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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샘 오취리, 많이 배워서 고국에 보탬될게요! 방송인 샘 오취리가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차이나는 클라스>는 정치·사회·문화·역사에 대한 단순한 교양을 넘어 '살아있는’교실을 지향하며 민주주의, 정의, 국가, 세대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클라스를 꾸리며 무한한 지식을 나누는 신개념 강연 프로그램이다. 학생들과 강연 놀이터를 만들어갈 첫 번째 선생님으로는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다. 5일 일요일 오후 8시 50분 첫 방송.
▲ "차이나는 클라스" 샘 오취리, 많이 배워서 고국에 보탬될게요! 방송인 샘 오취리가 2017년 3월 3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차이나는 클라스>는 정치·사회·문화·역사에 대한 단순한 교양을 넘어 "살아있는’교실을 지향하며 민주주의, 정의, 국가, 세대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클라스를 꾸리며 무한한 지식을 나누는 신개념 강연 프로그램이다. 학생들과 강연 놀이터를 만들어갈 첫 번째 선생님으로는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다. 5일 일요일 오후 8시 50분 첫 방송.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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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의 '블랙 페이스(Black Face)' 분장을 지적했던 샘 오취리가 사과문을 작성했다. 네티즌들의 십자 포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샘 오취리는 "내 의견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선을 넘었다", "경솔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높은 인지도를 가진 오취리가 일반인 학생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SNS에 올린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teakpop'(케이팝 가십거리)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해외 케이팝 팬들을 유입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과오가 있다 하더라도, 그가 던진 문제 제기마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이 '차별의 성립'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샘 오취리가 '애먼 사람'을 차별주의자로 만든다며 불쾌해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해악을 논한다.

백인을 분장하는 것은 '백인 혐오' 아니냐고 응수한다. (인류 역사에서 백인이 차별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는가.) 그리고 '동양인들이 흑인에게 차별을 당할 때는 무엇을 했느냐'며 발화자의 순수성을 논하기도 한다. 국내의 일부 스포츠 신문들은 차별 문제에 대한 사유의 계기를 제공하기는커녕, 논란에 불을 지피기에 바빴다. 샘 오취리가 다른 방송에 나와서 지었던 제스쳐를 두고 '동양인 비하를 했다'는 '재조명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것이 많은 클릭 수는 유도할 수 있어도, 우리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샘 오취리가 비판받았던 이유 중에는, 그가 한글로 작성한 글과 영어로 작성한 글의 내용이 달랐다는 사실도 있었다. 즉, 샘 오취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을 욕보이고 망신을 주었다는 것이다. 샘 오취리는 "왜 한국 사람들이 왜 흑인 분장이 불쾌한 일이라는 걸 알지 못할까",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educate)해야 한다", "이런 무지(ignorance)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여기서 묻고 싶다. 한국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 '역린'을 건드리는 일인지,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이 곧 한국인 전체에 대한 부정이 되는지를 말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 의무 교육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으나, 글로벌화된 시대에 걸맞은 인권 교육은 부재했다. 대학 입시에 매몰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민주 사회 성원을 육성하는 일을 등한시했다. 의정부고등학교 측은 "학생들은 흑인을 비하하거나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학생들도 크게 상처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책임이 큰 것은 문제 소지가 있는 행동을 막지 못하였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의정부 고등학교 측이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악의가 있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 학생들이 지나친 폄하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학생들뿐 아니라, 동시대의 누구도 인종적 타자화나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부분을 방관했던 한국 교육과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성찰의 시기를 맞고 있다. 
  
혐오는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게시글. 7일 현재는 지워진 상태이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과문이 대신 올라와있다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게시글. 7일 현재는 지워진 상태이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과문이 대신 올라와있다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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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샘 오취리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국에서 돈을 버는 이방인의 입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샘 오취리의 SNS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도 달려 있었다.

"다른 나라 가면 공장에서 돈이나 벌까 모르지만, 한국에 와서 좀 뜨게 해 주니까 자기 본분도 모르고 관심받는다고 우쭐해져서 어디서 선생질을 하려고 들어. 자기 관심받는다고 가나에서나 어깨 우쭐할 것이지 어디 한국에서 가르치려고 들어."

이 댓글을 읽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심지어 수백 명의 네티즌이 '좋아요'를 누르며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 짓는 이분법, 공공연하게 전시되는 제 3세계에 대한 멸시. 짧은 댓글 하나에 수많은 혐오가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샘 오취리에게 요구하는 '본분'은 무엇일까.

샘 오취리는 이방인의 외모를 하고 있으면서도 한국화된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어 사랑받았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했을 때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는 질문에 '우리(대한민국) 땅 아닙니까'라고 말했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가 피해자성을 고백할 때, 그는 철저히 공격과 배제의 대상이 된다. '흑인들의 피해에만 예민한 프로 불편러' 혹은 '배신자'로 전락한다. 이토록 소모적인 논쟁 속에, 진정 다뤄져야 할 이야기는 수면으로 가라앉고 만다.

단일 민족 이데올로기가 수십 년간 유효했던 대한민국에서, 한국은 차별 담론을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생득적 요소를 외적으로 묘사하지 말아달라'는 당사자들의 호소조차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은, 한국 사회 특유의 토양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5년 전에는 '흑형'이나 '흑누나' 같은 말을 거리낌 없이 썼다. '차별을 의도하지 않았으나, 누구든 차별을 할 수 있다'라는 그 명제가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다음 단계를 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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