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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는 회원 소모임 <페미워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페미워커클럽>은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함께 감상하고, 성평등 노동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일하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비평한 문화의 이야기를 '페미워커의 모두까기'라는 제목으로 비정기 연재한다.[편집자말]
 온라인 모임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소모임 '페미워커클럽'
 온라인 모임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소모임 "페미워커클럽"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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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안 나와도 된다더라."

방역 수준이 2.5단계로 올라간다는 뉴스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는 갑작스럽게 쉬어야 했다.

카톡방에서는 각자의 소식을 나누었다.

"이번 공연도 취소됐어."

연극을 하는 친구는 어디에서 연습해야 할지 막막해했다.

"나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인턴에 합격했던 친구는 비행기표를 끊으려던 순간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이제는 인턴도 잘 구하지 않는데, 인턴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코로나 상황을 맞이했지만, 결국 나누는 고민과 감정은 비슷했다. '지금의 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끝나는 날이 올까?'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의 불안한 삶도, 언젠가는 해결되어 우리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9월 18일 오후, 페미워커클럽은 최근 서울시에서 열린 <청년여성이 말하는 '코로나와 나의 일'> 온라인 포럼의 자료집을 읽고,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고되었고, 누군가는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속 일해야 했으며, 또 누군가는 아이가 집에 있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우리 사회의 노동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매일 올라오는 각종 분석과 기사가 말해주었다. 청년은, 여성은, 비정규직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쉽고 편하게 사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인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성노동자의 타격
 
 코로나19와 여성노동자
 코로나19와 여성노동자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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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1649만 명으로, 남성 590만 명보다 여성 1059만 명에 집중되어있다. 5월 대비 남성은 26만 명 증가했으나 여성은 28만 명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비경제 활동 인구의 42%가 육아와 가사를 위해 쉬었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노동시장에 두드러졌다고 평가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비정규직, 시간제로 일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더 심해졌다. 첫 순서로 함께 읽은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좋은 일자리와 소득보장' 발제문에서는 기술진보가 만든 노동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한다.

페미워커클럽 회원들도 발제를 들으며 '액화노동' 개념에 주목했다. 특히 비대면/IT산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뉴딜정책에 비판이 쏟아졌다. 디지털 자본주의가 노동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시기 정부가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포괄적 고려없이 비대면 노동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낸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는 생각들을 공유했다. 

이어 디지털 자본주의가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게 된 이유를 변화된 노동시장 환경을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액화노동'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릴 때, 불안정해지는 삶은 가려지고 이런 노동이 세련된 형태의 일자리처럼 포장된다.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노동자들이 그렇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이렇게 계약관계로 묶여있지 않은 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음을 지적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고용계약 없이도 일하기도 하고 미래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으며, 또한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해 이런 재난상황에 취약하다. 최근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ᅠ페미워커클럽 회원 라브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막막하다고 이야기했다. 프리랜서 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도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말해주었다. 또 다른 회원 안녕은 자료집 중 여성 프리랜서들이 느끼는 고립감에 대한 인터뷰 내용에 공감하며 코로나19가 만든 우울감이 전 사회적으로 퍼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바미 회원은 최근에 읽은 기사를 공유하며, 안정된 직장에 안정된 고용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은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비정규직 등 불안정노동자들이나 자영업자 등은 거리두기가 삶에 주는 영향이 큰 점에 대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방역에 대한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참고 기사: '방역 비용'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치르고 있을까?)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과거 파출부나 도우미처럼 하대하던 가사노동자를 요즘에는 '헬퍼' 등의 호칭으로 부르며 우대하는듯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플랫폼 기업의 임원이나 관리직들은 대부분 남자이고, 광고하는 것처럼 대우를 받으며 일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사실도 공유해주었다. '여성적 노동'이라고 불리는 돌봄노동, 가사노동이 저평가되는 상황에 정부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니 플랫폼 기업들이 이러한 인식을 이용해 마음대로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도 이야기해주었다.  

