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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감 공짜노동 강요 말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7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숙사 사감, 공짜 노동 강요말고 부당한 야간휴게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영상은 현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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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일 시키고 임금은 8시간. 사감 공짜노동 강요 말고 부당한 야간휴게 시정하라."
 
'생활지도사'인 기숙사 사감들이 2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외쳤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가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경남지역에는 중‧고교와 특수학교 105곳(공립 53, 사립 52)에 사감 117명이 일하고 있다. 사감은 대부분 오후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한다.
 
근무조건은 학교 유형별로 다양하나 대체로 소정근로시간은 8시간이고, 새벽 2~6시 사이 휴게시간이다. 학교 기숙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개 12시간이나 근무시간은 8시간만 인정 받는 것이다.
 
사감 운영에 통일적 기준이 없다. 노동자들은 4시간 휴게시간 지정이 "임금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사감들은 "수십, 수백명의 학생들의 취침시간 중 다양한 돌발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해진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되고, 휴게시간 중 수면을 사용자로부터 지적 받기도 하며, 사감 외 학생들을 돌볼 다른 근무자가 없어 학교 밖을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휴게시간, 근로시간을 구분하여 일어나지 않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현장 발언이 이어졌다. 김영상 고성음악고등학교 사감은 "실제 근무를 하다보면 기숙사에서는 무수한 사건사고가 매일매일 일어난다"며 "10대 학생들이 수십명, 수백명이 살아가는 집인데 많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 그러한 일들은 휴게시간, 근로시간을 구분하여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감은 "실제로 4시간에서 7시간의 무급휴게시간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건사고를 처리하거나, 이를 대비하는 대기시간이다"며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살핌의 시간들이다"고 했다.
 
이영선 밀양영화고등학교 사감은 "자정이 넘어 한 학생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사감실 문을 두드렸다. 기숙형 학교의 특성상 원거리 학생이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자녀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보호자가 학교까지 자녀를 데리러 온다 하더라도 소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나 병원 동행은 우선 사감이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응급처치를 하든, 부모를 기다리든, 병원 동행을 하든 한밤중에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돌발 상황의 일순위 대처자는 언제나 사감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사감은 "학생들도 문제가 생기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감을 찾는다. 멀리 있는 당직교사를 찾지는 않는다. 학생 보호자는 심야시간 학교까지 갈 상황이 못 된다며 종종 사감에게 병원 진료 동행을 부탁한다. 이런 경우 사감은 대부분 밤을 지새우게 된다. 휴게시간은 무늬만 휴게시간이고, 쉬지 못하는 휴게시간이다"고 했다.
 
전희영 태봉고등학교 사감은 "아이들이 제 휴게시간 맞춰서 잠들지도 않지만, 애들이 잔다고 제가 대자로 누워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혹시나 깨는 애들이 있을지 몰라 졸거나 쪽잠을 자면서 보낸다"고 했다.
 
이어 "안 자고 애먹이는 녀석도 있고, 열이 나는 날, 배가 아픈 날, 응급실 가는 날도 많다"며 "우리가 경비원이냐, 사감이냐, 담임교사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싶어 하는 시간. 우리만 그 자리에 놔두고. 보지 못했으니 모르겠다. 안 보이니 모르겠다. 우리가 유령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전 사감은 "학생 안전을 위해 우리를 대기시켜 놓고, 휴게시간이라고 급여는 주지 않고, 밤새 있었던 일에는 고생했다 한 마디로 입을 닦아 버리는 학교와 교육청은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백수연 산촌유학교육원 사감은 "기관 관리자는 뒤늦게 휴게실을 제공하면서도 '휴게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서는 안 된다. 휴게시간에 잠을 자서도 안 된다'고 당부했다"며 "심지어는, 입소생 중 복통 환자가 발생해 관리자 보고를 거쳐 응급실 진료를 동행했지만, 다음날 다른 관리자는 '왜 휴게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하고, 일이 없을 땐 잠을 자냐'면서 질책하는 갑질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백 사감은 "휴게시간은 새벽 2시부터 시작되도록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었지만, (학생이 아파)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서 1시간을 보내고 학교로 복귀하니 새벽 3시를 넘기게 되는 날도 있었다"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7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숙사 사감, 공짜 노동 강요말고 부당한 야간휴게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7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숙사 사감, 공짜 노동 강요말고 부당한 야간휴게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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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을 요구한지 1년이 지나간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회견문을 통해 "사감 조합원들이 고질적인 임금체불 현실을 토로하고 개선을 요구한지 1년이 지나간다"며 "그러나, 아직 학교의 현실은 모든 것이 그대로다"고 했다.
 
이어 "사감을 비롯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연장근로수당 지급예산을 교육청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체불이 하루에도 허다하게 발생한다"며 "사감 조합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을 낮 삼아 일하다보니 임금체불은 더욱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육청은 지난 1년 동안 주관 부서와 담당자도 없이 세월만 보내다가 이제야 잘 해보겠다고 T/F도 꾸리고 폼을 잡고 있지만, 교육청 사람들끼리 한 달에 한 번 논의하기도 힘들어 여전히 세월만 잘도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모든 문제가 예산과 연결되겠지만, 돈이 학생안전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학생 안전을 지키자는 것도 결국 사람 손을 타는 것이고 사람부터 보자는 것인데, 교육청과 학교는 돈 타령 그만하고 사람을 먼저 봐야하는 것 아닐까"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가 잠든 어두운 학교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지키고 있는 미더운 사감 조합원들을 자주 본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교육감님을 믿는 마음으로 보내는 사감 조합원들의 마지막 호소다"고 했다.
 
경남도교육청 "학교별로 유형이 너무 다양"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휴게시간의 경우 구체적 업무 방식,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휴게장소의 구비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하므로 휴게시간이 부당하게 지정되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숙사 사감 직종의 복무를 포함하여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검토하고, 기숙사 업무의 총괄‧조정을 위한 담당자 배정하고 있다"며 "기숙사 사감 처우개선 등을 위한 기숙사 업무담당자 TF 협의회를 구성하여 기숙사 운영매뉴얼을 제작 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휴게시간의 경우 학교별로 유형이 너무 다양하므로 학교종별로 점진적인 협의를 통하여 휴게시간에 대한 편차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7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숙사 사감, 공짜 노동 강요말고 부당한 야간휴게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는 7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기숙사 사감, 공짜 노동 강요말고 부당한 야간휴게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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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숙사 사감,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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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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