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택배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가 멈춰 있다
 택배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가 멈춰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20년 8월 14일, 국내에 택배사업이 도입된 지 28년 만에 인정된 택배노동자들의 첫 휴가 날이다. 더불어 정부와 택배업계가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한다고 발표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내년에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택배노동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연차유급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휴가를 내려면 대체인력을 구하거나 대리점에 건당 수수료 2~3배에 가까운 대체 배송비를 내야하므로 노동자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 됐다. 다행히 '택배 없는 날'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이번에 최초로 휴가를 보장받게 됐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14일 택배 노동자들은 일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여행을 가고, 부모님을 찾아 뵙고, 평소 아팠던 곳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평소 밤낮없이 주6일 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택배 없는 날' 하루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요 택배회사 대표들이 만나서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공동선언)을 발표했으나, 실질적으로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대책이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자 휴식 보장 위해 나섰다? 정작 실질적 대책은 빠져

 
 택배노조가 문제제기 하고 있는 공동선언문의 1(1), 6(4) 조항.
 택배노조가 문제제기 하고 있는 공동선언문의 1(1), 6(4) 조항. (2~5조항은 편집)
ⓒ 고용노동부

관련사진보기


고용노동부는 택배회사들과 합의해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급증에 따라 택배기사를 비롯한 종사자의 건강 악화 우려가 있는만큼, 휴식 보장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 업계와 정부가 인식을 함께 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택배 물량은 매년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0%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공동선언문'을 본 택배노조 측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택배노조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라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휴식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고 현실적인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정부와 기업이 '독소조항'까지 넣었다고 주장한다. "지속적으로 심야 배송이 이루어질 경우 택배기사의 충원 등을 통해 적정한 휴식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면서 오히려 '심야 배송'을 제도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영업점'의 책임을 규정한 부분에서는 "영업점은 계약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 택배기사에게 이를 사전에 알리고, 의견을 청취한다"는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노동법상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조항은 사실상 불법을 용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택배노조는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세 차례 가량 면담을 진행하면서, 당일배송 강요 금지, 분류작업 도우미 투입, 대체기사(직영 기사) 확대 등 실질적으로 휴식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동선언문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택배노조 측이 "허울뿐이다. 택배 없는 날을 만들고 과로사 외면하는 택배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택배사들은 노동자들의 과로사에 대해 사과조차 안 하고 있으며, 과로사 문제 해결에 관해서도 비협조적"이라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택배사가 발표한 공동선언을 보면 허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상반기에만 12명 과로사... "분류 작업 부담이라도 덜어줘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1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을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택배노동자 9명 중 7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밝힌 과로사 5건은 공단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2명이 과로사로 사망한 것이다.

특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집계된 택배노동자 산재 중 질병재해자로 분류된 154건 중 41건(26.6%)이 뇌심혈관계 질환이었다. 게다가 질병사망자 18건 모두가 뇌심혈관계 질환이었다. 용 의원은 이에 대해 "과도한 업무시간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산업재해가 택배노동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노동권익센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74시간'이었다. 주6일 근무로 따지더라도 하루에 12시간 넘게 근무하는 셈이다. 그러나 2017년 이후에 택배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택배노동자 산재사고율은 연평균 21.4% 증가해왔다. 그러나 2020년 상반기 산재 증가율은 43.3%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늘어나는 한편, 과로사를 비롯한 사고 위험에 처하는 택배노동자 역시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응급조치의 일환으로 코로나 국면에서는 물류 분류 작업에 도움 인력을 투입해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성'을 확보해서 휴게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노조가 있음에도 일부 기업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