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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제 지심도 항공사진.
 경남 거제 지심도 항공사진.
ⓒ 경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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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장관님, 혹시 거제의 작은 섬 지심도를 아시는지요? 섬 전체가 원시림이고 그중 70% 이상이 수백 년생 동백나무로 들어찬 동백섬입니다. 이 섬 주민들은 지금 거제시에 의해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거제시가 국립공원 자연학습장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적으로 주민들 강제 이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지심도 관광개발 두고 주민-거제시 논란 http://omn.kr/1o4sw)
  
지심도를 만든 건 '주민들'입니다 

지심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던 덕에 원시림이 완벽히 보존된 그 자체로 생태 학습장입니다. 이미 연간 관광객 15만 명이 찾는 관광 섬입니다. 거제시가 더 이상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학습장이고 관광 섬입니다. 관광 개발을 할 이유도 명분이 전혀 없는 섬입니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도 '거제시의 국비 지원을 거절했고 민간 개발도 안 된다'며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경남도에서도 주민 강제 이주 개발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에서는 강제 이주 개발안에 협의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국립공원지역인지라 환경부에서 반대하고 경남도에서 개발에 협의해주지 않으면 거제시가 아무리 개발을 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명분 없는 개발 계획을 철회하지도 않고, 주민들에게는 불법 행위 엄단하겠다며 협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심도의 동백숲
 지심도의 동백숲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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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관광객 만 명도 안 되던 지심도를 각고의 노력 끝에 연 15만 명이나 찾는 관광 섬으로 만든 것도 거제시가 아니라 '주민들'입니다. 1999년 유자, 밀감나무 등 유실수가 태풍에 죽어버리자 새로운 생계수단을 찾던 주민들이 관광업으로 섬의 활로를 정하고 20년간 피땀 흘려 가꿔서 오늘의 지심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관련 기사: 동백꽃 아니 피었어도... 함께 걸어볼랑가, 혼자 걸어볼랑가 http://omn.kr/fkgf)

주민들 자신들의 돈으로 최초의 지심도 조감도를 만들었고, 신문 광고는 물론 16대의 관광버스에 광고판을 부착해 무명의 지심도를 동백섬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도 주민들입니다. 주민들은 고속버스 휴게소를 찾아다니며 관광버스 기사들에게 해마다 20만 장의 전단지를 제작해 뿌리기도 했습니다.

거제시가 도움을 주지 않자 마을 길도 주민들이 돈을 모아 포장했고, 오디오 가이드도 주민들 돈으로 설치했습니다. 주민들은 또 가족 여행객 유치를 위해 선착장 부근에 풀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시설한 것입니다. 발전소 건설업자들이 전봇대를 설치해 경관을 해치려는 것을 막아내고 해상 경관을 지킨 것도 주민들이었습니다. 

몇 번씩이나 화재가 나서 지심도 동백 숲을 태울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앞장서 불을 끈 것도 주민들이었습니다. 수십 년 간 지심도를 지키고 지심도를 전국의 대표적 관광 섬으로 가꾼 것은 거제시가 아니라 바로 지심도 주민들이었던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하다
  
 거제시가 재정사업과 민간투자방식으로 지심도를 관광개발 하기로 검토하면서, 지심도에 사는 주민과 거제시가 관광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거제시가 재정사업과 민간투자방식으로 지심도를 관광개발 하기로 검토하면서, 지심도에 사는 주민과 거제시가 관광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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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시가 재정사업과 민간투자방식으로 지심도를 관광개발 하기로 검토하면서, 지심도에 사는 주민과 거제시가 관광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거제시가 재정사업과 민간투자방식으로 지심도를 관광개발 하기로 검토하면서, 지심도에 사는 주민과 거제시가 관광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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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환경부에서 지심도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망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심도 주민들은 길게는 70년, 짧아도 20년 이상을 섬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땅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는 이유로 거제시에 의해 하루아침에 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지심도 주민들이 강제 추방당하지 않고 섬에서 살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환경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를 매정하게 짓밟고 만 것입니다.

거제시가 국립공원구역인 지심도에서 주민들을 강제 추방 시키려는 명분은 주민들이 일부 건물을 무허가로 증축하고 무허가 식당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삶이 합법화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습니다. 환경부에 의해 국립공원 내 마을지구 지정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환경부는 지심도 주민들이 자신들의 주거지를 마을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지만 이를 가혹하게 뿌리쳐 버렸습니다.

