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한화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4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4안타4볼넷을 기록하며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이 연승을 달린 가운데 이날 3위 LG 트윈스가 롯데 자이언츠에게 0-3, 2위 kt 위즈가 키움 히어로즈에게 5-3으로 패하면서 두산은 2,3위와의 승차를 각각 한 경기, 반 경기로 좁히며 추격을 이어갔다(72승4무57패).

두산은 1-1로 맞서던 7회 행운의 안타를 때린 김재호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정수빈은 7회 2사 후 볼넷과 도루, 그리고 빠른 홈질주로 결승득점을 올렸다. 마운드에서는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2번째 투수 이승진이 시즌 2승째를 챙겼고 9회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이영하는 3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두산 마운드의 영웅은 경기 초반 제구 불안을 극복하고 6이닝을 책임지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던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었다.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초 두산 선발 플렉센이 역투하고 있다.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초 두산 선발 플렉센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팻 딘-후랭코프, 가을에 유독 강했던 외국인 투수들

2017시즌을 앞두고 100억 원을 투자해 리그 최고의 강타자 최형우를 영입한 KIA 타이거즈는 2016년 10승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지크 스프루일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좌완 팻 딘을 영입했다. 하지만 팻 딘은 30경기에서 176이닝을 던지고도 9승7패 평균자책점 4.14로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했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동반 20승을 거두면서 크게 눈에 띄진 않았지만 팻 딘의 9승은 외국인 투수로서 결코 만족스런 활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범한 좌완 외국인 투수 팻 딘은 한국시리즈를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2017년 10월 28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한 팻 딘은 7이닝3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로 KIA가 시리즈의 흐름을 가져 온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팻 딘은 한국시리즈의 호투 덕분에 2018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수 있었다(물론 2018년 성적은 6승7패2홀드6.26으로 부진했다).

두산은 2017 시즌이 끝난 후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새 외국인 투수로 2017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빅리그 경력이 1경기에 불과한 세스 후랭코프를 영입했다. 그리고 일천한 빅리그 경력의 후랭코프는 검증되지 않은 투수라는 우려를 극복하고 2018 시즌 18승3패3.74의 성적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후랭코프는 SK와이번스와의 2018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서 13이닝2자책(평균자책점1.38)으로 호투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어깨 통증으로 여러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랭코프는 22경기에서 9승8패3.61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물론 후반기로 갈수록 투구내용이 좋아지긴 했지만 전 시즌 다승왕의 성적으로는 만족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후랭코프는 작년 10월 25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6이닝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기며 또 한 번 '빅게임 피처'의 위용을 뽐냈다. 후랭코프는 시즌이 끝난 후 메디컬 테스트 유무로 구단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후랭코프는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9이닝2자책(평균자책점 0.95)이라는 환상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두산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최근 4경기 2승1.80, 플렉센의 눈부신 역투 

작년 시즌이 끝나고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후랭코프와 결별한 두산은 뉴욕 메츠의 유망주였던 플렉센과 작년 kt에서 11승을 기록했던 라울 알칸타라로 외국인 투수를 구성했다. 처음 두 선수를 영입했을 때만 해도 이미 KBO리그에서 선을 보이며 투구내용이 알려져 있었던 알칸타라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유망주로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던진다는 플렉센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알칸타라와 플렉센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알칸타라가 시즌 초반부터 많은 승리를 챙기면서 두산의 새로운 에이스로 맹활약한 반면에 플렉센은 6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일주일, 7월에는 왼 발목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아무리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라도 꾸준히 등판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9일 kt전에서 약 두 달 만에 1군에 복귀한 플렉센은 복귀 후 3경기에서 14이닝7자책(평균자책점4.50)의 평범한 투구에 그쳤다. 하지만 투구 수를 늘려가며 잃었던 투구 감각을 회복한 플렉센은 9월 27일 키움전 7이닝2실점 호투에 이어 3일 KIA전 5이닝2실점으로 드디어 복귀 첫 승을 따냈다. 플렉센은 이어진 9일 kt전에서도 7이닝4피안타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연승 행진을 달렸다.

플렉센은 14일 한화전에서 1회에만 35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경기 초반만 하더라도 승리는커녕 5이닝을 채우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플렉센은 시즌 개막 후 가장 많은 111개의 공을 던지며 6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비록 승리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두산은 플렉센이 외국인 투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면서 역전승의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막판 '외국인 원투펀치'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4일 휴식 후 등판시키며 승부수를 던지기로 계획을 세웠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가 포스트시즌이나 다름 없는 두산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작전이다. 그리고 두산이 정규리그 종료시 몇 위에 위치하느냐는 앞으로 최소 2경기에 더 선발 등판할 '가을사나이' 플렉센의 투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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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 가을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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