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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C초등학교 급식실 조리 현장의 모습.
 부산 남구 C초등학교 급식실 조리 현장의 모습.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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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조리원 노동자들이 만성폐질환 판정을 받아 논란이다. 환기시설 대폭 개선 등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4년부터 부산 남구 A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해온 B(56)씨가 '만성폐쇄성 폐질환'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2월. B씨는 기침과 가슴 답답함을 호소했고, 결국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그달 말 퇴사했다.

C(59)씨 역시 계속된 기침 증세로 지난달 대학병원을 찾았다. C씨는 이달 말 양산부산대병원 직업의학과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 의심 소견으로 폐기능 등에 대한 정밀 검사를 받는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유해입자나 가스흡입에 따라 생기는 비정상적인 호흡기 증상이다. 기침과 객담, 호흡곤란이 이어지는 등 세계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한 병으로 불린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B씨 등의 폐질환 원인이 급식실 내 환기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개교 당시 학생 수가 570명이었던 A학교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1250여 명으로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급식 설비는 개교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급식 조리의 양이 늘어난 만큼 환기시설도 더 큰 용량으로 교체하고, 창문 면적도 확대해야 했다. 부산시교육청의 급식실 기준 면적을 보면 급식인원이 1250명인 A학교는 280㎡ 조리공간을 보장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A학교의 조리면적은 180㎡에 불과한 상황이다.

C씨와 노조가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급식 세척실의 경우 창문 없이 작은 환풍기 하나에 환기를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급식 노동자들은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유증기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에 대한 우려를 교육당국에 지속해서 전달해왔다. 학비노조는 ▲ 급식실 환기시설 교체 ▲ 급식실 개폐 가능한 창문으로 교체 ▲ 휴게시설 확장 ▲ 급식실 근무자 특수건강검진 실시를 요구하는 공문을 두 차례에 걸쳐 시 교육청에 보냈다.

그런데도 환기시설 개선 사업은 제자리였다. 대신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폐질환 증상을 앓고 있는 B씨는 "튀김, 부침 등 기름 요리를 할 때마다 연기가 가득해 눈이 따갑고 기침이 났다. 폐질환 악화가 걱정스럽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민정 학비노조 부산지부 부지부장은 "시설 개선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여러 번 보내고 답변을 달라고 했지만, 해결은 없었다"며 "현장 조리원들의 불안감이 계속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부산시교육청 관계부서는 현장점검 결과를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에게 보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시 교육청은 <오마이뉴스>에 "환기시설 등의 전면적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칠태 시 교육청 안전기획과장은 "후드 추가와 창문을 다는 등 환기시설을 바꿀 계획"이라며 "휴게실의 경우에도 공사기간 등을 고려해 내년 초에 확장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교육청.
 부산시 교육청.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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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만성폐쇄성 폐질환, #사망원인4위, #급식노동자, #좁은 급식실, #부산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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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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