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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코로나 재확산 이후 맞는 명절입니다. 겪어보지 못한 재난 앞에, 명절을 맞는 자세도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추석이라면 으레 지내던 차례, 가족과의 단란한 모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못 하거나 안 하는 게 많아진 이번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2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에 추석 승차권 예매일 변경 안내문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2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에 추석 승차권 예매일 변경 안내문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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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추석이다. 예년 같았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고향 가는 KTX 표를 예매하기 위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번갈아보며 클릭질에 열중했을 테지만, 올해는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추석 연휴를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며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기 전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서 "이번에는 아무래도 올 수 없겠지. 그냥 서울에서 편하게 지내"라고 말씀하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와 집만을 반복해 오가며, 주말에도 동네 마트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명절 연휴에도 갈 곳을 잃었다.

5년 전, 부모님께서 2년에 한 번씩 추석에는 고향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처가든 여행지든 어디를 가든 다른 일정으로 긴 연휴의 혜택을 누리라고 말이다. 첫 해는 처가에 갔다. 매년 명절이 지나고 다가오는 주말에 방문했던 터라, 당일 방문하니 처가 식구도 적잖이 어색한 느낌이었다.

2년 후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주말에 보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계획을 바꿔 여행을 도모했으나 예약이 가득했고 비용마저 만만치 않아 실패했다.

올 추석은 다른 이유로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주위에도 고향을 방문한다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직장 동료는 본가와 처가 모두 같은 지역이다. 부모님은 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처가에선 아직 아무 말씀이 없어 아내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했다. 가든 안 가든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명절을 소풍처럼, 일상처럼 보낸다면 어떨까
 
 내년, 내후년 명절의 풍경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내년, 내후년 명절의 풍경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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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성묘하고 돌아오며 형과 명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장남인지 아닌지, 아들인지 딸인지의 구분 없이 번갈아 차례를 준비하거나, 온-오프라인의 제한 없이 차례를 지낼 것 같다고. 우리 세대까지는 그럭저럭 이런 관행이 이어지겠지만, 다음 세대에선 지금의 명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일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급변하는 일상을 버텨내는 사이, 더 이상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는 부모님의 어깨는 점점 내려앉고 허리는 더욱 굽었다. 더욱이 아버지는 암 투병 후 추적 관리 중이고 어머니는 안과 질환으로 치료 중이다. 홀로 계신 장모님은 3년 전 뇌경색 진단을 받은 후 매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최근에는 거동이 급격히 불편해지셨다.

시월의 첫날,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따뜻한 밥을 함께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영상 통화로 안부를 전하며 랜선 차례를 시도하려 한다. 또 몸이 불편하신 장모님은 우리 집으로 모셔서 연휴 동안 함께 지낼 거다.

내년, 내후년 명절의 풍경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고 싶다.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명절이 아니어도 우리가 함께 모여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거창한 여행은 아니어도 옹기종기 모여 봄꽃은 장모님과 단풍은 부모님과 즐긴다면 어떨까. 1년에 두어 번 명절이 되어야만 찾아뵙던 것에서 소박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으로 바꾸면 어떨까.

'매년 이렇게 보낸다고 해도 앞으로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손가락을 펼쳐 세어본다. 5번? 10번?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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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책 : <육아의 온도>(2014, somo), <육아살롱 in 영화, 부모3.0(공저)>(2017, 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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