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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화순전남대병원 소속 간호사들의 신분증.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화순전남대병원 소속 간호사들의 신분증.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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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1인실 혹은 특실을 비워뒀죠. 1인실·특실이 없으면 통째로 빈 2인실을 구해야 하는데 병실을 마련하느라 환자를 옮긴 적도 있어요."

15일 광주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화순전남대병원 A 간호사는 "다른 환자들은 모두 주사실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데 김 교수의 부인은 그러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치료로 유명한 전남대병원의 분원이다. 이곳 김아무개 교수의 부인이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까지 특혜를 받았다는 게 A 간호사의 증언이다.

"보통 항암치료를 위해 3주마다 병원에 오니까 (김 교수 부인의 진료 일정이) 미리 조정이 돼 있어요. 수간호사가 근무표도 그렇게 짜놓고요. 김 교수 부인의 진료 일정이 잡히면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병실 문의가 와도 그곳은 터치하지 않았죠."

A 간호사는 "김 교수 부인이 오기 전날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라며 "전날 시간이 나면 준비해두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수인계 후 (퇴근을 미루고) 준비하는 날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시트·담요를 준비하고 청소를 해놓는 건 보통 환자들을 상대로도 하는 건데, 슬리퍼·곽티슈·샴푸·린스·수건 등을 추가로 준비해야 했어요. 당일 영양실에 연락해 보리차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A 간호사는 "오전 8시~8시 30분 김 교수 부인이 도착하면 항암주사, 항암제 독소 배출 주사를 맞으면 아무리 빨라도 오후 1~2시가 된다"라며 "컨디션에 따라 저녁에 가실 때도 있었고 일찍 가시더라도 그 시간 이후의 입원 환자 예약도 받아두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말기암 환자 판정을 받은 아내는 머리카락, 손·발톱, 치아까지 모두 빠져 안정된 상태에서 주사를 맞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잠깐 1~2시간 동안 비어있는 병실에서 주사를 맞도록 병원에서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미리 입원 준비를 했다는 등의 주장은 과장이 심하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직장에서 교수의 부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서로 도우려 한 것이지 범죄 행위처럼 숨기고 감추며 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감사실 "청탁금지법 위배"

전남대병원 감사실은 지난해 11월 26일~12월 6일 특별감사를 진행했고, 김 교수 부인의 특혜 진료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 보고서를 올해 1월 내놨다.

이 보고서와 이후 열린 전남대 징계위원회에 따르면, 김 교수의 부인은 2017년 3월 15일~2019년 11월 14일 총 45차례 병실을 사용했다. 이 중 44차례 입원료가 지급되지 않았는데, 액수는 약 436만2310원이었다.

특히 김 교수의 부인은 입원실을 사용할 수 없는 외래(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 환자였음에도 입원실에서 항암주사를 맞는 등 처치를 받았다. 입원 수속도 없었다. 한 달 단위로 작성되는 병실당번표의 비고란에 김 교수 부인의 이름이 적혀 있을 정도로 이러한 특혜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김 교수 부인의 이름(우측 끝)이 담긴 화순전남대병원 병실 당번표.
 김 교수 부인의 이름(우측 끝)이 담긴 화순전남대병원 병실 당번표.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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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을 통해 입수한 감사결과 보고서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병원 진료규정에 따르면 '입원 환자는 병원 의사가 발급한 입원결정서와 입원약정서를 제출하는 등 입원 수속을 완료한 환자'로 정의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고시와 진료 수가 규정에 의거해 병실 사용료 등 입원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B 환자(김 교수 배우자)는 의사의 외래처방에 따라 외래환자로서 진료를 받아 왔으므로, 입원 환자가 아닌 B 환자의 입원병동 사용은 병원 시설물의 부당사용에 해당한다.

또한 전남대병원 병동 운영 시스템과 관련자와의 문답을 통해 (중략) ○○부 관리감독 책임자인 △△처장을 역임한 김 교수의 요구와 □□□내과 주임교수인 C 교수의 알선에 따라 간호사의 처치 행위가 실현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일반 외래환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병실을 B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해 병원 내 보직 및 교수 지위를 이용한 권한을 남용하여 부정청탁을 통해 병실을 점유 사용하게 한 행위는 청탁금지법 제5조에 위배된다.

