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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8월 2일) 호주 빅토리아주의 주 총리인 다니엘 앤드류스(Daniel Andrews)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지 않자 기존의 '제한 단계 3'에서 '제한 단계 4'로 격상하며 '재난 상황'을 선포했다.

8월 4일 현재 호주의 코로나 전체 확진자 수는 1만8318명, 사망자 수는 221명이며, 빅토리아주의 확진자 수는 1만1937명, 사망자 수는 136명이다.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린 후 멜버른의 플린더스 역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린 후 멜버른의 플린더스 역
ⓒ sb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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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멜버른은 빅토리아주에 속해있고, 지난 1차 락다운(Lockdown, 이동을 제한하고 자택에 머무는 조치) 기간 동안 '제한 단계 3'을 유지하며 나름 선방해 6월에는 모든 학생이 학교로 돌아가면서 제한 조치를 한 단계 낮췄었다. 아슬아슬한 곡예를 타는 듯한 부분적 일상은 겨울 방학(6월 29일~7월 12일)을 앞두고 코로나 2차 유행을 알리며 마감했다. 
  
빅토리아주의 2차 유행도 다른 나라에서 보여준 대로 여지없이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불거졌다. 난민이나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정부임대주택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정부가 해당 지역의 건물들을 봉쇄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려 노력하는 사이,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집단이 모인 노인요양병원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7월 초부터 연일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를 유지하자, 정부는 군과 연계하여 확진자가 많은 지역이나 취약계층에 정확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자가 방문을 실시하고, 7월 23일부터는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2차 유행의 확진자 수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전문가들은 2차 유행의 경우 지역사회 감염이 많아 접촉자 추적이 어렵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결과를 통보 받기 전까지 스스로 자가 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번도 자국에서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다는 호주에서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재난상황이 내려진 지금, 향후 6주간 시민들이 겪을 큰 변화는 다음과 같다.
1.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
2. 가정 당 한 명이 하루에 한번 식료품 구매 가능
3. 반경 5Km 이내의 생활권을 유지
4. 하루에 최대 2명과 야외 운동이  한번 가능하고 기타 모든 여가 활동 금지
5. 기존에 고 2-3학년에게 허용되던 등교 수업을 원격수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사실상 전 학년의 원격 수업 실시

 
지난 3월부터 한 번도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 4월 이후 겨우 3주간 학교에 나간 아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집순이로 유명한 내가 모여 사는 우리 집은 '재난 상황' 전이나 후나 실제적인 큰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야간통행금지령'이란 말과 '반경 5Km 이내의 생활권'이란 말은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 
  
'이게 실화인가?'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려다가, 슈퍼에 장을 보러 가려다가 집에 놓고 온 마스크를 가지러 헐레벌떡 되돌아 오면서 문득 의문이 든다. 4차 혁명의 시대, AI의 시대, 우주 여행의 시대를 눈앞에 둔 인류가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통행을 금지하고, 생활권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몸소 겪으면서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삼시 세끼를 온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먹은 지가 벌써 다섯 달 째. 자칫 서로의 존재가 위로와 위안이 되기보다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이다. 이에 대비해 정부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연 10회의 '멘탈 헬스 케어 플랜'(mental health care plan)을 지원하여 코로나로 인해 증가하는 각종 정신적 고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 장벽이 있는 이민자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혜택이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사람이 화상 속에서 영어로 본인의 정신 건강에 대해 상담하다가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이 더 증가하는 위험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7월 23일부터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다.
 호주는 7월 23일부터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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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te my mum yelling at me all the time!" (엄마가 하루 종일 잔소리해서 원격 수업이 너무 싫어!)

아니나 다를까. 2차 원격 수업 첫날, 아들은 학급 구글클래스룸에 마음 속에 맺힌 한을 토해 내고야 말았다. 

'함께 때로는 각자'의 시간이 절박한 시점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시간을 낚는 일들'을 실천하기다. 태어나 처음으로 식혜 만들기, 하루에 한번 빵 굽기, 퇴비 만들어 텃밭 가꾸기, 주말마다 아이 학교 닭 돌보기 등 예전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귀찮아서, 복잡해서 엄두도 내지 않던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전을 선포했으니, 나도 장기전을 대비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들로 맞불 작전을 펼칠 작정이다. 

다행히 하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잘도 간다. 무료하고 무기력하던 일상이 발효빵이 잘 부풀어 오르는지 염려하고, 닭들이 알을 낳는지 살피고, 음식 찌꺼기들이 잘 삭고 있는지를 확인하다 보면 야간 통행금지도, 아들의 원격 수업도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진다. 역시 정신이 복잡할 때는 몸을 바삐 놀려야 한다.

6주가 지나면 직장인들은 직장으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만남과 접촉이 차단된 시대, 한때 자연스러웠던 일상 중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시대를 길게 지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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