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 2부리그로 내려가게될 최하위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며 K리그1 파이널B(7~12위)라운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강등 대전'이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함을 선사하며 오히려 파이널A 우승 레이스보다 더 주목 받고 있다. 

2020시즌 K리그는 군팀 상주 상무가 올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자동 강등이 확정(연고지 이전)됨에 따라 성적순으로는 최하위 한 팀만 2부리그로 내려가게 된다. 팀간 3경기를 남겨둔 현재 파이널B 6개팀 중 비교적 안정권에 있는 팀은 강원FC(승점 30)와 수원 삼성(승점 27점) 정도다. 두 팀은 파이널라운드 돌입과 함께 나란히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강등 위기권에서 벗어났다.

9위 FC서울(승점 25점)부터 12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21점)까지의 승점 차는 불과 4점이다. 현재로서는 4팀 모두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전력이거나 팀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어서 그야말로 누가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다.

강등 전쟁의 숨은 변수는 '감독 리스크'다. 파이널B 6개구단 중 시즌 개막부터 같은 감독과 계속 동행하고 있는 팀은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과 김남일 감독의 성남, 단 두 팀뿐이다. 수원과 인천은 각각 이임생 감독과 임완섭 감독이 물러난 이후 현재 박건하-조성환 신임 감독 체제로 팀을 재편했다. 서울은 박혁순 코치, 부산은 이기형 코치의 대행 체제로 잔여시즌을 소화중이다.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FC 김남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FC 김남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4연패의 부진에 빠져있는 성남(승점 22점)은 김남일 감독이 지난 강원전(1-2) 역전패 이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며 비상이 걸렸다. 김 감독은 17일 FC서울전과 23일 수원 삼성전까지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당장 서울전에는 지난 경기에서 퇴장당했거나 경고가 누적된 연제운과 박수일, 김동현 등 주축 선수가 3명이나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무대 지휘봉을 잡은 김남일 감독은 개막 첫달만 해도 4경기 연속 무패행진으로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공격전술 부재와 선수교체 타이밍 등에서 아쉬운 모습을 반복하며 초보 감독의 경험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성남은 최하위 인천에 불과 승점 1점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전력이나 팀분위기상 강등 위험에 가장 근접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남이 만일 강등당할 경우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수원과 인천은 시즌 후반기 감독교체 효과로 극적인 반등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수원은 이임생 전 감독-주승진 감독대행 체제, 인천은 임완섭 전 감독-임중용 감독대행 체제에서 연이어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각각 박건하-조성환 신임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달 중순까지 11위에 머물던 수원은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 정규라운드 최종전(22라운드)부터 강원-서울-인천에 3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구단의 레전드 출신인 박 감독은 부임 이후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팀분위기를 일신하고 스리백을 기반으로 한 3-4-3 전술을 정착시키며 수원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잔류왕' 인천은 개막후 15경기 무승(5무10패)의 부진에 허덕였으나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로만 승점 16점(5승1무)을 추가하며 환골탈태했다. 지난 라운드 수원전(0-1)패배가 아쉽지만 최근 경기력 면에서는 현재 파이널B 그룹에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최하위라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다음 상대인 파이널B 최강자인 강원전이 꼴찌 탈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리그 최고의 공격수중 한 명으로 부활한 무고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인천에게 양날의 검이 될수있다.

'승격팀' 부산은 조덕제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이후 한때 인천에게 역전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하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기형 대행 체제로 처음 치른 지난 라운드에서 서울(2-1)을 제압하고 일주일 만에 다시 꼴찌에서 탈출하며 일단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다. 경기력 면에서는 여전히 주도권을 내주고 있지만 이기형 대행 체제에서 수비적이고 실리적인 역습축구로의 변화 가능성을 증명했고, 승강전쟁의 경험이 많은 선수단이 위기상황에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준 게 희망적이다.

서울의 행보는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9위로 강등권 4팀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여유가 있고 객관적인 전력상 파이널B그룹에 속한 팀들 중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 더구나 다음 상대는 4연패 중인데다 김남일 감독마저 부재한 성남이다. 서울이 성남을 잡는다면 사실상 1부리그 잔류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이 최근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는 게 변수다. 시즌 중반 최용수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한데 이어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김호영 감독대행마저 구단과의 이견차로 사퇴하며 올시즌 K리그에서 유일하게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서울은 박혁순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고있지만 지난해에야 성인팀 코치로 갓 승격했을 만큼 큰 경기에서 프로팀을 이끌어본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다. 우려한 대로 서울은 박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던 파이널라운드에서 수원과 인천에 연패하며 리더십의 부재를 절감했다. 현실적으로는 지금 시점에 당장 신임감독을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들의 경험과 무릎부상을 털고 돌아올 기성용의 복귀가 잔여 경기의 유일한 희망이다.

경기는 물론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그 선수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은 감독의 역량에 달렸다. 감독의 리더십과 존재감 유무는 팀의 전력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역대급 강등대전을 치르고 있는 올해 파이널B 라운드에서 어쩌면 감독 리스크가 각 팀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변수로 기억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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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순위 김남일감독 박건하감독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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