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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9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청년·여성국 주최 토론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9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청년·여성국 주최 토론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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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1강'

최근 아베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 발표에 이어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돌아가는 모습을 두고 한 일본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아베 정권의 독주를 두고 '아베 1강'이라고 부르던 것을 딴 것이다.

사임발표 당일부터 각 파벌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불과 수일만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압승을 결정지었다. 주요 7개 파벌 중 5개가 스가 지지로 몰려버렸기 때문이다.

14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스가 장관은 이미 전체 투표수의 약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주요 언론의 보도이다. 이제 '스가 총리'는 기정사실처럼 돼버렸다.

한일관계가 사상 최악이라고 하는 요즘 일본 총리가 바뀐 만큼 한일관계도 개선될 지 모른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연일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들으면 다음 정권에서도 달라질 게 없어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당장은 어렵지만, 총리로서의 입지가 다져지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을 분석해보면 나름 '친한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스가 장관이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갑자기 부상한 이유, 스가 시대 한일관계의 전망, 전열을 정비한 일본 야당의 가능성 등을 호사카 교수에게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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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의 달인, 아베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하다

"아베 정권의 비리를 감출 수 있는 자는 스가밖에 없다"

- 스가 장관이 다음 총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그를 민 이유는 무엇일까.
"모리토모학원 비리 문제, 가케학원 스캔들, 벛꽃보는 모임 문제 등 아베 정권을 괴롭혀왔던 비리가 여럿 있다. 하나는 벌써 재판이 시작됐고 아베 총리도 곧 참고인으로 불릴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검찰측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은 스가 장관뿐이다."

- 그럼 결국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인가.
"아베 관점에서는 그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밖에 없다."

- 가장 먼저 스가의 손을 든 니카이 간사장의 역할이 커 보인다. 이후 대부분의 파벌이 스가 지지로 몰려버렸다.
"간사장은 당의 돈을 움직일 수 있고 국회의원들의 공천을 1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실상 자민당의 대표 자리다. 니카이는 이미 4년을 연임했지만 한번 더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베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을 포스트아베로 점찍고 그를 간사장 자리에 앉힌다는 얘기가 나돈 것이다. 니카이는 스가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 항상 아베편이었던 기시다는 팽 당한 형국이다.
"지난 4월에 기시다가 코로나19 긴급지원금 1세대당 30만 엔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니카이의 개입으로 1인당 10만 엔 지급으로 바뀌어버렸다. 각료회의 결정은 한번 정해지면 보통 바뀌지 않는데 그게 바뀌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이 아베에게 1인당 10만 엔으로 하지 않으면 연립에서 이탈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니카이와 공명당은 연합 관계다. 이때부터 기시다의 총리 자격이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 그것을 아베가 금방 알아차리고 기시다의 얼굴로는 다음 선거가 불리하다는 계산을 해버렸다."

- 또 한명의 유력 후보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파벌싸움에 밀려 이번에는 어렵게 됐지만 여전히 국민 지지율은 높다. 그에게도 앞으로 기회가 있을까.
"아베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걱정은 바로 이시바였다. 그는 지금도 아베의 비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고, 아베가 일본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시켰다고 주장한다. 아소 타로 부총리도 자신이 총리를 하다가 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준 적이 있는데 당시 이시바가 엄청 세게 비판을 했다. 둘 다 이시바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이다. 혹시 이시바가 된다면 자신들은 정치적으로 매장된다는 우려 때문에 스가를 밀어준다는 식으로 움직인게 사실이다."

- 이시바 개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시바는 기독교 신자이고,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14명의 A급 전범들을 완전히 분사시키겠다는 얘기도 하고 있고, 한국·중국과의 우호적 외교관계를 말하고 있다. 헌법9조를 개정해서 일본군을 부활시킨다는 것은 아베와 비슷하지만 근저에 있는 사상이 평화사상이고 극우와는 궤가 전혀 다르다. 그가 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정확하게 아베의 비리를 다시 한번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국민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1년 후 총재선거에서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세 후보. 사진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세 후보. 사진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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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반전 평화주의자"

