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가 최하위 한화에게 무서운 화풀이를 했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19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6방을 포함해 장단 22안타를 터트리며 26-6으로 대승을 거뒀다. 6홈런26득점이라는 '역대급 타격쇼'를 펼친 SK는 구단 창단 후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자 KBO리그 역대 최다득점 2위 기록을 세웠다(29승1무56패).

SK는 선발 이건욱이 5이닝4실점을 기록하고도 타선의 폭발 덕분에 여유 있게 시즌 5승째를 따냈고 올해 SK의 1차지명투수 오원석은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타석에서는 1회 2사 만루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터트린 김강민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최정, 채태인, 한동민, 이흥련, 김성민이 나란히 홈런포를 신고했다. 그 중에서도 이흥련은 3안타3타점3득점을 올리며 최근 4경기에서 7안타9타점을 기록하는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SK 8번 타자 이흥련이 2회 초 1사 2, 3루 때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SK 8번 타자 이흥련이 2회 초 1사 2, 3루 때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의 백업포수로 성장하다가 보상선수로 두산 이적

삼성 라이온즈는 1998년 전성기가 지난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정회열과 빙그레 이글스 출신의 양용모를 데려와 활용할 정도로 심각한 포수난에 시달렸다(심지어 그 해 삼성의 주전 포수는 타율 .180의 프로 4년 차 김영진이었다). 그러던 1999년 7월 삼성은 우완 투수 이상훈(삼손 이상훈과는 동명이인)과 현금 4억 원을 내주고 두산 베어스로부터 대형 포수 유망주 진갑용(KIA 타이거즈 배터리 코치)을 영입했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의 주전포수로 도약한 진갑용은 2015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3번의 골든글러브와 7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하며 삼성 왕조시대를 이끈 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진갑용은 2009년57경기, 2010년100경기, 2013년101경기 출전에 그쳤을 만큼 선수생활 말년에 부상도 잦았다. 특히 2014년 초반에는 진갑용뿐 아니라 또 한 명의 주전급 포수 이지영(키움 히어로즈)마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5라운드47순위로 입단해 루키 시즌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오지 못했던 이흥련을 2014 시즌 개막전 주전 포수로 낙점했다. 이흥련은 그 해 88경기에서 타율 .227 1홈런17타점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진갑용과 이지영이 돌아올 때까지 안정된 수비로 삼성의 안방을 든든히 지켰다. 2016년에는 85경기에서 타율 .260 6홈런25타점을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한층 발전한 기량을 뽐냈다.

이흥련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경찰 야구단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군에 입대할 때 이흥련의 소속팀은 삼성이 아닌 두산이었다. 삼성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두산 소속이었던 FA내야수 이원석을 4년27억 원에 영입했는데 두산에서 보상 선수로 이흥련이 지명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양의지(NC 다이노스), 박세혁, 최재훈(한화 이글스)을 거느리고 있던 두산의 선택이 어리석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두산은 경험 많은 백업포수 자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흥련은 경찰 야구단에서 두 시즌을 보내며 군복무를 마쳤고 2018년 9월 두산에 복귀했지만 7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이흥련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가 NC로 이적하면서 주전 경쟁의 기회를 얻는 듯 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빠른 발을 가진 박세혁을 주전포수로 낙점했다. 결국 이흥련은 작년 시즌 .310의 좋은 타율을 기록하고도 박세혁에 밀려 27경기 밖에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연봉 13억의 주전 밀어낸 연봉 7000만원의 백업 포수

SK는 박경완과 이재원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포수 계보를 가진 팀이다. 뛰어난 타격에 비해 포수로서의 수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재원은 2018년 타율 .329 17홈런57타점의 뛰어난 공격력에 안정된 수비를 뽐내며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SK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리그 정상급 포수로 성장한 이재원에게 4년69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FA계약을 선물했다.

FA 계약 후 작년 타율이 .268로 하락한 이재원은 올 시즌 개막 3경기 만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SK는 지난 5월29일 두산과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이흥련을 영입했고 이흥련은 SK 유니폼을 입자마자 두 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면서 SK 안방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SK팬들은 이재원이 정상적으로 복귀하면 '주전 이재원·백업 이흥련'으로 안방이 든든하게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이흥련은 6월 중순 가슴근육 부상을 당하며 46일 넘게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원을 비롯해 이현석, 이홍구(kt 위즈) 등을 골고루 활용해 봤지만 누구도 만족스런 활약은커녕 2할 타율을 넘기는 선수조차 없었다. 결국 이흥련은 긴 재활 끝에 지난 6일 1군에 복귀했고 복귀 후 SK가 치른 10경기 중 8경기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흥련은 8월 8경기에 출전해 타율 .333(24타수8안타)1홈런9타점4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포지션 경쟁자인 이재원의 8월 타율이 .063(16타수1안타)라는 점을 고려하면 8월을 기점으로 올 시즌 SK의 주전 포수는 이흥련이 가져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흥련은 19일 한화전에서도 시즌 3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3안타3타점3득점의 맹타를 휘두른 후 7회 수비부터 이재원과 교체돼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작년까지 SK의 자타공인 주전포수였던 이재원이 올 시즌 받게 되는 연봉은 13억 원에 달한다. 이는 LG 트윈스의 4번타자 김현수와 같은 리그 공동 7위에 해당하는 초고액 연봉이다. 반면에 이흥련의 올 시즌 연봉은 7000만원이다. 30대 초반 직장인이라 생각하면 결코 적은 연봉은 아니지만 이재원에 비하면 고작 1/18 수준이다. 하지만 올 시즌 '백업포수' 이흥련의 활약은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는 주전 포수를 훨씬 압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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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이흥련 한 경기 최다득점 4경기9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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