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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소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된 우리 어업지도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보름여가 지났다. 사건이 일어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남한에 사과했다. 그러자 남한 정부는 북한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답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남북관계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최근의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6일 전북 전주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북측 군인들, 이씨를 불법침투한 특수부대원으로 오인했을 수도"
 
박종철 경상대 교수
 박종철 경상대 교수
ⓒ 박종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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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연평도 어업지도원 피격사건이 일어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피격사건 후 남북의 대응, 어떻게 보고 계세요?
"9월 23일 유엔사를 통하여 우리 국방부는 실종자 관련 통지문을 북한에 발송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24일 오전 11시 국방부가 규탄 성명과 입장을 발표했고, 오후 서주석 국가안보실 차장이 총격과 시신을 불태운 만행으로 규정하고 규탄을 했습니다. 이에 25일 오전 북한노동당 중앙위 명의의 통지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비록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 위기에 있지만, 남북 모두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해 조기 봉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논란 중 하나가 월북 여부인데 어떻게 보세요?
"몇몇 전문가들과 토론을 했는데,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국방부와 해경 주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특별한 상황이 없어서 배가 장기간 정박 중이었고 파도가 비교적 잔잔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타실 근무자가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합니다. 신발을 숨기는 행위 등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어업지도원들이 하는 일반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합니다.

둘째, 어업지도원은 야간에 별만 봐도 물의 방향을 알 수 있고, 바닷물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아무개씨가 25년 이상 민간 어선 등에서 활동을 했다고 하죠. 실수로 인한 추락이라면 선박을 잡고 있어도 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남쪽을 향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북쪽을 지속적으로 향하며, 몇 시간을 조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을 명확한 증거라고 합니다. 매우 인위적이고 준비된 행동이라는 거죠.

셋째, 만약 실족했다면 야간의 고요한 바다에서 소리만 질러도 바로 구명되는 상황인데,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고, 배에는 비상상황에서 오를 수 있는 계단 같은 시설이 있는데 이런 설비를 이용한 흔적도 없다고 해요. 넷째, 매우 조심스러운 간접 정황입니다만 이씨는 채무 등으로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렸다고 합니다."

- 월북을 하려고 한 게 맞다면 북한에 월북 의사를 밝혔을 거 아니에요. 그러나 북한은 사살했어요.
"어업지도원을 향하여 공포탄과 실탄을 발사한 것을 비인도적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로 생각할 수 있죠. 첫째, 코로나 방역과 관련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한 탈북자가 강화도를 통해 개성으로 월북했고, 이 때문에 경계를 책임지는 많은 군인이 처벌을 받았어요.

둘째,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2시간 분실'의 의미를 경계 해상을 경비하는 병사들의 입장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북측 군인들이 이씨를 조사한 후 그를 2시간 정도 '분실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씨가 월북 의사를 북측에 밝힌 후 북측 군인들은 그를 선박에 태우지 않고 밧줄을 연결해 육지로 이동시키려고 했는데, 이때 이씨가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를 놓친 문제에 대해 문책과 징계를 우려했을 것이고, 다시 수색해 질의응답을 할 때, 이씨가 무언가 꺼내려고 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공포탄을 쏘았다는 거죠. 이후 총격을 가했습니다.

북측 군인들이 이씨의 근무복을 제복으로 오인하며, 2시간 분실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월북 의사를 의심한 것으로 보이고, 이씨의 신분을 특수부대의 불법 침투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 사람을 무조건 악마화한다면 이런 해석은 불가능하겠죠.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이 아이디어 수준으로 한 토론에서, 하급 북한 병사와 지휘관의 입장에서, 그들의 총격을 가한 행위에서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입니다. 북측 통지문대로 정말로 북측 고속정 정장의 결심이라면, 이 정도 상황이 아닐까라고 유추해 봅니다."

"상호 오인 속 우왕좌왕... 우발적 결정이 만든 비인도적 사건"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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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반응은 김정은 위원장이 몰랐다는 건데, 진짜 몰랐을까요. 아니면 알았을까요?
"어업지도원이 월북 시도를 해 북측 군인을 조우했고, 이 과정에서 이씨를 놓치며 상호 우왕좌왕하면서 비인도적인 결말이 있지 않았나라는 판단이 듭니다. 상호 오인과 우발적 행동, 우발적 결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사건으로 보입니다.

1976년도에 판문점에서 도끼미루나무사건(도끼만행사건)이 있었어요. 그때도 보면 미국 측에서 가지치기하려고 했고, 북측도 조언하면서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북한 측에서 '여기서 나무 자르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다'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미국 측에서 '이거는 나무를 자르는 게 아니라 가지치기다'라고 하고 일단 철수를 해요. 그러고 나서 다시 들어와서 가지치기했어요. 북한군이 또 와서, 가지치기하는 방법을 서로 잘 협의했어요. 그러다가 미국측에서 가지 중에서 아주 큰 줄기를 딱 잘랐어요. 거기서부터 시비가 붙은 거예요. 그래서 북한 군인들이 미군들의 도끼를 빼앗아서, 도끼 뒷면으로 때렸어요. 그것은 매우 잘못된 행위입니다.

