개천, 주변 숲이 이뤄낸 아름다운 조화 덕분이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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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오르는 길에 우리나라 최고라 할 수 있는 무지개다리가 있다. 계곡을 흐르는 물에 비친 다리 풍경이 일품이다. 다리는 신선이 내려와 노닐어 '강선루(降仙樓)'라 부르는 누각과 주변 숲에 어울려 선경을 만들어 낸다. 승선교(昇仙橋)는 이름 그대로 '선계(仙界)로 오르는' 다리가 분명하다.

승선교 아래에선 누구든 눈이 밝아지고 생각이 맑아진다. 흐르는 계곡 물에 몸이 정갈해지고 마음속까지 깨끗해진다. 여기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오면, 날개옷을 입고 선계에 들어선 느낌을 받게 된다. 번뇌에 휩싸인 때 묻은 속세를 벗어나, 가히 부처님 품에 안겨드는 무량청정토에 이르는 길이다.

승선교 위에 서면 지혜로워진다. 철따라 얼굴색과 표정을 달리하는 숲은, 승선교에 오르는 모든 이에게 지혜를 선사한다. 주위에 부드럽게 동화된다. 저절로 눈이 뜨인다. 다리와 누각, 흐르는 물이 자연과 하나 되는 합일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다. 모름지기 융합이라는 것은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승선교가 온화하게 타이른다.

아름다운 승선교가 선사하는 위안과 편안함
 
승선교 궁륭 아래에서 본 전경 무지개다리 하부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진 상단 1/3 지점에 용머리가 보이고, 홍예석에 세월의 빛깔이 무겁게 칠해져 있다. 둥근 무지개 틀 밖으로 보이는 강선루와 주변 숲이 이뤄낸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 승선교 궁륭 아래에서 본 전경 무지개다리 하부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진 상단 1/3 지점에 용머리가 보이고, 홍예석에 세월의 빛깔이 무겁게 칠해져 있다. 둥근 무지개 틀 밖으로 보이는 강선루와 주변 숲이 이뤄낸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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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는 계곡 암반을 기반으로 삼았다. 잘 다듬은 홍예석을, 완전한 반원으로 예쁘고 정갈하게 쌓아 올렸다. 깔끔하게 균형 잡힌 반원이 주변 경치에 가만히 안겨든다. 주위 풍경에 어울려 같이 돋보인다. 서로 앞서거나 뽐내려 하지 않는다. 겸손한 조화로움이 모두를 편안케 하며 포근한 위안을 준다.

무지개 틀 옆면은 주변에 흔히 굴러다니는 막돌로 벽체를 쌓았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홍예석과, 다리 벽을 이루는 막돌의 조화가 이채롭다. 인공미와 자연이 이루는 적절한 조화가 보는 이의 마음을 다독인다. 자기를 드러내 돋보이려 하지 않는다.

겸손하고 수수하다. 화려하지 않으며 겸허한 절제미의 극치를 보인다. 다리를 벗어난 길 쪽 벽은 유려한 곡면이다. 지루하지 않은 변화를 보여 준다. 이런 모양이 아름다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다리에 맵시를 더하고 뽐내기로 자랑했더라면, 승선교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승선교 궁륭 천장 용머리 홍예종석(쐐기돌) 한가운데 용이 아래로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사찰로 드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고, 중생들이 수해(水害)를 입지 말라는 의미라 한다. 자세히 보면 용 입에 매단 줄에 엽전 세닙이 걸려 있다. 다리를 완성한 호암대사가 남은 엽전을 걸어 둔 것이다.
▲ 승선교 궁륭 천장 용머리 홍예종석(쐐기돌) 한가운데 용이 아래로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사찰로 드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고, 중생들이 수해(水害)를 입지 말라는 의미라 한다. 자세히 보면 용 입에 매단 줄에 엽전 세닙이 걸려 있다. 다리를 완성한 호암대사가 남은 엽전을 걸어 둔 것이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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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 궁륭 하부 쐐기돌 한가운데에, 용머리가 아래로 향하고 있다. 속세 중생들이 큰물로 인한 재해(水害)를 입지 말라는 상징이다. 용머리 입에는, 줄에 걸린 엽전이 매달려 있다. 호암대사가 여기저기 시주를 받아 다리를 만들었다. 다리가 완공되었다. 그런데 엽전 세 닢이 남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에 부처님과 중생들에게 시주하는 의미로 달아맸다는 이야기다. 세 닢 엽전이 '덕은 무엇이고 재물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묻는다.