또한 (중략) 전남대병원 환자관리시스템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했다. 이는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치는 지시에 해당하므로 전남대병원 임직원 행동강령 제4조 제1항에 위배된다. 
 
지난 5월 전남대 징계위원회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김 교수에게 정직 1개월, 입원료 2배의 징계부가금(872만4620원)의 징계를 내렸다. 아래는 전남대 징계위원회의 판단이다.
 
이는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 제9호에서 금지한 공공기관이 생산·공급·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 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중략) 병실 제공이 계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진 점을 비추어볼 때 김 교수의 잘못이 적지 않다.

향후 이와 같은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엄히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중략) 위와 같은 김 교수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및 제 63조에 위배되고 동법 제78조 제1항, 제78조의2 및 공무원징계령 제17조의2에 해당되어,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15조에서 규정한 제 정상을 참작해 주문(정직 1월, 입원료 2배의 징계부가금)과 같이 의결한다.
 
이후 김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고 최근 감봉 3월로 징계를 감경 받았다(징계부가금은 그대로 유지).
 
지난 1월 전남대병원 감사실이 내놓은 화순전남대병원 김아무개 교수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
 지난 1월 전남대병원 감사실이 내놓은 화순전남대병원 김아무개 교수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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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덕 의원 "총장·병원장 책임 자유롭지 않아"

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는 김 교수의 징계가 감경된 점, 전남대병원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김혜란 지부장은 "이번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징계 감경은 공정사회를 이야기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는 판단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전남대병원이 김 교수에 대한 고발과 겸직 해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감사실 및 전남대 징계위원회가 청탁금지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을 거론한 만큼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남대병원 직무관련범죄형사고발지침에는 "경중과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고려해" 병원장이 고발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또 전남대병원 인사규정에는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에 해당될 때 겸직을 해제하도록 돼 있다(노조는 전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남대병원 의사를 겸직하고 있는 김 교수가 전남대병원 의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

화순전남대병원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전남대병원 감사실과 전남대 징계위원회에서 긴 시간에 걸쳐 심사숙고해 판단을 내린 사안"이라며 "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고발과 겸직해제를 요구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에게 내려진 징계부가금(입원료 2배) 또한 논란이다. 지불되지 않은 입원료와 관련해 노조가 산정한 액수와 전남대병원 감사실 및 전남대 징계위원회가 산정한 액수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노조는 김 교수 부인이 특실 17회, 1인실 16회, 2인실 11회를 사용(653만 2342원)했다고 밝혔다. 반면 전남대병원 감사실 및 전남대 징계위원회는 특실 2회, 1인실 18회, 2인실 24회(436만2314원)했다고 판단했다.

A 간호사는 "입원료가 비싸 주로 비어 있던 특실·1인실을 사용했고 그 방이 없을 때 2인실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최소한 특실을 2회만 사용했다는 (전남대병원 감사실 및 전남대 징계위원회의) 산정은 신뢰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측은 '특혜 진료에 대한 일자별 사용 병실 호수 및 진료비'와 관련된 윤영덕 의원의 질의에 "입원 수속이 안 된 관계로 사용 병실의 확인이 불가하다"라고 답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윤 의원은 "인술을 펼쳐야 할 의사이자 국립대병원 교수인 김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인이 특혜진료를 받도록 한 사안"이라며 "전남대 총장과 전남대병원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혜진료가 병원 내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음에도 징계 권한을 갖고 있는 대학과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병원에서 오랜 기간 이를 조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와 다르지 않다"라며 "특히 의원실에서 요청한 징계부가금 근거 자료를 3개월째 요구하고 있음에도 전남대병원은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명확한 해명 자료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 "청탁 말 안 돼... 징계 취소 행정소송 제기"
 
화순전남대병원 전경.
 화순전남대병원 전경.
ⓒ 화순전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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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전남대병원 감사, 전남대 징계위원회에서 심의 후 정직 1개월의 결정을 받고 이후 교육부에 소청하여 감봉으로 조치돼 마무리된 사안"이라며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내 병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 얼굴을 알아보는 환자들 입장에서 의사의 가족이 아픈 모습을 보면 어떻게 그 의사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이 때문에 직장에서 배려를 해준 것인데) 이것을 청탁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전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윤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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