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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병사 봉급
 군 병사 봉급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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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입대한 군인들의 월급은 이병 40만8천 원, 일병 44만1600원, 상병 48만8100원, 병장 54만800원이다.

2019년 40만 5천 원이었던 병장 월급에 비하면 33.3%나 올랐다. 군인 장병 월급이 대폭 상승한 건 2018년이다. 불과 3년 전인 2017년 병장 월급은 21만 원이었다. 이는 당시 최저시급(6470원)으로 33시간만 일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20만 원대에 불과했던 군인의 월급은 2018년에 들어 87% 인상되어 장병들은 40만 원대의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휴가 나가기 미안한 군인
    
서울역 대합실 국군철도수송지원반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이 열차표를 구하고 있다.
 서울역 대합실 국군철도수송지원반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들이 열차표를 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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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월급 50만 원 시대, 그러나 한 달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2018년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자취하는 대학생 1인의 평균 생활비가 65만 원이다. 일반 청년이 군인보다 생활비가 높게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생활비엔 월세, 통화료, 차비 등 부대 내에선 나가지 않는 비용들도 들어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군인에게 50만 원은 빠듯하다.
  
보통 군인은 평균 60일 정도 휴가를 나온다. 이 중 20일 남짓의 연가는 차비 지원이 안 된다. 포상과 위로 휴가만 차비가 지원된다. 그렇다고 또 항상 차비 지원이 되는 건 아니다. 휴가 기간 중 연가가 단 하루라도 끼어있으면 차비 지원은 없다. 따라서 집이 먼 장병들은 왕복 차비에 10만 원을 내야 한다.

차비뿐만이 아니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연인도 만나기 마련이다. 여행도 가고 싶다. 서울 시내 아무리 싼 밥을 찾아도 6천 원 이하는 찾기 어렵다. 소주 한 병도 4천 원이 기본이다.

턱없이 부족한 월급에 군인들은 부모님에게 의지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모의 형편이 좋아야만 가능하다. 친구들이 "군인이 돈이 어디 있냐?"며 밥과 술을 사주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다. 얻어먹는 것도 미안하기만 하다. 이렇게 군인은 휴가를 나오면 부모와 친구 모두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한 존재가 된다. 
  
군인 장병들에겐 휴가만 있는 게 아니다. 2018년부터 일과 후 외출이라고 해서 한 달에 2번 4시간 정도 부대 인근 지역을 나갈 수 있게 됐다. 4시간은 무언가를 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대부분의 장병은 이 시간에 맛있는 밥 한 끼와 PC방 혹은 당구장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 밥 먹고 놀다 보면 기본 1~2만 원 나가는 건 순간이다.

군인은 분기마다 한 번 정도 주말 외박이 허용된다. 집이 위수지역에 없는 장병들은 근처 모텔에서 하루 자곤 하는데 숙박비가 기본 6~7만 원이다. 이런 기사를 쓰면 "돈 없으면 나가지 말지 뭣 하러 나가냐"는 식의 댓글이 꼭 한 개 이상 달리곤 한다. 댓글처럼 부대엔 돈이 없어 안 나가는 장병들도 꽤 있다. 외박만 해도 숙박에 식비에 기본 10만 원 이상이 깨지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장병들은 주말에도 부대에 머무르곤 한다.  

군인은 입대하면서 군인적금을 들 수 있다. 나라사랑카드 당 최대 20만 원씩 들 수 있다. 현재 IBK은행과 국민은행에서 군인적금을 들 수 있어 양쪽 은행에 적금을 들면 최대 40만 원까지 가능하다. 군인적금은 일반 은행과 달리 이자율이 높다. 국민은행 나라사랑적금은 연이율 최고 5.5%다. 이자율이 높긴 하지만 최대 40만 원씩 적금을 넣는 군인은 드물다.

50만 원 월급에서 40만 원이 적금으로 빠지면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군인은 월급에서 20만 원 정도 적금을 넣고, 나머지 20만 원은 부모님에게 용돈 받아 넣는다. 이 역시 부모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장병들에 한해서 가능하다. 20만 원 적금을 넣기도 매우 빠듯한 장병들도 많다. 
  
청년에게 국방을 빚지는 나라
  
2019년 2월 13일 국방부가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GP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2019년 2월 13일 국방부가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 GP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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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 8590원으로 계산한 월급은 179만 원이다. 이는 하루 8시간과 주휴시간 35시간을 합쳐 계산한 시간이다. 군인의 보통 일과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다. 하루 7시간 일하는 셈이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하니 당연히 군인도 주휴수당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병장의 월급은 54만 원. 이병의 월급은 고작 40만 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월급과 비교했을 때 1/3, 1/4도 안 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올해 처음 50조 원을 돌파했다. 또한 우리 군은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런데도 나라가 강제로 징집해간 청년들에게 주는 월급은 최저임금의 절반도 못 미친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보통 21~22살에 대부분 군에 입대한다. 이 나이 또래의 청년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아르바이트 경험 정도뿐이다. 즉, 군대는 대부분의 청년이 처음으로 고용되는 곳이다.

청년들은 첫 직장부터 '애국페이'와 근로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악덕 사업주'에 고용된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강력 처벌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지만, 정작 국가는 청년을 싼값에 고용해 나라를 지키게 하고 있다. 결국 이 땅에 전쟁이 나면 총 들고 피 흘리며 싸우는 것은 청년들임에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셈이다.

우린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1년 국가 예산이 500조가 넘는 세계 경제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다. 미군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던 가난한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군대에서조차 배고파 굶주리던 시대도 지났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눈앞에 둔 나라라면, 그에 마땅한 대우를 청년들에게 해야 한다.

이제 고작 최저임금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엔 어김없이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나 때는 말이야, 10만 원도 못 받으면서 일하고 그랬어."

청년들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건 정부 탓이 크다. 그러나 그것이 부조리한 것을 알면서도 "나 때"만을 외친 방관이 오늘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 때"는 그만하고 함께 목소리 내면 어떨까.

'아들, 동생, 형, 오빠, 애인이 적어도 최저임금은 받으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태그:#군인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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