'돌봄' 뉴딜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여성노동
 코로나19와 여성노동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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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발제문에서는 코로나시대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여성일자리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발제에서 다양한 통계를 이용해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자료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코로나 이후 월 평균 수입이 2.7만 원으로 떨어졌다. 학교가 개학을 하지 않으며 강사의 99.7%가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살펴봤을 때 가사서비스 노동자와 방과후학교 강사는 각각 16%, 13%로 10명 중 2명도 채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페미워커클럽 회원들은 정부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못했을 '배젴되고 가려진' 여성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염려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지윤 회원은 미등록 이주여성노동자이 많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면서도ᅠ누군가의 집으로 돌봄노동을 하러 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어 돌봄노동에 대한 생각들을 말해주었다. 대면하여 하는 일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는 흐름 아래에, 돌봄노동의 가치도 함게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한 회원도 있었다. 이런 평가는 더 나아가 평등한 돌봄을 배우고 체화하기까지 어렵게 하고, 결국 돌봄의 젠더화를 강화하는 영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발표한 뉴딜정책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었다. 우리는 자료를 보면서 황당했다. 특히나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돌봄노동 로봇을 만들겠다는 계획 어디에도 지금의 돌봄노동자들은 없었다. 정부가 IT기업을 키워주겠다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돌봄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말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캐나다의 정책과는 비교되는 내용이었다. 캐나다는 지난 5월에 간호사, 요양보호사, 준의료활동 종사자, 의료시설에 근무하는 청소원이나 구내식당 직원 같은 지원인력 등을 모두 '필수 노동자'로 정의하고 임금을 인상했다. 코로나로 생긴 가장 커다란 공백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돌봄'의 영역을 뽑아야 한다 생각한다.

전국 학교의 개학이 미뤄져 아이들은 종일 집에 있어야 했고, 이는 누군가가 아이들을 '종일' 돌봐야 한다는 말과 같았다. 누가 돌봤을까? 엄마, 할머니, 이모, 언니, 어쩌면 플랫폼 노동자의 대학생 언니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여성들은 일을 그만두면서, 또 다른 여성은 일거리를 집에 가져와서 '돌봄노동'을 수행했다. 혹은 적절하게 돌봄노동이 배치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많은 경우, 돌봄의 공백은 더 큰 사고로 이어졌다. 

청년 여성으로서 나는

우리는 모임을 가지며 청년 여성 노동자 당사자로서 내 삶에 닥친 코로나19의 여파와 이를 견뎌내고 있을 또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그리고 정부 정책이 여성의 재난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보았다.

발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을 나누는 대화에서도 다양한 차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의 동료가 있었으나 회사가 이를 고려하지 않아 업무가 늘어난 회원도 있었고,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잠자는 공간만이 아닌 더 확장된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회원도 있었다.

특히 대학생인 나는 오프라인 개강 연기를 기다리다가 온라인 개강 전환이 되어도 하숙집이나 기숙사를 빼지 못하고 큰 액수의 월세를 내야 한 친구들의 상황을 들을 때나,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물류센터 냉동창고에서 단기간 노동을 해야 했을 때, 코로나19가 가져온 불안정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서 '여성의 노동'은 무엇일까?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코로나19 때문에 그 그림을 몇 번이고 계속 다시 그리는 것 같다. 함께 읽은 자료집에는 프리랜서 여성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다. 형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액화노동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삶의 모든 부분을 살펴야 빈틈이 생기지 않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부디 다시 그리는 그림들이 빈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청년 여성으로서 그 틈에 빠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싶다. 누구도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획]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http://omn.kr/1nq59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혜리 님은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소모임 '페미워커클럽'의 멤버 입니다. '페미워커클럽'은 매달 1-2회 온/오프라인 모임을 열어 영화·전시·공연 감상, 북세미나 등 함께 즐기고 비평합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은 한국여성노동자회 이메일(kwwa@daum.net)로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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