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김범수가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양 팀의 방망이는 좀처럼 터지지 못했다. 8회까지 각각 1점씩만 얻어내며 투수전의 경기를 펼쳤는데,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홈런으로 두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화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승리만큼 값진 선발투수로서 김범수의 가능성을 봤다.
 
이날 한화의 선발투수로 나선 김범수는 6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4볼넷 4K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호투를 펼쳤다. 두산의 선발투수는 에이스 알칸타라로 쉽지 않은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또한 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 타자들을 최고 151km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커브로 상대해 단단히 봉쇄했다.
 
특히 이날 김범수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2회 2사 1, 2루의 상황에서 박세혁을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고, 3회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도 페르난데스를 병살타로 처리했다. 6이닝 동안 네 번의 득점권 찬스를 내줬지만, 범타와 삼진으로 잡아내며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마지막 이닝에서 150km 직구를 던지며 자신의 스태미너를 뽐냈다. 불펜의 실점으로 아쉽게 김범수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당당히 증명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한화 이글스 선발 김범수가 역투하고 있다.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한화 이글스 선발 김범수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범수는 그동안 한화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존재였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1차 지명돼 독수리 유니폼을 입게 된 김범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입단 당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입단 후 3년 동안 부상과 수술이 겹쳐 35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다행히 재활에 성공해 2018시즌부터 1군에서 자주 등판하기 시작했는데, 그해에 55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7홀드 5.77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2019시즌에는 선발투수로 전환했다. 하지만 높은 볼넷 비율과 불안한 제구 능력이 김범수의 발목을 잡았다. 선발로 나선 16경기에서 3승 8패 5.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따라서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 후보로 김범수가 거론될 때마다 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실제로 올해는 개막 후 줄곧 불펜에서만 등판했다.
 
그러나 김범수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시즌 초반 인상적인 호투를 펼친 장민재, 장시환, 김이환, 김민우 등 토종 선발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에서 돌아온 채드벨마저 컨디션을 찾지 못하며 부진하고 있다. 에이스 서폴드 외에는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하고 있는 선수가 현재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한화에게 김범수는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김범수가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4일 경기였다.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연기돼 생기게 된 더블헤더 1차전(공식 기록은 6월 13일)에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해 3.1이닝 동안 1실점으로 역투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김범수의 호투로 팀은 18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6월 19일 NC 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한 김범수는 4.1이닝 동안 5피안타 1피홈런 3실점 4K 2볼넷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최고 구속 149km를 찍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6월 25일 삼성 전에서는 6이닝 동안 112구를 던지며 2실점 7K로 호투하며 시즌 첫 선발승과 QS를 얻어냈다. 3일 두산 전에서도 QS를 기록하며 2경기 연속 QS를 달성했다.
 
이러한 김범수는 한화의 불안한 선발 로테이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등이 절실한 한화에게도 김범수의 활약은 큰 힘이 되고 있다. 과연 김범수는 한화 선발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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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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