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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님께.

지난 21일 우연히 뉴스를 보다 임은정 검사님이 대검찰청감찰연구관으로 발령 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검찰의 감찰 정책 수립부터 검사의 위법, 비위 사실에 대한 조사 및 징계를 할 수 있는 자리라고 하더군요.

검찰은 다른 국가기관에는 쇠몽둥이를 휘두르면서 내부 비리엔 솜방망이조차 들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2019년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검찰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3.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 2년 연속 '대통령' http://omn.kr/1juh8 )

국민 100명 중 검찰을 신뢰하는 사람이 채 4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검찰이 스스로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국가 최고 법 집행기관'의 현실이 말입니다.

<오마이뉴스> 조사만이 아닙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도 검찰은 법원, 경찰, 교도소, 보호관찰소 등 5개 형사사법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습니다. 이쯤 되면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개혁, '바꿀 개(改)'에 '가죽 혁(革)'을 써서 개혁입니다. 가죽을 벗어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란 뜻이죠. 기존의 나를 버리고 온전히 새로 탈바꿈하려는 의지 없이 개혁은 있을 수 없다는 걸, '개'와 '혁' 두 글자가 말하고 있습니다.

개혁이 필요한 곳이 어디 한두 곳뿐이겠습니까만, 다른 어느 조직보다 개혁이 필요한 곳이 검찰입니다. 한 단어처럼 여겨지는 '검찰개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에서 외쳐졌던가요.

사람이 죽어도 공정하지도, 수사 의지도 없던 검사

검찰의 문제는 다른 누구보다 저와 제 가족이 잘 알고 있습니다. 동생이 떠난 뒤 저희 가족이 겪은 고통 대부분을 가해자인 의사보다 검찰이 주였으니까요.

수사 의지가 없었습니다. 불과 스물다섯의 건강한 청년이 성형수술 중 3500cc의 피를 흘리고 숨졌는데, 검찰은 사건이 송치된 지 10개월 동안 의사들을 단 한 번도 불러서 조사하지 않았죠.

공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고 약속한 의사가 자리를 비우고 의전원 졸업 6개월 차인 초짜 의사가 수술을 이어받았는데도, 그마저도 나가고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겨 결국 숨졌는데 단지 실수라고 봤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만 적용했죠. 의사가 환자에게 거짓된 약속을 하고 수술비를 받아 챙겼으니 사기이고, 환자가 위험에 빠진 징후가 농후한데도 칼 댄 곳을 수습하지 않고 떠났으니 상해였지만, 검찰은 모두 인정하지 않았죠.

봐주기까지 했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A검사는 자식을 잃은 저희 어머니에게 "의사들은 면허가 정지되는 의료법 위반만 두려워한다"라고 본인이 먼저 말하더니, 그 의료법 위반 혐의를 불기소했지요. 지난 15일 방송된 <PD수첩>'1258회 검사와 의료사고'에 따르면 경찰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자 담당 경찰을 불러 의료법은 빼고 송치하라고도 했습니다.  

어린 자식을 잃은 어머니였습니다. 부모의 죽음을 천붕, 그러니까 하늘이 무너진다고 표현하지요. 자식을 먼저 잃는 참척(慘慽)은 천붕보다도 비통한 일이라고 합니다. 공자가 떠난 뒤 서하에 머물렀던 자하가 아들이 죽고서는 울다가 시력을 잃었으니, 참척은 천붕보다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요.

그 어머니에게 검찰이 한 행위는 참담하다 못해 서글퍼질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오타도 있었던 불기소 이유통지서에 적힌 근거는 A 검사의 봐주기 노력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지요. 의료 전문 감정기관들의 의료법 위반 판단은 제대로 언급하지도 않고, 불기소에 유리한 귀퉁이 한 문장 '뼈 출혈이 지속되면 주로 오랜 시간 압박을 하여 지혈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며, 이러한 지혈의 경우 특별한 술기(기술의 오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출혈이 지속되더라도 봉합을 시행하고 수술을 종료하는 것이 가능하다'를 빼다가 박약한 논리의 근거로 삼은 행위는 얼마나 얄팍했던가요.

그들은 친구였고, 검찰은 식구를 감쌌다

그리고 찾아본 A검사의 이력은 사고 성형외과를 대리한 B변호사와 놀랍게도 같았습니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고, 같은 해 사법시험에 합격해, 함께 연수원 생활을 했습니다. 부족한 수사의지, 공정하지 않았던 불기소에 대한 의문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풀렸습니다.
 
