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의 한 장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의 한 장면. ⓒ MILKYWAY IMAGE (HK) LTD.

 
영화광이라면 환호했고, 또 지금 들어도 설렐 홍콩 거장 7명의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열게 됐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칠중주: 홍콩 이야기>(아래 <칠중주>)가 오는 21일 전 세계 최초 공개되기에 앞서 19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언론에 우선 공개됐다.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조니 토, 임영동, 서극 등 7인의 감독은 말 그대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들이기도 하다. 액션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각자의 위치를 점해온 이들에 대한 평가는 현재에 이르러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데 분명한 건 이들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아시아 영화를 주름 잡았다는 사실이다. 

이름만으로도 이들의 작품을 궁금해 할 팬들이 많을 것이다. 7편의 독립된 작품이 담긴 옴니버스 형식인 <칠중주>는 큰 주제로 놓고 보면 전통과 과거에 대한 추억, 그리고 이후 세대에 거는 일말의 희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의 한 장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의 한 장면. ⓒ MILKYWAY IMAGE (HK) LTD.


홍금보가 연출한 <수련>이라는 작품이 영화의 가장 처음이다. 10분 남짓의 분량에 주인공인 어린 홍금보를 비롯해 유소년 무술 꿈나무들이 대거 등장한다. 무술 수련을 게을리하다 스승에게 혼난 뒤 정신을 가다듬는다는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야기 끝부분에 나이 든 실제 홍금보가 등장해 시간의 속절 없음을 전하고 추억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허안화의 <교장선생님> 또한 학생들에게 헌신하고 사랑을 바친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기 쉬운 교훈을 깨닫게 한다. 담가명 감독은 청소년인 두 남녀를 통해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전하며, 조니 토와 서극은 각각 <보난자>와 <속 깊은 대화>라는 작품으로 급성장과 소통 불가능의 시대를 걸어온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다. 임영동의 <길을 잃다>는 노부부와 그의 아들을 묘사하며 서로에 대한 소통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 소품적 성격이 강한 이야기들이고 자칫 고루하게 보일 수 있는 주제 의식이지만 영화에 깔린 정서만큼은 짙고 아련하다. 필름 촬영을 고수했고, 더욱이 홍콩 거장들이 직접 과거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 보다 진실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감독들이 직접 영화에 깜짝 출연해 코믹한 요소를 더한 것도 흥미롭다. 

코로나19 시대 극장의 위기론이 불거지고 영화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때에 이 영화가 주는 시사점이 여러모로 크다. 과거를 딛고 우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과거에 얽매인 채 추억만 할 것인가. <칠중주>를 보고 난 뒤 술잔을 기울이며 밤새 나눌 대화들이 많아질 것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칠중주: 홍콩 이야기>의 허안화 감독.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칠중주: 홍콩 이야기>의 허안화 감독. ⓒ MILKYWAY IMAGE (HK)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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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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