이번 사건도 북측 지도부가 개입되었다기보다는 우발적 사건으로 보입니다.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있었던 고령의 여행객 피살 사건도 우발적 사건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이 수령 중심의 국가이므로 모든 것은 수령이 결정한다는 오류에 빠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요한 결정은 모두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듯, 직무의 범위와 중요성,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각각 책임자가 있다고 보입니다. 현장의 긴급상황에서 지도부가 모든 일은 결정하는 국가나 정부는 없다고 봅니다."

- 공동 조사를 하자는 우리 측 제안엔 아무 반응을 안 보여요.
"이미 2주가 넘어갑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과한 이상 북측은 더 이상 대응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 사건을 두고 야당이 다시 강성 인사들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의 보고를 언론에 흘리면서 '양념'을 많이 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의 본질이 가려지고 국회에서 규탄결의안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이런 허위발표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강성 인사의 발언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측에 진상규명과 발포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해야 하는 시간인데, 우리 스스로 분열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규탄결의안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하여, 북측 지도부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사건의 진상규명, 발포책임자처벌,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하고, 근본적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합니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 특별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던데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까요?
"북한은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국가입니다. 과거보다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빠른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체제 특성상 공개적인 사과를 할 만큼 북한이 아직 개방된 투명한 사회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국회에서부터 여야가 합의하여 초당적인 결정이나 규탄을 결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 안전 문제에 우리의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북측은 더 이상의 진전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 남북 정상의 친서는 어떻게 보셨어요?
"제가 봤을 때는 남북 사이에 물밑접촉이 진행이 되는 거예요. 친서 내용은 단순한 안부잖아요. 친서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부가 공개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노이 회담결렬과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남북 모두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 그럼 핫라인이 살아 있다는 건가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뉴욕 유엔대표부, 베이징 대사관 등을 이용해 친서나 통지문이 교환되고 있는데, 어휘 그대로의 직통전화는 아닙니다. 이런 통신 방법은 유엔사, 미국과 중국의 정보부서 등이 도·감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우 외교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고 봅니다."

- 이 사건이 남북 관계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요?
"어업지도원이 피살된 사건에 우리 국민과 정부가 너무나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월북 의사가 있었든 없었든 이 사건은 남북 분단이 낳은 비극입니다. 이러한 비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발적인 사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76년 미루나무 사건과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 나비효과를 불러와 최악의 군사적 충돌과 남북대화 단절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미국의 외교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북미 핵 협상과 남북 평화 대화의 재개를 위해서, 이런 우발적 사건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통일부 운신의 폭 매우 좁아... 이인영 장관도 함정 빠져"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업무보고하는 이인영 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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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기대감이 있었잖아요. 두 달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는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나 이인영 현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 비교적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는 학자이고 정치인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했었습니다. 김연철 장관이 퇴임할 때 자기가 할 수 있는 권한에 비해서 너무나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면서 자기가 역사의 희생양으로 물러나는 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다고 했죠. 김연철 장관이 하노이 회담 이후 상당히 장벽을 많이 느꼈는데 이인영 장관도 그러한 함정에 빠지고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현재 5.24조치(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제재조치) 같은 경우에도 행정조치인데 요거 하나 돌파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인영 장관이 지난 두 달간 축배 보다는, 독배를 든 게 아닌가 해요. 본인이 쌓아왔던 엄청난 정치적 작업에 비해서 말이죠."

- 예전엔 통일부 장관 운신의 폭이 넓었지만, 지금은 좁다는 분석도 있어요.
"그건 구조적 문제예요. 항상 외교·안보 결정을 할 때 청와대 안보실이나 국정원, 외교부, 국방부와 같은 거대 부처들의 힘이 세고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비교적 작았어요. 예외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부총리급으로, 외교안보라인의 있어서 상당히 중점을 줬는데 현재는 통일부 의견이 관철이 안 되는 거 같고 통일부도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을 많이 안 했잖아요. 통일부 자체에도 전략가들도 적고, 다른 부처의 비해서 협상 능력도 더 많이 떨어진 거 같아요."

-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통일부 운신의 폭이 좁은 거 아닌가요?
"김연철 장관이 퇴임하면서 역사적인 책무에 비해서 너무나 권한이 적다고 했어요. 운신의 폭이 없다는 말이에요. 왜냐면 청와대는 지금 대미 협상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우선이고, 또 하나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해야 되는 주권 문제도 걸려 있어요. 때문에 미국과 다소간 의견 충돌을 감수하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지난 6일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리대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알려졌잖아요.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리대사가 잠적한 이후 한국, 미국 등 여러 관계국으로의 망명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있었죠. 당시 이탈리아에 남은 딸이 (북한에) 귀국하면서 조 대리대사 부부의 행방에 더욱더 관심이 쏟아졌어요. 그러나 이미 오래 묵은 사안이고 국내에 들어와서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현 국민의힘 의원)와 달리 조용하게 지냈어요. 북한의 가족들 신변안전에 따른 행동으로 보이는데, 서울 거주 이후 북한지도부를 자극하는 발언이 없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걸로 보입니다."

- 조성길 대사대리의 부인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걸로 알려졌는데, 가능할까요?
"부인이 자녀 문제로 북한 귀환을 희망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비전향장기수나 일부 탈북자의 사례를 봤을 때 북한으로의 귀환을 희망했으나 성사된 경우는 매우 드물었죠."

태그:#박종철, #어업 지도원,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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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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