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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생을 살아가는 여정은 어쩌면 무지개를 쫒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무지개를 어린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에 곧잘 비유하곤 한다. 쉽사리 손에 잡히진 않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활짝 펼쳐진 꿈의 나래다. 무지개를 쫓듯 어릴 적 가졌던 순수한 꿈을 그리며, 한 생을 살아내는 것도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홍예(虹蜺, Arch)

셰익스피어가 '무지개에 다른 색을 첨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 말은, 색깔의 아름다운 조화와 형태의 극치미를 묘사하는 또 다른 표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지개는 예로부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가교로 인식되었다.

땅에서 보이는 무지개는 반원이지만, 공중에서 보면 완전한 원이 된다. 프리즘 역할을 하는 수분 알갱이를 통과한 빛이 굴절·분산·반사되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원은 그 자체로 흠결 없는 기하학의 완성형이다. 어느 곳에서 힘을 가해도, 둥그런 호(弧)가 힘을 균등하게 분산시켜 받아낸다. 무지개다리(虹霓石橋)는 원의 이런 원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석굴암 궁륭천장 본존불을 모시는 원형의 주실 천장을 궁륭으로 만들었다. 궁륭 한가운데 홍예종석엔 금이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홍예종석으로 부터 밖으로 퍼진 3면 개개 홍예석은 멍엣돌을 사용하여 결구시켰다. 궁륭천장 전체모습은 연꽃 문양을 형상화 했다.
▲ 석굴암 궁륭천장 본존불을 모시는 원형의 주실 천장을 궁륭으로 만들었다. 궁륭 한가운데 홍예종석엔 금이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홍예종석으로 부터 밖으로 퍼진 3면 개개 홍예석은 멍엣돌을 사용하여 결구시켰다. 궁륭천장 전체모습은 연꽃 문양을 형상화 했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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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홍예(虹霓)라고도, 아치(Arch)라고도 부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이나 다리, 건축물의 앞면(Facade)이나 천장 등에 아치를 두루 사용했다. 석굴암 궁륭(穹窿)천장을 상상해 보라. 고대 건축 최고봉이라 칭하는 로마 판테온 궁륭아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가톨릭 대성당 드높은 궁륭아치는 모든 이를 겸허하고 경건하게 만든다.

BC 4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된 아치는 그리스·로마를 거쳐 이집트로 전파되었다. 유럽에선 고딕(Gothic) 건축의 바탕이 된다. 유럽에서 인도로 다시 동남아시아로 전파된다. 아름다운 인도 타지마할은 아치를 활용한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다. 고대 중국에서도 BC 2900년 경부터 아치를 사용했다. 중국 아치 기술이 한반도와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한다.

무지개를 활용한 다리는 비교적 넓은 하천에 설치되었다. 폭이 너무 넓어 단 경간 무지개로 건널 수 없는 곳엔, 다 경간 무지개를 적용한다. 무지개다리 놓기는 숙련된 기술자를 필요로 했다. 전쟁이 빈발하던 시대에는 물자수송이 핵심이다. 어딜 가든 험한 지형이 문제였다. 그때마다 다리 기술자들이 동원되었는데, 이들은 높은 지위에 속하는 고급 관리들이다.

기술 차이가 전쟁 승패를 결정했기 때문에, 무지개다리를 만드는 기술은 직업적인 고급기밀에 속하는 사안이었다. 로마 교황을 칭하는 '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fex Maximus)'도 다리를 만드는 집단의 최고지도자라는 뜻에서 연유하였다. 고대 로마 건축물에 아치가 번성한 이유다. 교황 호칭에서도,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하던 무지개가 연상된다.

무지개다리 놓기
 
창녕 영산 만년교 단경간 무지개다리다. 무지개 틀 좌우 4개 면에 막돌을 쌓아 벽을 만들고, 무지개 틀 보다 높여 쌓았다. 무사석이나 멍엣돌, 귀틀돌을 사용하지 않고 흙을 단단히 뒤채움하여 상판을 완성한 특이한 형태의 무지개다리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 돋보인다.
▲ 창녕 영산 만년교 단경간 무지개다리다. 무지개 틀 좌우 4개 면에 막돌을 쌓아 벽을 만들고, 무지개 틀 보다 높여 쌓았다. 무사석이나 멍엣돌, 귀틀돌을 사용하지 않고 흙을 단단히 뒤채움하여 상판을 완성한 특이한 형태의 무지개다리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 돋보인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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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놓기 전에 먼저 '지보공(동바리, 땅이나 굴을 팔 때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 설계된 무지개 틀 크기에 맞게 현장에서 지보공을 짜서 가설한다. 예전엔 보통 나무를 사용했다. 이 지보공이 다리 밑 부분, 즉 형하(桁下) 공간으로 무지개 틀의 내(內) 호가 된다.

