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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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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은 계속 오른다."

정부가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한 날, 김선영(가명, 36세)씨는 그날의 뉴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매일 부동산 시세를 확인하고, 부동산중개소에 전화를 돌리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꼼꼼히 살펴보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씨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집을 사고 나니 부동산 대책에 크게 관심이 안 간다, (집을 사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한다"라면서 "어차피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른다"라고 확신했다.

정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6월 17일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약발이 먹히지 않자 정부는 한 달도 채 안 돼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6월 1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 2582만 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기준 6억 635만 원에 비해 3억 2000만 원가량이 올랐다. 3년 만에 무려 52.7%나 급등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5월 서울의 아파트를 구매한 1만 7179건 중 29.6%(5085건)를 30대가 차지했다. 40대(26%, 4483건)와 50대(18.4%, 3175건)보다 많은 수치다.

30대 누가 왜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살까? 실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례 ① - 대기업 직원]  
6개월 동안 남친과 부동산 데이트... "부모님 지원 없었으면 집 못 샀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11년째 전세살이를 해온 김선영(가명, 36세)씨는 지난 6월 결혼하며 강북지역의 20년 넘은 아파트를 샀다. 25평에 7억 3000만 원짜리 집이었다. 김씨와 남편이 모은 돈 3억 원, 부모님 지원 2억 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과 모바일 신용대출로 나머지 금액을 충당했다. 부모님 지원이 없었다면 집을 구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한 달에 60만 원만 쓰면서 월급의 70% 이상을 저축했다, 대기업 직장생활 11년을 하며 모은 돈이 2억 원이었다"면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출을 끌어서) 무조건 집부터 사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 시기를 앞당겼다"라는 그는 예식장보다 집 계약을 먼저 했다.

결혼 전, 그는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임장(부동산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것을 뜻함)데이트'를 했다. 김씨는 "당시 남자친구와 퇴근 후 만나 미리 찍어둔 동네의 교통, 상권, 주차상황을 보러 다녔다"라면서 "6개월 동안 임장 데이트를 했는데, 이때 확인한 건 집값이 매달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2019년 9월부터 눈여겨본 아파트는 올 2월 그가 계약할 때 1억 1000만 원이 올랐다.

김씨는 "그동안 정부는 세제를 강화하고 대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서울 집값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출퇴근 거리가 생명인 직장인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되기를 원한다,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례 ② - 공공기관 직원] 
2019년 5월 중랑구에 5억 8천 분양 받아... 30년 대출 감당해야
"부동산 수요, 30대 대기업 정규직들이 만드는 것"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용산, 강남 개발호재 지역 주택거래 66건 자금출처 정밀조사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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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무영(가명, 37)씨는 2016년 여름에 결혼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살던 투룸 전세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였다. 물론 부동산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내 집 마련의 욕심이 생겼고, 청약을 받은 게 2019년 5월이었다.

원래는 서울 은평이나 서대문 쪽에 분양을 받아 보려고 했다. 1~2년 전 프리미엄이 붙어서 5~6억 하던 집을 사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안 샀다. 내심 '은평에 무슨 프리미엄 1~2억을 붙이느냐'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집들이 8~9억을 호가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청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서울 관악구에 있는 3억 5천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지은 지 좀 된 아파트라 방열이나 방한이 잘 안 된다. 그런데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아이가 있으니까 집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떨어지다가 가까스로 서울 중랑구에 있는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2021년 9월 입주 예정이다. 옵션가 5억 8천 (33평)이다.

"근처에 있는 사가정 주변 집값이 10억이다. 요즘 최고가가 경신되고 있다. 모두가 사가정 같다고 볼 순 없겠지만 집을 분양 받지 않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 분양 받은 아파트 바로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가 분양 받을 당시 6억이었는데 지금 7억 7천이 됐다."

