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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전MBC가 1997년부터 성별을 이유로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 여성 아나운서는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분리 채용해온 것은 차별이라고 명시하고, 대전MBC와 본사 차원의 대책 마련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채용 성차별 관행 속에 입사해 남성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해왔음에도 고용 형태, 처우 등에서 차별을 받은 여성 아나운서(진정인)에 대한 정규직 전환,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한 부당한 업무배제 등 불이익에 대한 위로금 500만 원 지급을 권고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정의 당사자인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입니다. 인권위 권고를 확인하고 그날 왈칵 터진 눈물이 생각납니다. 그 눈물에는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대전MBC가 한 개인에게 가한 지난 1년간의 탄압에 대한 울분이 담겨 있었습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성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여성은 계약직, 프리랜스로 채용한 것은 성차별 채용이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성차별 채용으로 피해를 본 유지은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6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성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여성은 계약직, 프리랜스로 채용한 것은 성차별 채용이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성차별 채용으로 피해를 본 유지은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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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보다 더 잔인한 부당한 업무배제들. 인권위 진정을 제기한 이틀 후 바로 듣게 된 '보이는 라디오' 중단 통보, 2주 후에는 갑자기 라디오 뉴스가 폐지됐습니다. 두 달 후에는 뉴스데스크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입사 후 6년 가까이 단 한 번도 내려온 적 없었던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던 날,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3초 남짓의 이 짧은 멘트를 끝으로 저는 하루아침에 TV에서 사라졌습니다.

인권위 권고가 나온 후, 많은 분이 축하해 주시며 '이제 TV에서 볼 수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전MBC는 사과해야 합니다

공신력 있는 국가 기관의 결정이 나왔으니 당연히 공영방송이 권고를 이행할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시겠지만 대전MBC는 이 '당연한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진정을 넣을 당시부터 인권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무시할 생각이니 사법적인 판단을 받으라고 종용하던 사측이었습니다. 

대전MBC의 안하무인 입장은 여전히 변함없는 상황이고, 직접 들은 바는 없으나 권고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기자들을 통해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측이 인권위 조사가 편파적이었다는 주장을 한다는 말도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장장 1년에 걸친 긴 조사 기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정문에 적힌 대전MBC의 자료 제출, 관계자 인터뷰의 내용은 너무도 부실했습니다. 대전MBC가 인권위로부터 원하는 결정을 받기 원했다면, 적극적으로 소명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인권위 권고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긴 조사 기간을 허비하고서는 인권위 탓을 하고 권고를 부정하는 대전MBC.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오만함에 방점을 찍는 태도입니다.

대전MBC는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해야 합니다. '공교롭게' '우연히'라는 말로 얼버무린 후, '유감이다', '유념하겠다'는 얄궂은 말로 포장하기에는 차별은 너무도 명확하고, 공영방송사로서 책임의 무게는 무겁습니다. 공영방송 품격에 맞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대전MBC는 저의 정규직 전환 권고에 대해서는 사법적인 판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인권위 결정문에는 4개의 판례를 통해서 면밀히 검토된 저의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이 판례는 모두 최신 판례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고, 여기에 6월 18일 또 하나의 판결이 나와 판례가 더해진 상황입니다. 종속성과 실질적 업무지시를 중심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사법부의 판결을 확인하고도 소송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항소에 항소로 시간을 끌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려는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속셈이 담겨 있습니다. 51페이지에 달하는 구체적인 인권위 결정문도 부정하는 사측이 1심을 인정할 리 만무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한 것은 조용히 잊힐 것이 분명한데, 국가기관의 권고를 무시하는 공영방송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습니다. 이는 어렵게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려는 모든 사람을 주저앉히는 일이기에, 저는 대전MBC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대전MBC 시계만 거꾸로 움직입니다
 
중년의 남성 앵커 옆에 젊은 여성 앵커의 구도가 바뀌고 있고, 안경 낀 여성앵커가 화제가 되는 등 성차별적인 고정관념들을 하나씩 깨나가며 대한민국의 시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전MBC의 시계만 거꾸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채용 성차별 권고에도 무시로 일관하는 대전MBC의 대응은 서슬 퍼런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대전MBC와 대한민국의 간극이 너무도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지역의 대표 공영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반성하며 지역 시청자를 위한 뉴스로 거듭나겠다는 대전MBC의 이야기를 앵커로서 직접 전했던 2017년 12월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전례 없이 자사 출신 사장이 선임됐고, 조직과 더 나아가 지역에 대해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고는 살인이다" "공영방송 정상화" 등 파업 기간 외쳤던 대전MBC의 외침은 허공에 흩어졌고, 대전MBC는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방송사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리고 파업을 지지해주던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대전MBC는 오롯이 '차별길' 만을 걷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모두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귀담아듣고, 다시 신뢰를 쌓아가는 대전MBC가 되기 위해선 많은 분의 질타 또한 필요합니다. 

더 많은 분의 관심을 통해 목소리가 모일 수 있도록 저도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대전MBC가 인권위 권고를 조속히 이행하길 촉구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7일 대전MBC에 대해 '성차별적 고용관행 시정'을 권고한 것에 대해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대응 대전공동행동은 18일 오전 대전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MBC는 인권위의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발언을 하고 있는 유지은 아나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7일 대전MBC에 대해 "성차별적 고용관행 시정"을 권고한 것에 대해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대응 대전공동행동은 18일 오전 대전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MBC는 인권위의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발언을 하고 있는 유지은 아나운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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