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쿠오카> 관련 사진.

영화 <후쿠오카> 관련 사진. ⓒ 률필름

 
대학 시절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하게 된 두 남자가 28년 만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재회했다. 그것도 또 다른 한 여자 때문이다. 서로 탓하는 말을 주고받다가도 이내 술잔을 함께 기울인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한 여자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영화 <후쿠오카>는 일단 <경주>(2013),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를 잇는 장률 감독의 지역 3부작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을 나열하다가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판타지 같은 순간을 수놓은 그의 전작을 떠올리면 <후쿠오카> 속 등장인물 역시 어렵지 않게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사랑에 대한 가장 적나라한 시각일 것이다. 한 사람을 마치 자신만의 소유물인 양 생각했던 해효(권해효)와 제문(윤제문)이 문제다. 외모는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성향과 취향으로 순이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을지언정 똑같이 못난 모습을 보이고 순이는 두 사람을 모두 떠난다. 떠난 여자를 바라보며 남는 건 서로에 대한 원망뿐이다. 

영화는 켜켜이 쌓인 두 연적의 감정을 마치 어린아이의 투정 혹은 1차원의 감정인 것처럼 묘사한다. 두 사람 앞에 갑자기 나타난 소담(박소담)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같고, 왠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보이는 소담은 제문과 해효 모두에게 특별함을 느낀다. 그 특별함은 마치 묵힌 먼지처럼 차마 치우지 못하고 마음 한켠에 쌓아둔 두 사람의 미운 감정을 건드리고 겉으로 내보이게 한다.
 
 영화 <후쿠오카> 관련 사진.

영화 <후쿠오카> 관련 사진. ⓒ 률필름

  
 영화 <후쿠오카> 관련 사진.

영화 <후쿠오카> 관련 사진. ⓒ 률필름

 
40대를 훌쩍 넘긴 두 사람이 내뱉는 원초적인 비난과 미움의 감정이 자칫 추해보일 수 있으나, 영화에선 꽤 귀엽고 소박하게 느껴진다. 이 역시 소담의 시선 덕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장률 감독은 일상의 순간,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에 새로운 숨을 넣고 다시금 곱씹게 한다. 사건들이 우연으로 연결된 듯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인연을 중시하고 소통의 힘을 믿는다는 듯 그의 영화 속 등장인물은 필연적으로 각성하고, 반성하기도 한다. 

<후쿠오카>의 해효, 제문 또한 그렇다. 서로 미워한다 말은 하지만, 소담의 역할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도 두 사람의 용기다. 사람의 마음에 담을 쌓고 혼자만의 동굴을 파는, 이걸 개인주의로 생각하며 스스로 성숙했다 자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각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화, 파편화의 흐름 속에서 어쩌면 한 인간으로 더욱 성숙하기 어려운 요즘일지 모른다. 외부의 자극과 상처에 무조건 문을 닫는 게 아닌 자기 객관화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 마법 같은 순간이 필요하다면 <후쿠오카>를 보며 다시금 내 마음속 삐뚤어진 감정과 오래 묵힌 미움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한줄평: 일상의 마법사가 전하는 색다른 위로
평점: ★★★☆(3.5/5)

 
영화 <후쿠오카> 관련 정보

감독: 장률
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제작: 률필름
배급: 인디스토리, 률필름
러닝타임: 85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8월 27일
 
후쿠오카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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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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