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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피앤씨에서 주관하는 사진전 소식을 듣고 전시 참여 작가인 전아름 작가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안국역에 위치한 57th Gallery에서 25일부터 26일까지 2일간(오전10시~오후6시) 여는 이번 사진전에서 전 작가는 일상을 살아가며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을 전시합니다.

전아름 작가 외 5명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작은 휴식같은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 작가는 웹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동 저작으로 <동료가 필요해>(예원미디어, 2016)가 있습니다. 

- 이번 사진전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전시 제목은 세기프렌즈 4기의 4개월간의 이야기라는 뜻에서 '4.4로운 이야기'입니다. '세기프렌즈'란 사진영상 전문기업인 세기P&C에서 모집한 사진 문화를 함께 즐기고 전파할 서포터즈 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디자이너,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번역가, 유튜버, 대학생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다양한 시선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사진을 찍게 된 동기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냥 '해보고 싶었다'라는 것 말고는 딱히 동기나 계기가 없습니다. 이십대 때의 저를 생각해보면 늘 종종거렸었던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불합리와 비논리에 화가 났고, 그런 감정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스스로 다그쳤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삼십대와 함께 번아웃증후군이 찾아왔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취미 생활과 운동도 꾸준히 하고, 마음 터놓는 몇몇 친구들도 있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불화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좋았습니다. 이십대 때에 비해 생활과 마음이 안정된 상태였습니다.

딱히 불편한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무기력하고 재미없게 느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별안간 카메라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저 무기력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니까요."
 
전아름 작가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보리 사진
▲ 보리밭 전아름 작가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보리 사진
ⓒ 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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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아웃증후군을 겪으셨군요. 주변에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일 것 같습니다. 출력한 사진을 보면 풍경사진이 많은데, 풍경을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먼저 제가 느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행복은 임팩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횟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한두 번 가는 여행에 행복을 걸기보다는 매일 걷는 길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편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풍경을 찍기 시작했는데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들이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여름 장맛비가 내릴 때 땅에 떨어진 플라타너스의 잎은 20cm 이상 될 정도로 컸던 것 같은데, 봄철에 잎이 피어나는 것을 보니 여느 나무와 다르지 않게 아주 작은 새싹이었어요.

그런 것을 보니 저 나무도 얼마나 열심히 생존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 풍경을 보면 인생의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이 번갈아 나는 맛 또는 그런 음식'의 뜻을 가진 신조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풍경 사진을 찍으며 사색에 잠기는데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 많은 사람이 '시간 나면 뭘 한다'란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요.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아보며 번아웃증후군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걷는 길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래 사진은 언덕 아래에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한 사람이 걸어가는 사진이네요. 어떤 의미인가요?
"키가 큰 나무를 배경으로 사람이 걷고 있는데요.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분이었고, 다리 한쪽을 약간 절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계셨어요. 가느다랗게 보이는 길이 우리 인생이라고 상상을 해보면, 중년쯤 되면 인생의 삼분의 이 정도는 걸어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길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말 2/3만큼 온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잖아요.

걸어온 길이 많을지, 앞으로 남은 길이 많을지는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만 없다면 길을 결정하는 건 본인의 마음가짐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또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언뜻 보면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대자연 속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인간이니 교만해지지 말자. 그런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아름 작가의 풍경 사진
▲ 걸어가는 사람 전아름 작가의 풍경 사진
ⓒ 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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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의 사진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군요. 이번 전시에 이와 비슷한 사진들이 전시되나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신가요?
"이번 사진전에서 제 파트의 제목은 '지금도 잔디는 자라고 있다' 입니다. 잔디가 자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무성하게 자란 것을 보며 '벌써?' 하고 생각하는 것 뿐이지요. 매일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어느 순간 계절이 통째로 바뀌어 있는 풍경을 보며 사람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행복의 재료들. 그것이 제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 입니다."
 
전시에 출품할 사진을 고르는 전아름 작가
▲ 전시에 올릴 사진을 고르는 전아름 작가 전시에 출품할 사진을 고르는 전아름 작가
ⓒ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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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없는지 생각할 수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한두 번의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보다 매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 매일 볼 수 있는 것 혹은 그때만 볼 수 있는 것 모두 행복의 재료가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행복을 담는 멋진 사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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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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