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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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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연일 김원웅 광복회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 8월 15일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 '친일 청산' 기념사뿐 아니라, 그의 과거 행적과 발언도 문제삼고 있다.

이 신문은 지난 17일 김 회장이 2년 전 한 친북단체 세미나에 참석해 "(박정희 대통령) 집안에서 큰 박근혜보다는 일제강점기 항일무장 투쟁한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김원웅, 김정은 위인 세미나서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

김 회장은 광복회장 선출되기 전인 지난 2018년 12월 8일 오전 서울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공개 세미나에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도 당시 현장을 취재했고 김 회장 축사 내용을 모두 녹취했다.

박근혜 추종 세력 비판이 '김정은 칭송'처럼 둔갑

<조선> 보도와 달리 김 회장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했다기 보다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던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비판하는 내용에 가까웠다.(오마이뉴스 보도 관련 기사 : "박근혜 좋다는 사람보다 김정은 좋다는 사람이 낫다"  http://omn.kr/1equh )

김 회장은 20분 남짓 이어진 축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두 차례 언급했다. 먼저 김 회장은 도입부에서 당시 행사 주최 쪽을 '종북 세력'으로 몰았던 보수 세력을 비판했다. 당시 주최쪽은 이날 반북단체와 충돌을 우려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저는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김정은을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나아보여요.(참석자들 웃음) 일본 천황(일왕)에게 개처럼 충성을 다하겠고 하고 혈서를 쓰고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사람, 그런 집안에서 큰 박근혜보다는 일제강점기에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의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가 나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박근혜를 좋아한다는 사람보다는 김정은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훨씬 개념 있는 사람처럼 비쳐요."(김원웅 회장 축사 녹취록 중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2018년 12월 8일 오전 서울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은 광복회장 선출 전이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난 2018년 12월 8일 오전 서울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은 광복회장 선출 전이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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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언급한 대목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에 바탕을 둔 국가보안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수근 (위인맞이환영단) 단장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김정은 위원장은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 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팬이 되고 싶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한 우리나라 정치인이 한 분 계십니다. '김정일은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식견을 상당히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담백하고 예의바르다' 지금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매우 총명하며 위대한 협상가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위대한 인격을 지녔다.' 누가 한 말입니까?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한 말입니다. 트럼프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죠. 왜 고발 안합니까.(참석자들 웃음)"

조선일보 친일 행적 비판하는 내용도 축사에 담겨

김 회장은 나머지 20분 남짓 이어진 축사에서 지난 광복절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친일파 청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 가운데는 조선일보를 간접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맡았을 때) 일본 정치인들 만날 때마다 '가까운 나라니까 잘 지내고 싶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 독일처럼 멋있게 과거 청산 한번 해 달라, 일제 식민지배 사과도 진심으로 하고 배상도 하고 야스쿠니 신사 전범 묻힌 데 참배하지 말아 달라'고 하니, 일본 정치인이 이렇게 얘기해요. '우리 보고 과거 청산하라고? 너희들은 뭐하냐? 일본 천황에게 개처럼 충성하겠다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힌 나라 아니냐, 일본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지 말라고? 너희들 국립묘지 같더니 그 전범들이 졸개들이 여기저기 많이 묻혀있더라, 거기 왜 참배 하느냐? 한일합방은 조선인의 행복이라고 쓰면서 조선말 말소 운동에 앞장섰던 <조선일보>가 한국인이 가장 애독하는 신문이라며? 그런데 우리 보고 과거 청산하라고? 너희나 똑바로 해라.' 제가 솔직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또 이 신문은 김 회장이 "말도 안 되는 (단체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나와준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일이라면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대목에서도 "대다수 수구 친일에 뿌리를 둔 언론"이라는 주어를 뺐다.

'한미일 동맹은 거짓말'을 '한미동맹'으로 오기

한 발 더 나아가 조선은 김 회장이 "한미동맹은 거짓말이다. 미·일 동맹에 남한을 종속시킨 것이 한미동맹의 핵심"이라고 했다며, 마치 '한미동맹이 거짓말'이라고 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실제 김 회장은 당시 실체 없이 떠돌았던 '한미일 동맹'이란 말을 비판했다.

"한미일 동맹이라고 말하죠? 그건 거짓말입니다. 한미일 동맹이 어디 있습니까? 미․일 동맹에 남한을 종속시켜서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게 미국의 '한미동맹', 한미 관계의 핵심입니다. 한미일 동맹? '한미일'을 나란히 쓸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또 이 신문은 김 회장이 "친일의, 친일에 의한, 친일을 위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게 나라냐. 이런 나라를 지킨다고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느냐"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대목도 가운데 발언 맥락을 빼고 임의로 축약했다.

"친일의, 친일에 의한, 친일을 위한, 친일파를 위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1945년 이후에 새로 독립한 나라가 많습니다. 100개 국가가 넘습니다. 그중에서 식민지 지배 하에서 식민지에 빌붙어서 동족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집권한 나라가 딱 두 나라가 있습니다. 하나는 패망한 월남(남베트남)입니다. 또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이런 나라를 지키겠다고 국가보안법을 만들었습니다."

김 회장은 당시 이같은 보수 언론 보도를 예상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지금 과거청산에서 친일청산을 얘기하는 건 과거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우리 미래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을 이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을 이간 시키고 젊은이들이 미래를 펼칠 시간과 공간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혁파의 대상입니다.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언론', '정당', '관료', '사법부'…. (법복 입은 도둑놈이 너무 많아요)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는 잘못된 역사의식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학자, 이런 것들이 청산돼야 합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 민족이 한 걸음 나아가는 걸 가로막는 세력들입니다."

김원웅 회장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당시 발언은 박근혜를 좋아하던 사람보다 김정은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개념 있어 보인다, 친일 가문에서 자란 사람보다 독립운동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 낫다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조선일보가 국민들이 깨어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해 이렇게 과격하게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광복절 기념사에서 친일행적을 거론한) 안익태를 보호하는 이유도 그 화살이 자기들에게 오는 걸 사전에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김원웅, #조선일보, #친일청산, #광복절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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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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