승선교는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의 시현(示現,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몸을 변화하여 나타내 보임)으로 축조한 다리다. 100일간 기도에도 관음보살을 시현하지 못했다. 이에 낙담하여, 낭떠러지에 몸을 던지려한다. 이때 어느 여인이 나타나 대사의 목숨을 구하곤,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대사는 그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달았다. 이의 현시(顯示)로 승선교를 만들었다는 전설이다.

승선교 홍예는 높이 7m에 길이 14m, 너비 3.5m 크기다. 단 경간 무지개다리로는 제법 규모가 있다. 반지름 7과 너비 3.5 숫자가 돋보인다. 다리 너비를 반지름의 절반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의도적인 행위로 보인다. 크기와 넓이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다리가 분명하다.

3.5m에 등비(等比)의 숫자를 곱해 점점 확장되어지는 달팽이꼴 곡선(trisectrix, 와선)이, 승선교에 자연스럽게 응용되어 녹아들었다. 의도한 기하학의 균형과 아름다움이, 보는 이의 시선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바라보는 모든 이의 마음에 균형점을 찾아준다. 승선교의 아름다움은 다리 규모에 적용한 숫자에도 숨어 있는 것이다.

조계산 슬픔이 비극의 현대사를 잉태하고

선암사는 조계산 동측 깊은 계곡에 들어 앉아 있다. 조계산 남측 인근으로는 낙안과 벌교, 그리고 순천이 있다. 선암사는 소설가 조정래 태생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태백산맥>은 조계산 인근에 바탕을 둔 여수·순천사건(항쟁)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1948년 제주도에서 분단이 예상되는 남한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일어난다. 제주 4.3항쟁이다. 극우단체의 잔인한 테러가 이어진다. 수만 명 선량한 주민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쫓기거나 옥에 갇힌다. 경찰은 악랄했고 무자비한 군인들까지 동원된다. 한라산 중산간 마을이 소개(疏開)된다. 이데올로그를 떠나, 인간성 말살이 자행되었다.

진압 차 제주도로 향하려던 군대가 여수항에 주둔하고 있었다. 양심적인 군인들과 군대에 소속된 남로당원들이 부대를 장악하는 사건을 일으킨다. 여기에 지역 좌익이 무장봉기한다. 여순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해 10월 19일이다. 국방경비대 14연대 군인 2,000여명이 주축으로, 중위 김지회와 상사 지창수가 주동자였다. 다음날 여수와 순천을 장악한다.

반란군은 여·순 지역에서 27일까지 친일경찰과 극렬친일분자·악질지주 등 수백여 명을 사살한다. 반란군은 진압군과 쫓고 쫓기는 전투를 벌이며, 조계산과 백운산을 통해 지리산 방면으로 후퇴한다. 항일독립운동을 했던 구(舊) 빨치산들과 결합, 분단반대와 통일을 지향하는 싸움을 시작한다.
 
간도특설대 초기 지휘부 '간도특설대'는 일제강점기 만주국이 만주에서 동북항일연군 및 팔로군 등 항일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 중심으로 조직한 부대다. 이들은 독립군은 물론 만주에 이주한 선량한 조선인을 주로 탄압한 악명 높은 부대였다. 백선엽, 김백일 등이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 간도특설대 초기 지휘부 "간도특설대"는 일제강점기 만주국이 만주에서 동북항일연군 및 팔로군 등 항일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 중심으로 조직한 부대다. 이들은 독립군은 물론 만주에 이주한 선량한 조선인을 주로 탄압한 악명 높은 부대였다. 백선엽, 김백일 등이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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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군이 철수한 자리에, 만주에서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다 국군으로 변신한 '간도특설대(일본 괴뢰국인 만주국이 동북항일연군·팔로군 등 항일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 중심으로 조직하여 본격적인 작전을 수행하였으며,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존속한 친일악질부대)'가 진압군으로 들어온다.

지휘자는 간도특설대 출신 김백일이다. 이들은 반란부역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현장에서 즉결처분 등을 자행한다. 이는 만주에서 독립군과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던, 그들만의 법이었다.

