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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수돗물 유충 발생과 관련해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이 청라배수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7월 22일 수돗물 유충 발생과 관련해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이 청라배수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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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수돗물 깔따구 유충 사건과 장마 시기 집중호우 등으로 올여름은 전국이 물난리입니다.

지난 7월 9일 인천에서 처음 접수된 수돗물 유충 문제는 잦아들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대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습니다. 2019년 5월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와 이번 가정에서의 유충 발견은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기는커녕 세숫물로 쓰기에도 불안하게 합니다. 인천이라는 대도시에서 작년과 올해 연이어 수돗물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수도 시스템에 대한 전환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인천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전국에 484개의 정수장이 있습니다. 일반정수장은 435개이고, 고도처리정수장은 49개소입니다.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원수를 해당 지자체 정수장으로 보내 정화한 후에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수돗물을 공급합니다. 수돗물 수질은 일반적으로 원수 수질, 정수장 시설과 정수처리 방법(일반과 고도처리 정수장), 수도관 재질과 노후도 등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정수장은 대개 혼화, 약품 응집, 침전, 모래 여과와 소독으로 이어지는 공정을 통해 병원성 미생물과 탁도 유발물질 등을 제거합니다. 고도처리정수장은 모래 여과 후에 오존과 활성탄 공정을 추가하여 일반정수장에서 처리가 어려운 맛·냄새 물질(조류 등) 등을 처리합니다. 더 좋은 수돗물을 생산하여 수돗물 불신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당연히 설치와 운영비가 더 들어갑니다.
  
정수장(개방형) 내부 모습
 정수장(개방형) 내부 모습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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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발표에 의하면, 더 나은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고도처리정수장에서 오히려 유충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인천의 6개 정수장 중 공촌과 부평 정수장은 고도처리 시설이고, 나머지는 4곳은 일반 정수처리 시설입니다. 전국 고도처리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해보니 공촌(인천), 부평(인천), 삼계(김해), 범어(양산), 회야(울산), 화정(의령)과 화성 정수장(경기) 등 7곳(14.3%)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공촌 정수장은 원수를 잠실 수중보 위 풍납 취수장에서, 부평 정수장은 팔당댐에서 물을 취수합니다. 인천의 공촌과 부평 정수장 두 곳에서 정화 처리된 후 가구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습니다. 유충은 공촌 정수장 계통에서 대부분 발견되었고, 인천 서구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및 의령 화정 정수장은 낙동강 수계에서 원수를 가져옵니다. 화성정수장을 제외하면, 한강 수계 2곳, 낙동강 수계 4곳입니다. 일반정수장 435곳 중 유충은 3곳(0.7%)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고도처리 시설이 수돗물을 더 불신하게 하는 '웃픈' 현실입니다.

인천 광역시는 성충 유입방지를 위해 밀폐형으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개선하고, 스마트폰으로 수질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또 식품공장 수준의 위생상태를 ISO 22000(식품경영 안전시스템)을 도입하며, 공촌과 부평 정수장 수계의 노후 수도관을 25년까지 교체하고 그린뉴딜 스마트상수도 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환경부도 8월 내로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여전히 공급자와 시설 위주의 대책입니다. 과학적 접근과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과 제도, 역량 강화 사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1998년부터 정수장에 도입한 활성탄 공정에 대해 원수 특성 변화, 기후위기 영향 등으로 연구가 필요합니다.

인천시 수돗물 유충 사건은 시설이 고도화되었으나, 전문인력에 의한 운영과 그 조직 및 관련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활성탄 공정 운영비 절감 등 비용 감소에 초점을 두고 처리효율보다 최저가로 구매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투명 샤워기가 유충 발견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는 수돗물 사용 가정의 불안감 문제일 뿐 아니라 사용 비용을 사적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다는 점은 공평해야 할 수돗물에서 불평등을 키우는 일입니다.

인천의 공촌과 부평 정수장은 외지인 잠실 수중보와 팔당댐에서 취수한 물을 수십 km 이송시킨 후 가정에 공급하는 대규모 에너지 소비형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기존 도시의 전형적인 외부자원 소비 방식이며, 탄소 시대 성장형 회색인프라의 일종입니다. 물을 취수하고 시설로 정화하고 공급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시스템입니다. 그린인프라는 이와 다릅니다. 그린인프라는 자연특성에 기반하여 소규모, 근거리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순환형 시스템을 구현하려 합니다. 자연에 바탕을 둔 새로운 해법입니다.

서울신문과 Smeets 등의 연구자에 의하면 네덜란드는 수돗물을 생산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적인 과정을 거치도록 모래언덕과 같은 통로로 수돗물 원수를 보내 정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염소 소독을 피하고 수돗물 음용률(87%인)을 높입니다. 자연특성을 살리는 그린인프라 취지의 수돗물 생산 방식입니다. 환경부와 인천시가 즉자적, 기술적 대책만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물 복지가 평등하도록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환적 대책을 세워나가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환경정의연구소 그린인프라위원회 위원장입니다.


태그:#수돗물, #유충, #그린이프라,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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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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