이씨는 2018년 아이가 생긴 다음,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난 어렸을 때 이사 같은 게 싫었다. 떠돌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최소 아이가 중학교 때는 정착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때 가면 훨씬 비싸진다. 서울의 집값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뛴다. 중랑구가 서울의 중심도 아니고 외곽인데도 분양가가 이제는 6억을 훌쩍 넘는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여기서 터 잡고 실거주할 사람이라면, 이걸 안고 살면 망해도 이 집은 남는 거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목돈화 시킬 수 있는 큰 적금이 되는 셈이다."

그는 역시 집을 분양 받기 위해서 소위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대출'을 받았다.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3억 5천 가운데 2억 5천이 빚이다. 실제 가지고 있는 돈은 1억 원이다. 그나마 이것도 공공기관에서 안정적인 신분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신용대출이 잘 나오고 급여도 정확히 나오는 상황에다가, LTV 담보 대출 한도 금액까지 맞아 떨어져서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분양가가 넘어 7~8억이었으면 청약이 됐어도 문제였을 거다. 나도 집에 손 벌릴 여력이 못되니까..."

그는 거의 '30년 대출'을 감당해야 하지만, 청약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오래전부터 독립한 상태로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어 분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동산 광풍이 씁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주변을 보면 4~5채 갖고 이를 지렛대(레버리지)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 편에는 전세로만 있다가 수억 원 이득 챙길 기회를 놓친 이들도 있는 것처럼 매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가르기도 한다. 사실 부동산에 관해선 직장이나 사회적 위치 등에 따라서 완전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 대기업 직장인이 아니라면 억 단위가 아니라, 천만 원 단위를 이야기하면서 자기 원룸 전세가 얼마나 올랐나를 더 예민하게 생각한다.

지금 부동산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하냐'를 봐야 한다. 비트코인 때랑 비슷하다. 이중화된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30대 대기업 부부'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핵심이다.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전제하에 스펙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 그들의 부모들도 기본적으로 잘 살 것 아닌가. 사실 나머지는 심드렁할 것이다. 나도 그랬고..."


[사례 ③ - 대학교 직원]
"공기업, 저금리 거액 대출 가능... 집 사야 하나 고민 중"  


"요즘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원래 고양시에서 전세로 쭉 살다 3기 신도시 때 분양권을 얻거나, 분양권을 받은 사람들이 빠진 집을 산다면 그리 무리를 하지 않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신현준(가명, 33)씨는 결혼 7년차로 아이는 없다. 고양시 화정동에서 1억 5천만 원 전세를 살고 있지만, 최근에 대기업 다니는 여동생이 회사 다니며 모은 돈과 빚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사는 걸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공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면서 어떻게든 빚을 내 집을 사자고 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보니까 대기업이나 공기업들은 사내 대출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고, 이건 사실 정부가 어떻게 규제하기도 힘든 사안이라 전세자금 대출만큼이나 유동성 공급의 원인이 되는 것 같기도 하더라."

아내는 저연차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직원에게 주택 구매로 가능한 대출이 1억이고, 회사와 연계된 은행에서 빌려주는 돈까지 합하면 2억에 가까운 돈은 초저리로 융자가 가능하다.

"아내를 보면서 만약 부부 두 명이 안정된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꽤 큰 돈을 융통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회사 차원에서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갭이 상당히 크더라.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전세자금 대출뿐 아니라 특정 계층에 대한 금융 수혜가 일반인들에 비해 크다 보니 서울 지역 고급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모두 서울에 살 수 없다면 적어도 광역교통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그런 혁신적인 교통망이 없으면 강남이나 판교 같은 접근성 좋은 일부 부동산에 대한 수요만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이 30대 집 구매로 이어져... 싼 아파트 후분양제로 공급해야"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안정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지역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내놓는 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정부 때부터 아파트 거품빼기운동을 펼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30대가 집 사기 대열에 합류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자에게 어마어마한 세금 혜택을 줘 수십만채에 사재기가 일어나 집 값을 폭등시켰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라도 30대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지 않도록 분양가 공개를 통해 건물만 분양하는 평당 600만 원 아파트를 후분양제로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대출은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비해 비소구 대출로 은행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부동산, #30대 , #영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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