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 말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삼성 김상수의 적시타로 홈을 밟은 강민호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 말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삼성 김상수의 적시타로 홈을 밟은 강민호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이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통해 전날의 역전패를 설욕했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때려내며 8-7로 승리했다. 전날 마무리 오승환이 무너지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던 삼성은 하루 만에 통쾌한 끝내기 승리로 설욕에 성공하며 KIA와의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쳤다(32승30패).

삼성은 선발 허윤동이 제구가 흔들리면서 1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지만 김대우가 5.2이닝을 2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5번째 투수 김윤수는 2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타석에서는 이원석과 김상수가 홈런포를 터트린 가운데 9회말 경기를 끝내는 안타는 이 선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최근 3경기에서 9타수 6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만수-김동수-박경완을 잇는 KBO리그 최고의 안방마님

2013 시즌이 끝난 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강구못'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 고위층이 "(다른 구단들은 FA시장에서) 강민호는 구경도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유래로 강민호가 롯데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비중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었다. 실제로 강민호는 2013년 11월 원 소속구단 계약기간에 롯데와 4년 75억 원이라는 거액에 FA계약을 체결하며 FA시장에 나가지 않았다. 

비록 제주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강민호는 롯데, 그리고 부산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였다. 3할 언저리의 타율과 20개 안팎의 홈런을 보장하는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강민호는 경험이 쌓이면서 수비도 점점 좋아져 롯데 유니폼을 입고 골든글러브를 4번이나 차지했다. 강민호는 이만수, 김동수(LG트윈스 타격코치), 박경완(SK와이번스 감독대행)의 계보를 잇는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색이 없는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강민호는 FA계약을 체결한 첫 해 이런 저런 부상으로 98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229 16홈런 40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사실 강민호는 FA를 앞둔 2013 시즌에도 타율 .235로 부진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야구팬들은 강민호를 지나치게 큰 금액으로 붙잡은 롯데의 선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2015시즌 곧바로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2015년 타율 .311 35홈런 86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강민호는 2016년에도 타율 .323 20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285 22홈런 68타점으로 타격 성적이 다소 주춤했던 2017년에는 130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그 해 5월에는 이만수, 김동수, 박경완 같은 레전드들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00홈런을 때려낸 포수로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롯데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강민호는 2017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롯데는 4년 전처럼 강민호에게 올인할 여유가 없었다. 팀 내 손아섭이라는 더 큰 FA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강민호는 14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한 롯데 대신 학창시절을 보냈던 연고구단 삼성 이적을 선택했다. 4년 전부터 강민호를 호시탐탐 노리던 삼성에서 4년 8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KIA와의 3연전에서 9타수6안타 맹타쇼, 16일 끝내기 안타로 화룡점정

강민호의 연고구단이면서도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민호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던 삼성은 지난 2013년 강민호가 처음 FA 자격을 얻었을 때부터 내심 진갑용(KIA 배터리코치)의 뒤를 이을 포수로 강민호를 탐내왔다. 실제 삼성 팬들은 강민호를 '삼민호'라고 불렀을 정도. 하지만 삼성은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이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고 롯데가 강민호를 우선협상기간에 잡으면서 삼성의 '강민호 영입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첫 번째 기회에서 입맛만 다셨던 삼성은 4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 연속 9위에 머물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은 FA시장에서 80억 원을 투자해 강민호를 영입했다. 강민호는 2018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69 22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9위였던 삼성을 6위까지 끌어 올렸다. 개인성적은 다소 하락했지만 삼성 구단은 강민호 영입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린 셈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작년 시즌 타율 .234 13홈런 45타점으로 부진한 데다가 9월 롯데전에서 이른바 '잡담 견제사' 사건을 통해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비싼 돈을 주고 데려 온 선수가 정신을 놓은 채 상대 팀 선수와 잡담을 하다가 아웃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강민호는 올 시즌에도 11일 kt 위즈전까지 타율 .227 7홈런 18타점에 머물며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간간이 터지는 홈런을 제외하면 강민호는 더 이상 리그 정상급 포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게 '먹튀'로 전락하던 강민호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KIA와의 주중 3연전을 통해 과거의 위용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강민호는 KIA와의 3연전에서 9타수6안타(타율 .667) 1홈런 2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특히 16일 경기에서는 벤치에서 시작했다가 8회 대수비로 출전해 8회말 우전안타에 이어 9회말에는 경기를 끝내는 중전 안타를 터트렸다. 무사 만루에서 이학주, 이성규가 범타로 물러났기에 더욱 짜릿했던 끝내기였다.

KIA와의 3연전을 통해 타율을 많이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강민호의 시즌 타율은 .255(8홈런 20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민호는 올 시즌 젊은 투수들이 유난히 많은 삼성의 안방마님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 여기에 타격까지 살아난다면 삼성 구단과 팬들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과연 강민호는 이적 3년 만에 '몰락한 명가' 삼성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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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끝내기 안타 위닝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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