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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에 올라온 '관짝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
 3일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에 올라온 "관짝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
ⓒ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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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웃기지 않습니까?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 제발 하지 마세요!"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씨가 일명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6일 샘 오취리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정부고의 '관짝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이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하냐, 한국에서는 이런 행동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어로는 "여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얼굴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그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사례들이 방송 안팎에서 있었다"라며 "이같은 일은 한국에서 멈춰져야 한다. 이런 무지는 더 이상 계속 될 수 없다"고 쓰기도 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명백한 '인종차별'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도 '관짝소년단' 패러디가 인종차별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샘 오취리씨 지적에 대해 7일 오후에 누리꾼들도 '관짝소년단' 패러디가 '인종차별'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관짝소년단'은 장례식에서 관을 이용해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가나의 장례 서비스팀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모습이 유튜브와 틱톡 등으로 알려지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서 이름을 따 '관짝소년단'이라고 불리고 있다.

의정부고는 수 년째 화제가 된 인물들을 코스프레하거나, 유명인들의 특징을 따라하는 졸업사진을 찍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사진이 올라온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 페이스북 계정을 살펴보면,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으로 분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관짝소년단도 유명 인물로 분장한 것일뿐인데, 왜 문제가 된 것일까?

'블랙페이스'의 역사적 맥락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게시글. 7일 현재는 지워진 상태이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사과문이 대신 올라와있다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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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 학생들의 흑인 분장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에서 행해졌던 것과는 다르다. 두꺼운 입술을 부각시키거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흑인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기 위한 분장이 아니라 '관짝소년단'을 그대로 따라한 '코스프레'에 가깝다. 의정부고 측에서도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샘 오취리씨가 불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블랙페이스'(blackface)가 갖고 있는 역사적 맥락 때문으로 보인다. '블랙페이스'란 흑인이 아닌 인종의 배우가 흑인 분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예제가 존재하던 시대인 19세기 미국에서 백인이 흑인을 희화화하는 방식으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하던 것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흑인 노예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민스트럴 쇼'가 '블랙페이스 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종류의 희극은 1830년대부터 시작됐다가, 1960년대 민권운동에 의해 비로소 멈추게 됐다. 

오랜 역사 동안 '블랙페이스'를 통한 흑인 차별이 이뤄져왔던 만큼, 해외에서는 '블랙페이스'가 사실상 금기시되는 행동 중 하나다. 지난해 유명 패션 브랜드 '구찌'가 얼굴의 절반을 검게 덮고 입 주변을 붉게 칠한 터틀넥 스웨터를 내놓았다가, '블랙페이스' 논란으로 판매를 바로 판매를 중지한 적이 있다. 랠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도 흑인으로 분장하고 찍은 졸업사진 탓에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여성그룹 '마마무'가 단독 콘서트에서 마크 론슨의 '업타운 펑크'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영상을 튼 것이 논란이 됐다. 마마무 멤버 4명은 이 영상에서 모두 얼굴을 검게 칠한 채로 등장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외 K-POP 팬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마마무 측은 팬카페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다음 콘서트부터는 해당 영상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비흑인의 흑인 분장은 '인종차별'로 규정되어온지 오래다. '블랙페이스'를 통해 비하당한 역사적 맥락에 의해서다. 그리고 행위자의 의도는 '차별 행위'을 규정함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기도 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독일을 꺾으면서, 멕시코가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그러자 멕시코 시민들이 "고맙습니다"라면서 단체로 '찢어진 눈'을 한 사진을 보내 한국인들의 '화'를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행위자의 '좋은 의도'가 차별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블랙페이스'는 인종차별... 학교에서도 교육 이뤄져야"

 
 블랙페이스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판매가 중지된 구찌의 터틀넥
 블랙페이스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판매가 중지된 구찌의 터틀넥
ⓒ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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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실 이주민방송(MWTV) 대표는 "서구사회에서는 블랙페이스에 대한 오랜 비판이 있어왔고, '인종차별'로 규정된지가 오래됐다"며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해 경계하는 문화도 없고, 학습도 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생들은 당연히 악의도 없었을 것이고, 이것이 차별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했을 것이다"라며 "아무래도 흑인의 경우 (이주민 중에서도)비율이 크지 않고, 한국에서는 억압의 역사가 비교적 없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그들에 대한 '차별 감수성'이 없는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학교에서 전혀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이번에도 교사가 졸업사진을 찍는 학생들에게 '주의하라'고 조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흑인이 차별받아 온 대상이 아니니 블랙페이스도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어떤 것을 차별로 규정하는지'를 봐야 한다"라며 "'찢어진 눈'이 한국에서 동양인 차별이라고 공인된 적은 없지만, 최근에는 한국인들도 그것을 전부 혐오나 차별 표현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도 '시커먼스' 같은 개그 프로그램 코너 등에서 블랙페이스를 통한 흑인 희화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며 "당사자들이 차별감이 들거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의도'는 변명이 될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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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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