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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기자는 전남대 의대 교수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 싣습니다.[편집자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24시간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단체행동 집회를 열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24시간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단체행동 집회를 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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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전공의들의 순차적 파업이 진행된다. 응급실은 순차적으로 하지 않고 첫날부터 전원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19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협상이 결렬된 후 전공의협의회가 큰 결단을 내린 모양이다.

나는 정부도, 전공의도 응급실 파업을 만만히 생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7일과 14일 두 번의 파업이 큰 문제 없이 지나가, 양측 다 응급실을 쉽게 생각하고 서로 고집을 부리고 있는 듯 보였다.

오! 주여, 이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하나도 모르나이다.

파업이 일주일에 한 번 이라면 전문의들이 전부 근무를 서서 메울 수 있다. 그러나 무기한 파업은 얘기가 다르다. '총력전'을 날마다 벌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교수들 근무 스케줄을 새로 짜고 있지만, 답이 없다. 모두가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카드 분류에 따라 외면당할 생명
   
분당제생병원 환자, 간호사 8명 '코로나19' 확진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8명(환자 3명, 간호사2명, 간호조무사 3명)이 '코로나19' 확진되어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이 중단되었다.
 21일부터 전공의들의 순차적 파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응급실은 첫날부터 전원파업에 돌입한다. (해당 기사와 무관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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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의료진이 부족하면 '재난'이 닥친다. 그렇기에 나는 21일부터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4가지 색의 카드'를 마음속으로 부여할 것이다.

녹색은 걸을 수 있는 환자다. 이들에게는 응급실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 '다른 병원 가세요' 말 섞을 시간도 없다. 간혹 중환자도 섞여 있겠지만, 그걸 가늠해 볼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흑색은 심장이 멎은 환자다. 지금이야 심장이 멎으면 심폐소생술도 하고 에크모(체외막 산소화장치·ECMO)도 하고 어떻게든 살려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재난 상황 시 흑색 카드 부여는 '치료 중단'을 뜻한다. 죽은 사람 하나 살려낼 시간에 다른 중한 환자 여럿을 봐야하니까 더 손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적색은 우리의 주 관심사다. 당장 손 쓰지 않으면 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위급한 환자. 일단 심장이 멎으면 흑색으로 바뀌니까, 그 전에 생명을 붙잡아야 한다. 의사들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벌일 총력전은 바로 적색 카드를 부여받은 환자다.

황색은 당장 죽을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 적색으로 진행할지 모르는 환자다. 적색 환자를 보고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여기까지 커버할 것이다. 만약 적색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긴다면 이들은 치료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이런 기준에 따라 일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흑색도 살리려고 노력한다. 적색, 황색에 최선을 다하고 가끔 여유가 있으면 녹색도 보고 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흑색, 녹색은 포기하고, 적색에만 손을 돌리고, 여유가 있으면 황색을 보는 정도로 일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응급의학과 의사라 이런 분류에 특화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위와 같이 진료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환자들이 이런 분류에 만족할지 모르겠다. 응급실에서 재난 상황이 벌어져 본인의 치료 기회가 사라진다는 걸 인정할 수 있을지.

응급실 인력은 그 어떤 직종이든지 빠지면 빠진 만큼 티가 난다. 그중에서도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가 전부 빠지면, 장담컨대 파업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코로나 환자는 대부분 녹색이다. 파업이라는 재난 상황에 감염 규정을 모두 준수할 방법도 없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통에서 보호장구를 찾고 있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니까.

따라서 응급실 내 코로나 의심환자 방어 체계도 본의 아니게 멈추게 될 것이다. K-방역이 이상한 형태로 끝나게 될 거란 이야기다.
    
사람이 죽는 걸 대체 누가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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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응급실을 포함한 필수부서는 함부로 파업하지 않는 법이다. 사람이 죽는 걸 대체 누가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필수의료 부서의 파업을 결정하고 심지어 다른 부서보다 먼저 빠지길 지시한 전공의협의회와 동참한 전공의들, 그걸 유도한 의사협회, 정책의 시기를 지금으로 잡고 응급실 파업이 일어나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정부 등 이번 파업으로 희생되는 환자들이 생긴다면 모두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어르고 달래든, 윽박지르든 어떻게 해서라도 응급실 파업을 막았어야 한다. '한번 해봐라'하고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건이 커지면 보건복지부 선에서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테니 말이다. 의사들도 극단적인 수단을 취한만큼 그로 인한 법적, 사회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 고집만 부리다 끝난 19일의 협상이 아쉽다. 당신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안다면 금일이라도 반드시 무슨 수를 내기 바란다. 노사협상은 꼭 자정 넘어서 극적 타결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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