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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교수 SNS 캡쳐
 김동은 교수 SNS 캡쳐
ⓒ 김동은 교수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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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0일 오후 5시 25분]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에 쓴소리했다. 지난 8일 김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대구적십자병원이 철거되고 같은 자리에 오피스텔이 신축되는 광경을 소개하며, 공공의료부분의 문제와 '메디시티(Medicity, 의료도시) 대구'의 그늘을 조명했다.

이날 김 교수는 '헐리는 공공의료'란 제목의 글에서 "며칠 전 대구적십자병원 건물에 가림막이 설치되었다"라며 "(대구적십자병원이) 공공병원 재개원이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피스텔을 세우기 위해 건물이 헐리기 시작했다"라고 알렸다.

김 교수는 현직 의사로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기획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자원봉사에 참여한 의료진이다. 당시 김 교수는 약 한 달가량 매주 대구 달서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최근엔 쪽방촌과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등에서 지난 25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한 경험을 엮어 에세이집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한티재)를 펴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비영리 특수법인 대한적십자사가 1961년 문을 연 의료시설이다. 대구경북 지역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구적십자병원은 그동안 지역의 공공종합병원 역할을 해오다 지난 2010년 폐업했다. 매년 적자가 10억 원 이상 발생하면서 대한적십자사가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손을 든 것이다. 이후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내놨으나 뾰족한 묘책을 찾지 못해 10년 동안 비어있다가 올해 초 건설업체에 매각됐다.

"대구적십자병원 착한 적자로 폐업"

김 교수는 대구적십자병원이 "착한 적자로 폐업했다"라며 "지난 2005년 대구의 노숙인, 쪽방 거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소가 처음 문을 연 곳이 바로 대구적십자병원이다"라고 주장했다.

'메디시티 대구'도 비판했다. 대구시는 지난 2009년 세계적인 의료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메디시티'를 선포했다.

"(지난 2010년) 대구적십자병원 폐원으로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병원이 대구에는 사실상 대구의료원 하나 남게 되었다. 인구 243만 대구는 이번 코로나19를 442병상의 공공병원 하나로 맞섰다. 일부 민간 병원도 병상을 제공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3월 초, 무려 2300명이 넘는 확진 환자가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했고, 초기 사망자 75명 중 약 23%는 입원도 하지 못하고 숨졌다. 약 3만 8천 개의 병상을 자랑하던 '메디시티 대구'의 환자들은 전국의 공공병원으로 이송되어야 됐다."


대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김 교수는 "물론 공공병원과 공공병상 부족은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전체 병원의 5.7%에 그치고, 유사시 국가나 지자체가 동원 가능한 공공병상 역시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하다"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공공병상 비중은 70.8%에 이른다"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찬밥 취급'의 설움을 견뎌야 했던 우리나라 공공병원이 이번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공공병원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민들에게 공공병원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공병원은 신종 전염병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시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한다. 또한 평상시 취약 계층의 건강권을 지켜주는 의료 안전망 역할도 한다"라며 "아울러 교과서적 적정 진료와 표준 진료를 제공함으로써 민간 의료기관을 선도해 국민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라고 썼다.

"제2의 대구의료원 건립 필요... 코로나19의 교훈 찾기 어려워"

8일, 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지난 2009년 대구시가 '메디시티 대구'를 선포한 이듬해 (대구)지역에서 사실상 공공의료병원 역할을 한 대구적십자병원이 폐업했다"라며 "이에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적십자병원을) 대구시가 매입해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대구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끝내 건설업체에 넘어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노무현 정부 때 공공병상 30% 확보를 위해 애썼으나 민간 병상의 급속한 확장으로 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었다"라며 "하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엔 대구적십자병원과 진주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차례로 폐원했다"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지방 공공병원, 공공의료의 1차 책임은 지방 정부에 있다"라며 "대구에도 유사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이 가능한 500병상 규모의 제2의 대구의료원 건립이 필요한데 건립비, 운영비 등을 들어 장기적으로 이를 검토하겠다는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코로나19의 교훈을 찾기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코로나19에 (우리나라) 공공의료 부문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대구적십자병원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모습이 참담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SNS에) 글을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적십자병원 폐업과 관련해 "건축 허가는 해당 구청에서 맡고 있다"라며 "(대구 적십자병원 폐업과 관련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라고 했다.

대구시 중구청 관계자도 "대구 적십자병원 폐업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라며 "지난 4월, 건설업체가 철거작업 계획을 접수했다. 오피스텔이 아니라 148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적십자 병원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롭게  건설될 건물.
 대구적십자 병원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롭게 건설될 건물.
ⓒ 김동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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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구적십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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