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6-3으로 승리를 거둔 한화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6-3으로 승리를 거둔 한화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네북 취급을 받던 프로야구 최하위 한화 이글스가 시즌 후반기 의외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화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원정에서 6대3으로 승리했다. 전날 4대3 1점차 승리에 연이틀 LG를 울리며 2연전 시리즈를 모두 쓸어 담았다.

한화는 지난 21일 KT 위즈전(5-1) 승리부터 최근 3연승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한화의 3연승은 올시즌 개막 89경기만에 최초이자, 지난해 6연승을 달린 9월 26일 이후로는 약 11개월(339일) 만의 최다 연승 기록이기도 하다.

상대가 절대약세를 보이던 천적 LG였다는 것도 의미있는 기록이다. 한화는 이번 2연전을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LG에 1승10패의 일방적인 열세에 밀려 있었다. 지난 7월 31일 잠실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개막 이후 상대전적 9전 전패의 수모를 당했으나 처음으로 2연전을 싹쓸이하는 등, 최근 4차례 맞대결에서는 3승1패로 오히려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내심 선두권 추격까지 노리던 LG는 가장 만만하게 여겼던 한화에게 잇달아 덜미를 잡히며 두산에 승률에서 밀려 4위까지 내려앉았다.

한화의 투지 돋보여

순위싸움과 상관없이 매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화의 투지가 돋보인 시리즈였다. 한화는 지난 19일 SK전(6-26)에서 올시즌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인 26실점을 내주는 굴욕을 당했으나 최근 4경기에서는 KT와 LG를 상대로 총 10점만을 허용했고 한 경기 4실점 이상을 내준 경우가 한 번도 없을 만큼 마운드가 안정세다.

한화는 23일 김민우에 이어 24일에는 김이환을 선발로 등판시켰다. 로테이션상 22일 잠실 LG전에 등판예정이었던 에이스 워윅 서폴드가 우천취소로 등판이 연기되었지만 23-24일 LG와의 2연전에서는 결국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한화로서는 가장 믿을만한 선발투수를 LG전에서 쓸수없다는 게 악재였지만 국내 투수들이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줬다.

23일 등판한 김민우는 5.1이닝 동안 1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시즌 3승(8패)째를 챙겼다. 24일 대체 선발로 투입된 김이환도 4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기대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한화는 승리의 가능성이 보이자 김이환을 과감히 퀵후크 시키고 불펜진을 가동하는 총력전을 펼치며 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선발 김이환에 이어 5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두 번째 투수 김진영은 승리투수가 되며 2017년 KBO 리그 데뷔 후 감격의 첫 승을 달성했다. 총 8명의 투수를 가동한 한화는 박상원-윤대경-강재민-문동욱-김종수로 이어지는 젊은 계투진에 이어 마무리 정우람의 세이브로 대미를 장식했다.

야수진에서는 베테랑 이용규가 단연 돋보였다. 톱타자로 나선 이용규는 타석에서는 5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고, 수비에서도 4회말 라모스의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타구를 전력질주해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노시환은 5타수 3안타 2득점, 노수광은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지원 사격했다. 한화는 LG에 먼저 선취점을 내줬으나 5회 이용규, 강경학, 브랜든 반즈의 연속안타로 2점을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고, 6,7,9회에도 찬스마다 차곡차곡 추가점을 올리며 점수차를 벌렸다. 이날 한화 타선은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 팀배팅, 주루플레이, 찬스에서의 적시타 등 오랜만에 모든 것이 의도한 대로 맞아떨어지는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3연승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25승 1무 63패 승률. 284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현재 5위 KT와는 무려 23게임차가 되고, 9위 SK와도 4.5게임차다. '2약'으로 꼽히는 한화와 SK는 사실상 가을야구와는 이미 멀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은 시즌도 이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화는 오히려 남은 시즌동안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100패' 달성 여부가 더 관심사일 정도다. SK도 한화만 아니었다면 다른 시즌에서는 당연히 꼴찌였을만큼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을야구에서 일찌감치 멀어진 팀들은 동기부여를 잃고 남은 시즌을 자포자기하기도 쉽다.

올해 KBO리그는 한화와 SK의 2약 체제가 계속되면서 승률 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선두 NC부터 7위 기아까지 무려 7개 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할 정도다. 2015년 10개팀 체제가 출범한 이후 역대 5위팀 최고 승률은 2017년 SK가 올린 5할2푼4리(75승68패1무)였지만 올해는 커트라인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한화와 SK가 얼마나 분전하느냐가 프로야구 전체 판도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른 8개팀 입장에서는 일단 이 두 팀을 상대로는 최대한 승수를 쌓고 들어가야 순위싸움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전에서 뜻밖의 발목을 잡힌 LG가 4위까지 추락한 것은 다른 팀들 입장에서는 좋은 반면교사다. 5강싸움에 갈 길 바쁜 중위권 팀들은 한화-SK를 상대로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총력전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상 '강제 리빌딩' 중인 한화와 SK로서는 다음 시즌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야구는 올해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가을야구나 순위싸움은 이제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졌지만 올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 반등하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들을 결코 허투루 낭비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성적과 상관없이 여전히 매경기마다 두 팀의 선전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화의 깜짝 3연승은 아무리 약팀이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꼴찌가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그들만의 리그'라고 할지라도 한화와 SK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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