환경부가 최근 국립공원위원회에 올라갈 공원구역 변경 심의 안건에서 지심도 주민들의 마을지구 지정 신청의 건을 제척시켜버린 것입니다. 경상남도 섬 정책 보좌관이 환경부 자연공원과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한 사항입니다. 환경부는 지심도 주민들이 국립공원위원회의 판단을 받아 볼 기회마저 박탈시켜버린 것입니다. 거제시가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환경부의 제척의 사유라 합니다.

그런데 지심도 바로 옆 거제의 섬 내도의 마을 지구 지정은 안건으로 상정이 됐습니다. 게다가 지심도의 마을지구 지정은 같은 국가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최근 거제시에 권고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주민들이 다시 생존할 기회의 싹을 잘라버린 것입니다. 지극히 행정 편의적이고 불평등한 데다 인간에 대한 배려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비인간적 행정의 태도입니다. 주민들의 삶의 환경을 파괴하는데 일조하는 환경부가 과연 진정한 환경부라 할 수 있겠습니까?

환경부가 지심도 주민들의 마을 지구 지정 신청을 국립공원위원회의 안건으로조차 채택시키지 않은 것은 위법적이기도 합니다. 환경부가 지난 8월 19일 '지심도 주민 이상철 외 14명에게 보낸 공문'에는 분명 "자연공원법 12, 15조에 따라 공원 구역 변경안에 대해서는 주민공람(9.8~9.22) 및 공청회(9.23) 등 의견 수렴, 관할 시, 도지사의 의견 청취, 관계 행정 기관과의 협의 및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열리지 못했고, 당연히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경남 도지사의 의견도 청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지심도의 마을 지구 지정 신청 안건을 제척 시켜 버린 것입니다. 환경부는 스스로 공표한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파괴한 위법을 저지른 것입니다. 환경부는 오로지 거제시와 협의만을 거쳤을 뿐이지요.

도대체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 도지사의 의견 청취도 거치지 않고 안건을 제척할 권한을 누가 환경부에 주었단 말입니까? 더 개탄스러운 것은 지심도 마을지구 지정 안건에 대한 제척이 주민 공청회가 예정되어 있던 9월 23일 이전에 결정됐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공청회는 왜 하겠다고 한 것인가요? 요식행위에 불과한 공청회조차도 거치지 않고 결정했으니, 환경부의 공청회는 요식행위에도 못 미치는 말장난일 뿐입니까? 환경부의 위법적인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심도 섬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관광개발을 하겠다는 거제시와 거제시의 만행을 알고서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환경부가 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그동안 지심도 주민들이 섬에서 일부 위법을 저지르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민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 땅을 빼앗겼던 주민들이 해방 후 지심도에 다시 돌아왔지만 대한민국 국방부가 다시 땅을 빼앗아 가버리자 주민들은 건물 소유권만 지닌 채 50년 넘게 임대료를 내고 살아오면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부 증축도 하고 무허가로 영업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지심도 마을지구 지정 신청 안건' 상정되어야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28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2019년 8월 28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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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공원법(자연공원법 시행령 14조의3 제4항)상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증축은 물론 신축, 이축까지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지심도 주민들은 땅을 빼앗긴 탓에 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일부 위법을 하며 살아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주민들의 위법은 결코 주민들의 죄가 아닙니다.

그런데 2017년 국방부로부터 지심도 땅을 매입한 거제시가 이를 빌미로 주민들을 강제 추방한 뒤 관광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생존의 터전인 지심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마지막 희망을 걸고 환경부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습니다. 그것이 국립공원 마을 지구 지정입니다. 주민들의 주거지가 마을 지구로 지정되면 주민들의 삶이 합법화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주민들의 간절한 손길을 매정하게 뿌리쳐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심도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경남 도지사의 의견 청취도 무시하고서 말이지요.

이는 힘없는 지심도 주민들의 권리를 짓밟고 경남도지사의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는 위법한 행정 행위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합당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마을지구 지정이 환경부에는 그저 하나의 행정 행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지심도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입니다. 장관님께서 이제라도 지심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남도지사 의견을 청취해 주십시오. 아울러 지심도 마을지구 지정 신청 안건을 국립공원 위원회에 상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2020년 9월 23일 사단법인 섬연구소장 강제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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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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