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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는 채식주의자였다. 하지만 설령 당신이 '악한 음식'을 아주 좋아하고 채소 스튜, 우유, 꿀 푸딩을 날마다 먹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당신은 식생활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을 생각보다 많이 따르고 있을 것이다."(142쪽)
      
마틴 코언의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간이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는 삶이 피타고라스의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관찰한 그는 모든 사물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그것을 삼각형의 원리에 도입했고, 그것이 인간의 식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말입니다.
 
마틴 코언의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책겉그림 마틴 코언의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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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코언은 영국의 철학자입니다. 철학자가 음식에 관한 책을 썼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과학이나 생물학적인 원리보다도 그저 생각이나 삶의 원리에만 치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식견에 관한 내용은 여러 의학과 생물학을 종합해서 비교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간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삶이 철학을 바탕으로 두고 세워졌다는 것을 놓칠 순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음식도 예외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니체나 데카르트나 존 로크 플라톤 등 여러 철학자들의 음식관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음식 취향이 영양학적으로 좋다거나 혹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삶의 활동 속에서 그런 음식을 취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중에 플라톤은 곡물과 식물과 과일과 더불어 고기와 와인을 좋게 생각했다는데 반해 니체는 과일이나 채소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고대의 국가들은 대부분 곰팡이, 흙, 식물을 사용해 세균 감염을 치료했다. 고대 세르비아, 중국, 그리스에서는 오래되어 곰팡이가 핀 빵을 상처에 대고 누르는 방법으로 감염을 예방했다."(190쪽)
 
현대의학계만 미생물을 이용한 게 아니라 고대 국가들도 그 당대의 미생물을 이용해 인간의 삶에 적용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인간의 정신은 장내 세균들에 의해 조정을 받아 온 삶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대장 속에 살아 움직이는 미생물들 가운데는 유익균과 유해균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고, 그것들이 인간의 장을 더욱 건강하게 가꿔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듯 이 책은 몇 천년 전부터 최근의 철학자들까지 소환해서 음식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까지도 건드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다국적 기업과 자본의 논리라든지, 현대판 빈곤과 영양실조라든지, 사막화와 기후 변화까지도 음식 문제에서 그 해결점을 찾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무화과가 남성의 고환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있다. 내 생각에는 타당성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어쨌든 무화과는 씨를 가득 품고 있고, 익으면서 둘로 갈라지긴 한다. 그리고 무화과를 먹으면 남성의 정자 수와 활동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462쪽)
 
이 책 후반부의 '부록'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모양만으로 효능을 알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토마토는 인간의 심장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에 심장에 좋다든지, 호두는 뇌와 비슷해서 신경 장애와 정신질환에 좋다든지, 포도는 폐와 비슷해서 혈압을 조절하는데 효능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으면 음식에 관한 모든 생각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별히 오늘날의 음식에 대한 관점은 철학의 역사와 결코 뗄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지은이), 안진이 (옮긴이), 부키(2020)


태그:#음식 , #코언 , #음식과 철학, #피타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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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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