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파이널 A그룹 24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모습. 포항 송민규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3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파이널 A그룹 24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모습. 포항 송민규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 뿌리는 고춧가루는 이번에도 꽤 매운맛을 자랑했다. 이번에는 그 상대가 선두 울산 현대와 근래에 보기 드문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이기에 더 놀랍다. 포항 스틸러스의 공격형 미드필더 송민규가 전주성에서 유연한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에 동료들도 흥겨운 리액션으로 함께 기뻐했지만 사실상 더 기쁜 한가위 춤사위는 멀리 울산에서 이어졌다.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 덕분에 전북 현대의 막판 추격을 승점 3점 차이로 따돌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3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파이널 A그룹 24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송민규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패한 전북 현대는 이제 3게임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승점 3점 차이가 벌어지는 바람에 선두 울산 따라잡기가 더 까다롭게 생겼다.

'송민규' 넣고 '강현무' 막고

지난해 12월 1일 K리그 1 마지막 날 울산 현대는 14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일만 남은 줄 알았다. 그런데 빗속에서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에게 1-4로 무너지는 바람에 전북 현대에게 우승 트로피를 빼앗기고 말았다. 79점으로 승점이 똑같았지만 총 득점수에서 1골 차이(전북 72득점, 울산 71득점)로 분루를 삼킨 것이다.

울산 현대로서는 하필이면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로부터 빗속에서 고춧가루를 흠뻑 뒤집어쓴 셈이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그 입장이 반대가 될 수도 있게 생겼다. 우승 감별사는 포항 스틸러스 그대로이지만 이번에는 전북 현대가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 뿌린 고춧가루를 안방에서 뒤집어쓰고 말았다.

하루 전 상주 상무와의 홈 게임에서 4-1로 역전승을 거둔 울산 현대 선수들이 비교적 느긋한 마음으로 라이벌 팀 포항 스틸러스의 승리를 응원하는 이 게임에서 전북 현대가 정말로 발목을 잡혔다. 59분에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포항 스틸러스 강상우가 올린 오른발 크로스를 송민규가 헤더 슛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송민규를 전북 수비수들이 따라붙지 못하는 바람에 마크맨도 없이 프리 헤더 골을 성공시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남자축구대표팀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송민규의 멋진 댄스 세리머니 파도가 랜선을 타고 멀리 울산 선수들에게도 짜릿하게 이어지는 듯 보였다.

송민규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북 현대의 모라이스 감독은 교체 선수 이승기(69분), 이동국(73분), 신형민(86분)을 차례로 들여보내며 승점 1점이라도 간절하게 노렸지만 순발력과 판단력 뛰어난 골키퍼 강현무가 지키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돌아온 라이언 킹 이동국이 바꿔 들어온 뒤 5분 만에 회심의 왼발 대각선 슛을 날렸지만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버틴 강현무를 뚫지 못했고,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다 끝나서 센터백 홍정호가 결정적인 헤더 슛을 날렸지만 골 라인 앞에 버티고 선 강현무가 잡아내는 바람에 다수의 전북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했다.

포항 스틸러스의 극적인 승리 덕분에 승점 3점 차이로 다시 달아난 울산 현대는 국가대표 팀과 U-23 대표팀의 두 차례 평가전 일정 이후에 이어지는 다음 라운드에서 공교롭게도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는 동해안 더비 매치(10월 18일, 포항 스틸야드)를 뛰게 된다. 

라이벌 두 팀은 올해 두 번 만나서 단 1골도 내주지 않고 울산 현대(2승 6득점 0실점)가 모두 이겼기 때문에 1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생각을 하겠지만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포항 스틸러스의 검붉은 고춧가루를 우습게 볼 수는 없지만 2019년 12월 1일의 불편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도 울산 현대는 더 특별하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2020 K리그 1 파이널 A 결과(3일 오후 7시, 전주성)

전북 현대 0-1 포항 스틸러스 [득점 : 송민규(59분,도움-강상우)]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구스타보
AMF : 바로우(73분↔이동국), 쿠니모토, 김보경(86분↔신형민), 조규성(69분↔이승기)
DMF : 손준호
DF : 이주용, 김민혁, 홍정호, 최철순
GK : 송범근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FW : 일류첸코
AMF : 송민규, 팔로세비치(90분↔심동운), 팔라시오스(59분↔이광혁)
DMF : 이승모, 오범석
DF : 강상우, 김광석, 하창래, 권완규(66분↔박재우)
GK : 강현무

2020 K리그 1 파이널 A 24라운드 순위표
1 울산 현대 54점 16승 6무 2패 51득점 18실점 +33
2 전북 현대 51점 16승 3무 5패 39득점 20실점 +19
3 포항 스틸러스 44점 13승 5무 6패 47득점 31실점 +16
4 상주 상무 38점 11승 5무 8패 30득점 32실점 -2
5 대구 FC 35점 9승 8무 7패 39득점 33실점 +6
6 광주 FC 25점 6승 7무 11패 31득점 38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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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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