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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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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핵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한 공론조사를 수용해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조밀건식저장시설)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맥스터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산업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아래 재검토위)와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그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재검토준비단 건의를 바탕으로 재검토위원회 의결, 전문가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 여부에 대해 의견수렴을 본격 시행하고, 의견수렴(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고 맥스터 추가 증설 이유를 설명했다.

산업부가 추가 증설 근거로 내세운 '의견 수렴'은 지난 7월 24일 재검토위가 발표한 공론조사다. 재검토위는 경주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4%가 맥스터 추가 건설에 찬성, 반대 11%, 모르겠다 7.6% 등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재검토위와 지역실행기구 주관 의견수렴에서 81.4%의 주민이 찬성하고, 숙의 과정에서 찬성 비율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여 임시저장 시설 증설을 추진키로 한다"라며 "이런 결과를 경주시와 한수원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월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수용 능력이 2022년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저장시설이 제때 확충되지 않는다면 월성원전의 가동이 중단될 우려마저 있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지역주민들과 의견수렴을 위해 노력한 재검토위원회 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정부는 공론화 결과에 따라 임시저장시설의 확충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맥스터 추가 증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공론조사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행동... 조작 의혹 밝혀야"
 
 20일, 경주 양남면 주민들이 산업부가 있는 세종시를 찾아 집회를 열고 맥스터 추가 건설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경주 양남면 주민들이 산업부가 있는 세종시를 찾아 집회를 열고 맥스터 추가 건설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 고준위핵폐기장 건설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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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론조사 표본 그룹인 시민참여단이 맥스터 증설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 비율을 반영하지 않은 채 구성되고 설문조사도 엉터리로 진행되는 등 조작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은정 월성핵쓰레기장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마치 공론조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는데, 지금 청와대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공론조사의 조작 의혹을 문제 삼으며 20여 일 넘게 상경 투쟁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맥스터 추가 증설 결정에) 분노한다. 앞으로도 농성을 이어갈 것이다. 이젠 엉터리 공론조사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 불공정하게 진행된 여론 수렴 과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도 분노했다. 이날 경주 양남면 주민들은 산업부가 있는 세종시를 찾아 집회를 열고 맥스터 추가 건설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걸 고준위핵폐기장 건설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시민사회가 공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서 공론조사의 공정성을 직접 따져보자는 취지로 말했다. 이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 상경집회를 열게 됐다"며 "정부가 맥스터 추가 건설을 결정했지만, 건설 현장에서 반대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정부는 2016년 사용후핵연료를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기로 약속해 놓고 이행하지 않는 것에 사과하고, 명확한 확답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28일, 성윤모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역주민 및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공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한길 리서치가 했다는 표본조사가 재검토위 표본조사와 어떻게 다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성윤모 장관은 왜 폭탄을 우리한테 돌리나 http://omn.kr/1oilk)

아울러 이재걸 사무국장은 "산업부는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할 때 21일 결정 여부를 발표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20일 오전에 (맥스터 추가 증설) 결정을 발표했다"라며 "산업부는 공론조사가 아무런 문제 없는 것처럼 꾸며 허위 보고한 것도 모자라 지역주민들까지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공론과 민심을 왜곡한 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증축하려는 정부를 규탄한다"라며 정부를 향해 쓴소리했다. 
  
이날 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결론을 이미 정해 놓았고, 결론을 위해 설계하고 인위적으로 도출시킨 결과를 '민심'이라고 포장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는 무효이다. 지역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공론을 다시 시작하라"라고 꼬집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도 "정부는 공론조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 제기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계속해서 핵산업계의 이해만 충족시키고 있다"라며 "국회 차원에서 공론조사 조작 의혹을 밝힐 수 있게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 부지에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캐스터' 300기와 '맥스터' 7기가 있다. 캐스터는 '콘크리트 사일로' 방식으로 하얗고 둥근 기둥 모양의 구조물이며, 맥스터는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원통형 저장용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놓은 사각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두 시설을 합하면 약 33만 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으며, 지난 6월 기준 저장률은 96%에 달한다. 

한수원이 추가 증설할 예정인 맥스터 7기는 사용후핵연료 16만 8천 다발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맥스터 1기당 길이는 21.9m, 폭은 12.9m, 높이 7.6m이며, 사용후핵연료 2만 4천 다발을 저장할 수 있다. 공사비는 약 410억 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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