설계에 맞춰 짜 놓은 지보공을 통해, 다리모양과 크기를 미리 그려보고 조절할 수 있다. 지보공 원호(圓弧) 길이로 '홍예석(무지개를 이루는 부채꼴 모양 개개 돌)'의 크기와 절단면 각도를 계산할 수 있으며, 예상되는 돌의 소요량도 산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예산 수립과 투입되는 노동력, 공사기간을 산출하는 자료로도 쓸 수 있다.

무지개다리 놓기는, 반원 무지개의 지름 양 끝에 '선단석(扇單石, 홍예기석)'을 거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선단석은 맨 밑바닥에 자리하므로 다른 부재보다 크고 무거워야 하며, 놓이는 지반 또한 무척 단단해야 한다. 바위라면 무척 좋다.
 
보성군 벌교읍 홍교 3경간 무지개다리다. 무지개 틀 좌우에 잘 다듬은 무사석을 쌓은 모습이 보이고, 멍엣돌과 귀틀돌을 결구시켜 우물마루 상판을 만들었다. 옛 다리에 잇댄 다 경간 무지개가 보인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여수순천사건 직후, 친일분자와 악질지주들을 처형한 장소로 묘사된 곳이다.
▲ 보성군 벌교읍 홍교 3경간 무지개다리다. 무지개 틀 좌우에 잘 다듬은 무사석을 쌓은 모습이 보이고, 멍엣돌과 귀틀돌을 결구시켜 우물마루 상판을 만들었다. 옛 다리에 잇댄 다 경간 무지개가 보인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여수순천사건 직후, 친일분자와 악질지주들을 처형한 장소로 묘사된 곳이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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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놓을 때는 그렝이질(어느 한 부재를 다른 부재의 모양대로 따내는 일련의 작업)하여 다듬는 게 보통이다. 맨땅 위에 놓는 선단석은 지면과 맞닿는 부분을 마름모꼴로 다듬어 흐르는 물의 저항을 줄여주는 게 좋다. 부득이 연약지반 위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면 통나무를 빽빽하게 박아 넣어(말뚝기초) 지반을 다지거나, 깊은 적심 시공으로 지반을 단단히 보강해 주어야 한다.

건너야 할 하천 폭에 맞춰 짠 지보공을 통해, 전체 홍예석 내·외호의 길이와 개개 홍예석의 크기를 계산하여 제작한다. 가설 지보공 위에 계산대로 제작된 홍예석을 쌓아 올린다. 양쪽에서 쌓아 올린 홍예 틀 정점에 마지막으로 끼워 넣는 홍예석을 '쐐기돌(Key-stone, 이맛돌 또는 홍예종석)'이라 부른다. "쐐기돌을 박는다"는 말은 바로 무지개 틀의 완성을 뜻한다.
 
논산 채운면 원목다리 쐐기돌 무지개 틀 홍예종석(쐐기돌) 끝을 밖으로 내밀어 용머리를 조각(환조)한 모습이다. 무지개 틀 위로는 부형무사석 대신 귀틀돌을 놓아 가장자리를 마무리하였고, 상판은 흙을 다져 완성한 무지개다리다.
▲ 논산 채운면 원목다리 쐐기돌 무지개 틀 홍예종석(쐐기돌) 끝을 밖으로 내밀어 용머리를 조각(환조)한 모습이다. 무지개 틀 위로는 부형무사석 대신 귀틀돌을 놓아 가장자리를 마무리하였고, 상판은 흙을 다져 완성한 무지개다리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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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가 만들어지면 좌우 네 면으로 잘 다듬은 '벽석(壁石, 무사석(武砂石))'을 석축처럼 덧대어 쌓거나, 막돌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든다. 홍예종석 위에는 '부형(缶形)무사석(밑면을 원형모양으로 위쪽으로 솟아나게 깎은 벽석)'을 결구시킨다.

홍예와 벽이 다 만들어 지면, 그 속은 흙이나 잡석을 뒤채움 하여 다져준다. 벽석이 완성되면, 다리 너비에 맞춰 멍엣돌을 짜 결구시킨다. 귀틀돌을 무지개다리 형상에 맞춰 결구시키고, 그 위에 우물마루로 상판을 완성한다. 혹은 멍엣돌은 생략하고 귀틀돌만 놓아 흙을 다져 상판을 완성하기도 한다.