여수·순천에서 일본도와 권총으로 선량한 양민을 학살한, 만주에서 일본군으로 활약하던 김종원이라는 자가 대표적이다. 이 자는 한국전쟁 때 거창양민학살사건 국회조사단을 방해한 인물이기도 하다.

간도특설대 출신 군인들에 의해 여수·순천 근동에서 선량한 민간인 4200여 명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거나 행방불명된다. 참으로 무자비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광양·보성·곡성·구례·고흥·남원 지역까지 합하면 얼마의 민간인이 죽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혹자는 1만여 명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임의로 저질러진 무법천지 야만의 벌판이었다.
 
여순사건 당시 여수 중흥동 전투 모습 여순사건 당시 여수 중흥동에서 반란군과 진압군 간 전투장면을 찍은 사진이다.(원본 : LIFE 종군기자 Carl Mydans) 집압군에는 미국 군사고문단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여순사건 당시 여수 중흥동 전투 모습 여순사건 당시 여수 중흥동에서 반란군과 진압군 간 전투장면을 찍은 사진이다.(원본 : LIFE 종군기자 Carl Mydans) 집압군에는 미국 군사고문단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진실화해위-여순사건 순천지역 피해 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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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수하들은 이 사건을 이용, 김구를 제거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보인다. 허황한 조작과 모략이 난무한다. 김구의 반박으로 일은 유야무야되었지만, 친일파·친일부역자들이 주도한 이승만 정권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일화다. 정부는 여수·순천사건을 계기로 반공을 국정 전면에 내세운다.

반공은 친일파와 그 부역자들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강력한 반공체제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수많은 항일독립투사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억울한 누명을 쓴다. 군대 내에선 숙군작업이 벌어진다.

이때 박정희는 남로당원이었다. 친일경력을 은폐하기 위해 연막을 친, 일시적인 위장술이었다. 동료들 이름을 팔아 목숨을 구걸한다. 1949년 2월 18자 서울신문은, 소령 박정희가 이때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백선엽과 김창룡이 박정희를 구명해준다. 둘은 일본(만주국)군 장교출신이고, 김창룡은 헌병 오장 출신이다.

망국적인 '국가보안법'이 1948년 12월에 제정·공포된다. 속전속결이다. 일본이 항일독립군을 탄압하는데 사용한 치안유지법과 보안법을 기반으로 제정한 법률이다. 여순사건 여파로 1949년 4월에 국민보도연맹이 창설된다. 좌익연루자들의 교화와 전향이라는 표면적 명분과는 전혀 다르게 운영된다. 반공강연에 동원된다. 철저히 이용만 당한다. 한국전쟁 때 수만(혹은 20여만) 명이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어야 했다.

6월엔 어렵게 만든 반민특위가 경찰 습격에 무기력하게 해체되고 만다. 9월에는 모든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 학도호국단을 창설하여 학생들을 반공교육으로 내몬다. 조계산과 백운산, 지리산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까지, 수만 명 빨치산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분단현실을 껴안은 우리 지난 70년은 여순사건을 기점으로 형성되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왜곡된 정치체제나 사회모순 기저엔, 여순사건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모순의 근원을 명확히 밝히고 치유하려면, 이제라도 여순사건을 제대로 규명해 내야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쓴 희생자 유족들은 특별법을 원하고 있다. 모두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계산은 우리 민족사의 떳떳함과 억울함, 비겁함과 교활함, 그리고 악랄함까지를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선암사 승선교의 맑음과 지혜가, 이런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까? 역사가 남긴 아픔의 뒤안길에서, 승선교 밑 맑은 물이 저린 슬픔을 깨끗하게 씻어내 주었으면 좋겠다.
 
승선교 전경 잘 다듬은 인공 무지개 틀과 자연의 막돌로 벽석을 쌓은 모습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룬다. 무지개 틀 좌측 벽이 유려한 곡면을 이루고 있다. 이런 조화로운 모습이 승선교의 멋을 한껏 치켜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승선교 전경 잘 다듬은 인공 무지개 틀과 자연의 막돌로 벽석을 쌓은 모습이 멋들어진 조화를 이룬다. 무지개 틀 좌측 벽이 유려한 곡면을 이루고 있다. 이런 조화로운 모습이 승선교의 멋을 한껏 치켜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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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간도특설대 사진자료를 제공해 주신 '서해문집'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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