- 한국에서는 스가가 아베와 다를 바 없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은 듯 하다.
"난 조금 다르게 본다. 물론 스가가 총리가 된다고 해서 당장은 개선이 어렵다고 본다. 왜냐면 많은 파벌의 후원으로 총리가 되는 것이고, 주된 파벌들의 지원 조건이 아베정권의 계승이었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이나 외교정책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내정책의 변화도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러나, 혹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 해서 다시 총리가 되면 좀 자유로워진다고 볼 수 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가지야마 세이로쿠(1926~2000)라는 사람인데, 반전주의자이고 평화주의자였다. 평화사상을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또 그가 라인을 갖고 있는 공명당은 친한세력이다. 공명당의 창립자인 이케다 다이사쿠는 한국을 일본의 어버이 나라라고 설파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니카이 간사장이 대표적인 친중, 친한파인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그러면 스가가 자신의 입지가 확고해지면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게 기대하고 싶다. 아베 정권이 지난해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감행했지만 스가는 처음 관여하지 않았다. 이마이 다카야같은 아베의 보좌관들이 만든 정책이었다. 그러나 스가는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실용적인 노선을 채택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중과 대립할 필요가 없다. 시진핑 방일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극우에서는 시진핑 부르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미국은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스가는 부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 안한다. 일단 아베 정권의 외교정책을 계승한다는 정도만 얘기하고 있다."
 
- 아닌게 아니라 요즘 스가의 압승이 예상되자 국회해산 내지 조기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언론들이 벌써 그렇게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물론 스가는 이야기 안 하고 있다. 그는 그런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안 한다. 지금은 코로나 대책이 우선이라고만 하고 있다. 아마 올해 안에 국회를 해산하고 자민당이 승리한다면 총리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선거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본다."

- 그럼 앞으로 아베는 어떻게 될까. 교수님은 아베의 퇴임 사유도 건강보다는 각종 비리와 관련된 재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는데, 그 재판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일본 주요 신문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
"그런 보도는 실제로 아베를 참고인으로 부를 때나 나오지 않을까. 아베가 기대하는 것은 검찰에 라인이 있는 스가가 되면 그런 부분도 덮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베를 형사부분에서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스가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시다에 대한 마음이 조금 남아있더라도 스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 아베의 정치생명은 과연 끝난 것인가. 아베가 완전히 정계를 떠나는 게 아니라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고, 유사시엔 다시 나와서 '제3차 집권'을 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나.
"스가는 내정에 대해서는 강하지만 외교는 한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이 대단히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아베를 특보로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있다. 그리고 1년 후에 건강문제를 해결한 아베가 헌법개정을 위해 다시 자민당 총재, 일본총리를 노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한일관계, 코로나 등 일단 협력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보자"

- 지리멸렬했던 일본 야당도 어제 통합하는 선거를 치르고 에다노 유키오를 대표로 뽑았다. 야당의 향후 전망은.
"일단 중의원, 참의원 합해서 150명 가량의 입헌민주당이라는 통합정당이 생겼다. 중의원만으로는 100명 정도인데 다음 선거 땐 150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본공산당이나 다른 야당들이 합류하면 더 큰 야당을 만들 수도 있다. 호소카와 정권 때와 하토야마 정권 등 정권을 2차례나 만들었던 오자와 이치로라는 노련한 정치인이 최근 다시 정권교체 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자민당이 쉽게 과반수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공명당이 중요하다."

- 이번에 입헌민주당 대표로 뽑힌 에다노는 어떤 인물인가.
"에다노 유키오는 2009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집권했던 민주당 정권에서 부총리, 간사장, 관방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3년 3개월만에 정권을 빼앗겼을 때 중심적인 인물중 하나라는 의미에서 마이너스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이미지를 많이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앞으로 어떤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느냐에 달렸다."

- 결론적으로 스가 총리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대일외교는 어떻게 가야한다고 보나.
"일단 문제가 있는 부분은 건드리지 말고,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먼저 협력해서 앙금을 풀어야 한다고 본다. 가령 코로나19 대책 차원에서 협력 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호관계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가는 아베의 입이었기 때문에 그간 한국에 대해서도 안 좋은 이야기를 해왔다. 그래도 그는 연설 중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원고에 없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 정권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하고 기대한다. 최근 보도를 통해 스가가 한일위안부 합의를 맺었을 때 일본 측에서 깊이 관여한 사실을 알았다. 스가는 자신이 관여한 합의를 문재인 정권이 깼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은 오해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스가 정권이 탄생하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의 입지가 다져진 다음에는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스가 정권이 탄생하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의 입지가 다져진 다음에는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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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가 요시히데, #호사카 유지, #일본 총리선거, #자민당총재, #이시바 시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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