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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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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부동산대책에서 한 줄 언급되었던 '중저가 주택 재산세율 인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모양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오는 10월 중저가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먼저 운을 띄웠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재산세 완화 기준으로 '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발 더 나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저가 1주택 보유자는 추가로 세금을 경감하는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행정부를 포함해 여권 전체가 지지하는 모양새다.

참여정부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참여정부 시절 중앙정부는 재산세를 올리려 애쓰고 강남구 등 부유한 지자체들은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재산세 감면을 시도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자발적으로 재산세 무력화 정책을 쓰고 있다.

1주택 재산세 감면의 최대 수혜자는 조은희 서초구청장?

중저가 주택 재산세율 감면에 담긴 함의와 파장은 청와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 단순히 1주택자들의 악화된 민심을 달래고 정부·여당의 지지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면 오산이다. 오히려 서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정당과 정부라면 입에도 담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 정책의 정치적 효과는 정부·여당보다는 야당에 훨씬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고자하는 시세 6억원 아파트가 내는 재산세는 약 42만원이다. 42만원에서 얼마나 깎아줄지 모르겠지만, 10여 만원 수준으로는 싸늘한 민심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야당은 재산세 감면 혜택의 폭을 넓히겠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수순으로 나갈 것이다.

실제 정부의 발표가 나자마자 미래통합당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조 구청장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50% 감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택 공시가격 9억원이면 시가로는 12억원이 넘는데, 조 구청장 안대로라면 재산세는 76만원 줄어든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보다 훨씬 더 큰 혜택이 12억원 짜리 아파트 보유자들에게 돌아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조 구청장에 대한 비판에 나섰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6억원은 되고 9억원은 왜 안되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세 6억원 이하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공약과 미래통합당 후보의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공약이 대결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 당연히 재산세 감면 수혜를 보는 사람이 더 많은 후자가 유리하다. 당장 미래통합당 서울시장 후보로 조은희 구청장이 거론되고 있다.

보수야당의 주장대로 재산세 감면 기준이 공시가 9억원으로 올라갈 경우, 서민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시작한 정책이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명분 잃게 될 보유세 강화 로드맵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10억원 돌파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민간 조사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114는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 10억원 돌파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민간 조사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114는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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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중저가 주택 재산세 감면 정책은 1주택 실수요자는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킨다. 재산세는 나쁜 세금, 징벌적 세금이라는 생각이 각인되면 부동산 투기를 막고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바꿀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완화는 앞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게 된다.

보유세, 더 정확히 토지보유세는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해당 입지의 편익을 누리는 대가를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기능을 한다. 세금으로 기반시설을 만들어 올라간 땅의 가치를 개인이 사유화하지 않고 공공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보유세다. 

위치가 좋지 않고 땅의 편익이 크지 않아 주택 가격이 낮게 형성된 곳도 적으면 적은대로 토지 사용의 대가를 내야 한다. 그래야 강남 4구 등 가격이 높게 형성된 주택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중저가 주택 재산세 감면을 실행하는 순간,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도 명분을 잃게 된다. 또 재산세 감면 기준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투기를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꼭 가야할 길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주도로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가액비율 상승을 통해 장기적으로 보유세를 천천히 올리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듭되는 부동산 대책의 실패와 악화된 민심으로 인해 부동산 정책의 일관된 철학과 장기 로드맵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집값을 잡고 1주택자를 달래겠다는 정치적 고려만 눈에 띈다. 

이대로 가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끝날까 염려스럽다. 재산세 감면으로 보유세는 나쁜 세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차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큰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정치적 실익도 없고, 부동산 시장 안정과 선진화에 역행하는 재산세 감면 논의는 취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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