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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나 'SKY'만 조명하는 우리 사회에서 한 켠에 밀려나 조명받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8월부터 학력으로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청년들을 마주했습니다. '전문대 출신 기자는 처음이시겠죠'는 전문대 간호학과 출신인 제가, <대학알리>에서 활동하며 저와 닮은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가감 없이 전하는 인터뷰 기획입니다. [기자말]
 기자들의 모습.
 기자들의 모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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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고졸 신화' 같은 제목으로 학벌을 극복한 각계각층의 성공 신화를 기사로 씁니다. 철만 되면 '학력 차별', '고졸 유리천장' 등을 주제로 기획기사도 쓰죠. 대체로 학력 차별을 비판하는 논조입니다. 그런데 정작 언론계에서 고졸 출신은 거의 없습니다." (박창민)

대부분의 언론사는 기자 지원 자격 조건에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합니다. 박창민 <일요시사> 기자는 대학 졸업장이 없었습니다. 지난 8월 만나 이야기를 나눈 그는, 취업 준비 당시 언론사 채용 공고가 올라와도 지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번번이 그의 학력이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총체적으로 어렵긴 했습니다. 고졸 출신으로 기자가 되는 것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었어요.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도 고졸 기자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고졸이 기자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가 <일요시사>에 기자로 입사할 수 있었던 건 공개 채용(아래 공채)으로 기자를 뽑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요시사>는 그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이처럼 일부 언론사 중엔, 공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비교적 기자를 뽑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언론사조차, 4년제 대학교 졸업이라는 '학력'을 암암리에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창민씨는 졸업장이 없는 그가 <일요시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언론사에는 고졸, 전문대 출신 기자가 얼마나 존재할까요.

언론사엔 '고졸 신화'가 없다 
 
언론연감 출처;언론연감
▲ 언론연감 출처;언론연감
ⓒ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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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대부분 4년제 대학을 나왔습니다. 설령 대학 졸업장이 없더라도, 한 번씩은 대학에 발을 담근 경험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대학을 중퇴한 기자가 두 명 정도 있어요. 이들 외에는 대학을 안 나온 기자는 한 명도 보지 못 했어요.

대외적으로 소설가 김훈(한국일보), 정치평론가 조갑제(월간조선) 등이 고졸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김훈은 고려대, 조갑제는 부산수산대를 중퇴했죠. 옛날에는 고졸 출신을 적게나마 뽑긴 했나 봐요. <언론연감 통계>에 집계된 고졸 기자들은 아주 오래전 기자가 된 사람일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아마, 메이저 언론사에는 고졸, 전문대 출신이 거의 없습니다. 진보적 성향을 띄는 언론사인 <한겨레>, <경향신문>조차도요. 언론에서는 '고졸 신화' 같은 제목으로 학벌을 극복한 각계각층의 성공 신화를 기사로 씁니다. 철만 되면 '학벌 차별' '고졸 유리천장' 등을 주제로 기획기사도 쓰죠. 대체로 학력 차별을 비판하는 논조입니다.

그런데 정작 언론계에서 고졸 출신은 거의 없습니다. 기자들의 90%가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석박사 출신도 많아요. 고졸은 뽑지 않은 건지, 고졸들이 지원하지 않은 건지, 애초에 고졸은 기자가 될 수 없는 구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러니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렇듯 언론연감의 통계만 보아도 고졸, 전문대 출신의 기자의 수는 현저히 적습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자격이 부족했던 걸까요. 기자로서 매서운 기사를 작성해내는 능력이 없었던 걸까요,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차별을 인정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걸 아직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대학에 가지 않은 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기자라는 꿈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제가 대학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3살 때 패션 전문지에서 인턴기자를 했습니다. 일이 재미있었죠.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기사 쓸 때는 엄청나게 몰입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갔습니다.

2013년 가을에 광화문에 큰 집회가 있었죠. 이때 치열하게 현장을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뛰었고 처음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다고 꿈꿨습니다. 그동안 학벌 때문에 수많은 벽이 있었지만, 아쉽거나 후회스럽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였죠.

저에게는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입시에 실패한 이후 지방대라도 갈 수 있었고, 재수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안 가겠다고 선택했죠. 선택은 늘 책임과 대가가 따르잖아요. 저에게 그 책임과 대가가 고졸로서 겪는 사회적인 차별 혹은 어려움입니다. 대학을 안 간 책임을 스스로가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말해 저는 차별을 인정했습니다."


차별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긴 했지만, 때로는 차별을 인정하는 게 덜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차별에 무뎌져 갔습니다. 남들보다 공부를 잘 못한 내 탓, 겨우 전문대에 진학한 내 탓으로 생각하며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기회들에 분노하기보단 인정했습니다.

전문대생이라는 이유로 받을 수 없는 장학금도, 전문대생이라는 이유로 지원할 수 없는 아르바이트도, 전문대생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하는 어른들의 시선도 인정했습니다.

누군가는 왜 학력 차별에 대항하지 못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차별에 분노했을 때 제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공부 더 열심히 하지 그랬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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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저는 전문대 출신입니다, 그리고 기자를 꿈꿉니다 
① "학원 보조교사 알바를 구할 때도 '4년제'를 원해요"

덧붙이는 글 | '대학생이, 대학생을, 대학생에게 알리다.‘ <대학알리>는 학교에 소속된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지고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창간되었으며, 보다 자주적이고 건강한 대학 공동체를 위해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비영리독립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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