검찰로부터 받은 항고기각 통지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와 대학병원, 중재원의 의료법 위반 판단에 대한 반박은 전혀 없다.
▲ 검찰로부터 받은 항고기각 통지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와 대학병원, 중재원의 의료법 위반 판단에 대한 반박은 전혀 없다.
ⓒ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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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죄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명백히 눈에 보이는 죄를 덮는 것도 문제입니다. 검찰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길 바라며 고등검찰청에 항고했죠. 하지만 검찰은 항고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검찰의 항고기각 이유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이 항고사건의 피의사실과 불기소이유의 요지는 불기소처분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결정서 기재와 같으므로 이를 원용하는 바, 일견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불기소처분 검사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볼 자료 없으므로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검찰의 판단은 옳다는 것이죠.

또 한 명의 억울한 죽음과 그 검사의 승진

A검사가 저희 가족에게만 이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억울한 피해자가 또 있었습니다. 제 동생의 억울한 사건이 MBC < PD수첩 >에서 방송된 직후, < PD수첩 > 유튜브 영상에 놀라운 내용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A검사에게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가 나타난 것이죠. 

11세의 어린 나이에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성은양의 어머니였습니다. PD수첩에서는 그 제보가 사실인지를 검증했고, 지난 15일 '1258회 검사와 의료사고'에서 이 사건을 방송했습니다. 이 또한 충격이었죠.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일시적 호흡곤란으로 산소 공급을 위해 방문한 대학병원에서, 김성은양은 전공의의 무리한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가 입에서 빠졌는데 이를 병원에서 빨리 발견하지 못한 기본적인 실수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사재판에서 대법원까지 대학병원의 과실을 인정했고, 대학병원도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했죠.
 
 구급대원은 고 김성은 양의 산소포화도가 96%까지 회복됐다고 작성했으나, 검찰은 이 부분을 누락해 작성했다.
 구급대원은 고 김성은 양의 산소포화도가 96%까지 회복됐다고 작성했으나, 검찰은 이 부분을 누락해 작성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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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검사만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PD수첩>에 따르면 불기소 이유서에는 인공호흡 튜브가 빠지게 된 인과관계가 병원 의무기록지에 적힌 순서와 반대로 되어 있었죠. 병원으로 가는 도중 구급차에서 측정한 산소포화도 기록도 병원에 유리하게 사실을 편집했습니다. 구급차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으며 성은양은 76%, 87%, 92%로 산소포화도가 호전되었으나 A검사는 뒷부분 수치를 빼고, 76%만 남겨 마치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쁜 아이가 병원에 도착했기에 병원에서 손쓸 방법이 없었던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이를 근거로 과실치사 무혐의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의료사고 유족들에게 상처를 입힌 A검사는 검찰총장에게 의료 부문 공인 전문검사로서 블루벨트 인증을 받았습니다. 소속도 검사들이 선망한다는 반부패수사부로 옮겼죠. 검사는 잘나가는데 그가 맡은 사건 유족들은 모두 분노와 애통함에 눈물만 흘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방송을 보고 분노한 시민의 국민청원도 올라왔습니다. 두 명의 억울한 죽음을 덮은 A 검사에 대한 감찰과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PD수첩'에 보도된 성재호 검사에 대한 감찰과 관련자 처벌을 바라는 청원이 게시되었다.
 "PD수첩"에 보도된 성재호 검사에 대한 감찰과 관련자 처벌을 바라는 청원이 게시되었다.
ⓒ 청와대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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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검사님께 간절히 청합니다. 

부디 고 권대희(24)와 고 김성은(11) 두 어린 죽음의 진실을 다시 들여봐 주십시오. 가족 잃은 유족의 가슴에 평생 사무치는 원한을 새기고, 결코 잊지 못할 억울함을 새긴 A검사의 만행을 바로잡아 주십시오. 비록 한 명의 수사 검사가 유족의 가슴에 못을 박았지만 검찰은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있습니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게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격언을 들으셔서 검찰을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보루로 되돌려 놓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검찰이 바로 서길 누구보다 바라는 한 명의 국민, 대희 형 태훈 올림.

덧붙이는 글 | 국민청원 바로가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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