다(多) 경간 무지개다리에서, 무지개 틀끼리 만나는 하부 예각에 삼각형의 '청정무사석(두 홍예가 접하는 부분에 역삼각형으로 끼우는 벽석)'을 끼워 넣어 구조물의 변형을 막아낸다. 창덕궁 금천교와 창경궁 옥천교 청정무사석은 귀면 형상을 하고 있다.

무지개다리는 수직으로 가해지는 하중을, 원호의 무지개 틀에 고르게 분산시켜 지탱하는 원리다. 이때 분산되는 힘을 '압축력'이라 하고, 쐐기돌을 정점으로 양쪽으로 1/2씩 균등하게 배분된다. 반원을 절반으로 나눴을 때, 쐐기돌과 선단석 간 1/4 길이 원호에서 쐐기돌로부터 1/3에 해당하는 호의 지점을 '중앙삼분점(Middle Third)'이라 부른다.

무지개 틀에 가해지는 압축력 중심이 중앙삼분점 이내에 들어와 있어야만, 안전한 무지개다리가 된다. 압축력 중심이 중앙삼분점을 벗어나면 설계에 실패한 무지개다리가 된다. 반원 홍예에서 수직으로 힘을 받는 부위가 각각 1/3 길이로 균등하게 배분되는 원리다.

선단석이 지면과 맞닿는 곳엔 반력(反力)이 작용한다. '수평반력(水平反力 ; 지지면에 대한 수평 방향의 힘)'과 '연직반력(鉛直反力 ; 지지면에 대한 중력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여 무지개 틀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준다. 모든 홍예석끼리 접하는 부분은 작은 틈도 없이 정밀해야 한다. 하중을 받은 홍예 틀이 틈으로 인해 흔들린다면, 구조물에 변형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승려들이 다리 기술자
 
송광사 청량각 극락교 하부 모습 무지개다리 하부모습이다. 궁륭천장 정점에 용머리가 보이고, 개개 홍예석들이 잇닿아 있는 모습들이 선명하다. 사진 우측 하단에 커다란 선단석을 볼 수 있으며, 좌측 상단에서는 홍예석이 맞물린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송광사 청량각 극락교 하부 모습 무지개다리 하부모습이다. 궁륭천장 정점에 용머리가 보이고, 개개 홍예석들이 잇닿아 있는 모습들이 선명하다. 사진 우측 하단에 커다란 선단석을 볼 수 있으며, 좌측 상단에서는 홍예석이 맞물린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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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만들려면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고도의 기술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런 제(諸) 요건을 충족시켜내는 구심력으로, 불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생구제라는 불교계율을 활용, 재력가들의 비용과 백성들의 노동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려는 방도다. 따라서 무지개다리 축조는 주로 승려들이 맡았다. 승려들이 다리 기술자였던 것이다.

불교에선 다리를 중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 보았다. 다리를 놓는 것을 '현세에서 공덕을 쌓는 일'로 취급하였다. 무지개다리가 사찰 입구나 전각 앞에 많아지게 된 이유다. 이를 불교에서는 '무지개를 타고 속세를 벗어나 불국토(佛國土)에 들어서는 상징'으로 보았다. 불국사 청운, 백운, 칠보, 연화교가 대표적이다.

무지개다리엔 난간이나 여러 문양 등으로 장식을 한다. 쐐기돌이나, 그 위에 얹는 부형무사석에 용이나 귀면 등을 조각하여 멋을 부리기도 한다. 또한 궁륭천장 쐐기돌 한가운데 아래로 머리를 늘어뜨린 용을 만들어, 다리를 수호하고 수해(水害)를 방지하는 상징으로 삼는다. 용 입에 엽전을 매달아 다리를 놓은 중생들의 수고와 공덕을 달래기도 한다. 
 
창덕궁 금천교 청정무사석 무지개 틀 끼리 만나는 삼각형 예각에, 귀면(鬼面) 형상을 한 '청정무사석'을 볼 수 있다. 궁으로 들고나는 잡귀를 막아내고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상징이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금천 북쪽방향이다. 거북 석수가 아래 놓여 있다.
▲ 창덕궁 금천교 청정무사석 무지개 틀 끼리 만나는 삼각형 예각에, 귀면(鬼面) 형상을 한 "청정무사석"을 볼 수 있다. 궁으로 들고나는 잡귀를 막아내고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상징이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금천 북쪽방향이다. 거북 석수가 아래 놓여 있다.
ⓒ 이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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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무지개다리는 대부분 상로교(上路橋, 무지개 틀 위로 길이 지나감)다. 기술과 재료의 한계가 가장 큰 이유였고, 지형과 지질의 제약도 있었다. 무지개다리는 그 자체로 수려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린 무지개다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유려한 곡선에 그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릴 적 꾸었던 꿈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삶을 지금 다시 그려보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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