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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자마자 초등학생 조카 진욱이가 무려 1135가지 수수께끼라고 적힌 <재치 왕 유머 왕> 책을 들고 내게 왔다.

"고모~ 또 맞춰보세요. 개가 천 번 절하는 날이 뭐게요~?"

작은 얼굴에 반짝이는 두 눈을 굴리며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음~ 뭘까? 어려운데 힌트 좀 줘봐"라고 답했다. 진욱이는 역시 모를 줄 알았다는 듯이 까르륵 웃더니, 기세등등한 표정과 함께 말에 강약을 주어 대답한다.

"'개'가 '열 번'도 아니고 '천 번' 절하는 날이에요."
"뭐? 개가 열 번도 아니고 무려 천 번을? 무릎 나가겠는데. 서... 설마...'개천절'?"
"아하하하. 오~! 딩동댕! 맞았어요!"


그러나... 사실은 땡!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의미다. 원래 개천(開天)의 뜻은 고조선의 건국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 환웅이 환인의 뜻을 받아 처음 하늘을 열고 태백산의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날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밟고 서 있는 이 땅이 새롭게 태어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아이에게 답했다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수수께끼보다 재미있는 개천절의 유래, 단군신화
 
 조선 후기의 초상화가 채용신이 그린 단군.
 조선 후기의 초상화가 채용신이 그린 단군.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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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에 따르면 하늘의 신 환인에게는 환웅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땅에 관심이 많았던 환웅은 아버지 환인에게 땅으로 내려가고 싶다며 간청을 한다. 그렇다고 그를 땅 투기꾼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환웅은 3000명가량의 무리를 이끌고 땅으로 내려와 법률·행정·농사 등 인간을 이롭게 만들어주는 360가지의 일을 다스린다.

어느 날, 환웅에게 호랑이와 곰이 찾아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에 환웅은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기다리면,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최초의 거리 두기였다. 얼마 안 가 호랑이는 포기하고 뛰쳐나갔지만, 곰은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끝까지 인내하다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리고 '웅녀'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환웅과 혼인을 올린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단군왕검이다. 단군왕검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우게 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과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이화세계'의 이념은 오늘날에도 우리나라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이념이다. 

그런데... 양력 10월 3일이 개천절이 된 이유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처음 '조선'을 세웠다. 우리 민족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렀다. 한 해 농사를 추수하고, 감사의 의미로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제천행사를 행하는 10월을 가장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3일의 3이라는 숫자는 길수(吉數)로 여겼다.

사실 개천절을 기념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다. 독립운동가 나철은 1909년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이라 부르기 시작, 하늘에 제를 올리고 매년 행사를 열었다.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음력 10월 3일을 우리나라의 국경일로 선포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개천절은 어째서 양력 10월 3일인 것일까. 대한민국 수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내왔지만, 두 가지 이유에 의해 양력 10월 3일로 변경됐다.

첫 번째, 1949년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음·양력 환용(煥用) 심의회'의 심의 결과 음. 양력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10월 3일'의 기록이 소중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1949년 10월 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력 10월 3일이 양력 10월 3일로 변경됐다. 

국경일인 개천절, 올바른 국기 게양법  
 
올바른 국기 게양법 개천절처럼 국경일 및 기념일에는 깃봉과 깃 면 사이를 떼지 않고 게양한다.
▲ 올바른 국기 게양법 개천절처럼 국경일 및 기념일에는 깃봉과 깃 면 사이를 떼지 않고 게양한다.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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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은 단군왕검이 최초의 민족국가 단군조선 건국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대 국경일에 속하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는 국기를 게양한다. 개천절은 공휴일과 동시에 국경일이기에 국기를 게양해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올바른 국기 게양법에 대해 알아보자.

개천절처럼 국경일 및 기념일에는 깃봉과 깃 면 사이를 떼지 않고 게양한다. 현충일처럼 조의를 표하는 국가장에는 깃 면의 너비만큼 내려서 달아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에 달아주면 되지만, 단독주택은 집 밖에서 보았을 때 대문의 중앙이나 왼쪽에 달아야 한다. 태극기를 다는 시각은 오전 7시이며, 내리는 시각은 3~10월은 오후 6시, 해가 일찍 지는 11~12월은 오후 5시까지다. 단, 심한 비나 바람 등으로 국기가 훼손되어 그 존엄성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달지 않는다.

새 희망으로 역사를 써나가는 개천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 인간'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더불어 교육이념이기도 하다. 이는 사랑, 존중, 복지, 봉사, 평화, 공정, 정의, 민주주의, 공동체 정신 같은 여러 가지 의미로 설명, 내세의 행복이 아닌 현세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뜻도 함께 포함돼 있다.

선조들은 일제 강점기 시기에도 개천절을 기념함으로써 새 희망으로 역사를 써나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오늘날에도, 우리가 모두 새 희망으로 역사를 써나가길 희망해 본다. 

이번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개천절이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닌,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 이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개천절 수수께끼가 담긴 책을 덮은 조카에게 '라떼'의 초등학생 비장의 무기인 '최불암 시리즈'를 알려줬다. 아이는 즐거운지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웃는다. 역시 클래식은 영원하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갈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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