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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용 넘치는교회 목사 (자료사진).
 김희용 넘치는교회 목사 (자료사진).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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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위로가 돼야 하는 종교가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26일에서 27일로 넘어가는 하루 동안 광주는 혼란에 빠졌다. 광복절 집회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26일 광주를 덮쳤기 때문이다. 해당 집회에 참석한 A씨는 이후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예배에 여러 차례 참석했는데, 이 교회(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 광주 덮친 '광복절 발' 코로나, 전파자 '거짓말 행보' 재구성  http://omn.kr/1oq29).

광주의 김희용 넘치는교회 목사(60)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교회의 신앙정신이 왜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지 참담하다"라며 "바늘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어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광훈은 목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라며 "그의 행실은 신앙인의 행실이 아니다. 아주 음습하고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대를 통해 종교가 더 낮은 곳, 연약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함께 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종교인으로서 성찰하고 있다"라며 "종교인으로서 시민들에게 한없이 미안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단 생각을 갖고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김 목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그는 인터뷰 후 자신이 쓴 '나는'이란 제목의 시를 보내오기도 했다. 기사 하단에 이를 싣는다.

"현장예배 집착, 신앙인의 오만"
 
27일 오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가 폐쇄 조치돼 있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30명이 넘는 교인이 감염됐다.
▲ 굳게 닫힌 광주 성림침례교회 27일 오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가 폐쇄 조치돼 있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30명이 넘는 교인이 감염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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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절 광화문 일대 집회에 다녀온 확진자로 인해 광주 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하아. 한편으로는 한국교회의 신앙 정신이 왜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지 참담하다. 다른 한편으론 종교가, 신앙이 사회에 위로가 되고 방향타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바늘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다."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행동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목사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와 그를 구별 짓기 위한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의 행실은 신앙인의 행실이 아니다. 아주 음습하고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는다. 서북청년단원들에 의해 (제주 4.3사건 당시) 고통을 당했던 제주도민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러한 공포, 두려움이 전광훈을 통해 느껴진다."

- 이러한 시국에 종교인으로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역사적으로 많은 이단이 출연했고, 한편으론 시민들과 건강한 신앙인들에 의해 그러한 상황이 극복돼왔다. 최근 (일부 기독교계의) 그릇된 종교관을 기반으로 한 극우적인 행실에 많은 분들이 놀랐을 거다. 나아가 미움과 혐오의 마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인으로서 시민들에게 한없이 미안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단 생각을 갖고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다."

- 코로나로 인해 교회를 운영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을 텐데.
"저희 교회도 몇 달 간 교회를 폐쇄하다시피 했다. 그간 대한민국의 종교는 번영신앙에 매몰돼 왔다. 성공, 출세, 부자, 권력을 추구해왔다. 그 결과를 오늘날 우리는 분명하게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종교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를 통해 종교가 더 낮은 곳, 연약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함께 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종교인으로서 성찰하고 있다."

- 현장예배에 집착하는 일부 기독교계 목소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가 안 된다.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은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분'이라고 말하지 않나. 그렇다면 천지만물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건데, 그 하나님을 교회라는 건물에서 일정한 시간대에만 만날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오만, 신앙인들의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배라고 하는 의식은 종교인들에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그로 인해 이웃의 건강과 생명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조용히 신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김 목사가 인터뷰 후 보내온 시

나는 / 김희용

전라도 출신인가 경상도 출신인가 충청도 출신인가 묻는다면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 하겠네

아시아인이요 아프리카인이요 중동인이요 묻는다면
나는 지구인이라 하겠네

황인종인가 백인종인가 흑인종인가 묻는다면
나는 인간이라 하겠네

기독교인이요 이슬람교인이요 불자요 묻는다면
나는 종교인이라 하겠네

동성애자요 이성애자요 묻는다면
나는 사랑이라 하겠네

분단이요 배척이요 혐오요 묻는다면
나는 진실이라 하겠네

돈이요 명성이요 권력이요 묻는다면
나는 생명이라 하겠네

태그:#코로나19,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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