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에서 진다면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이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1부리그 최하위권 두 팀이 이번 시즌 전체 일정 3분의 1이 찍히는 9라운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어느 팀이 더 간절했는가는 1-0이라는 아슬아슬한 게임 결과도 말해주지만 유효 슛 기록(FC 서울 8개, 인천 유나이티드 1개)이 너무도 분명하게 가르쳐주었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이 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9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윤주태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 승리는 지난 5월 22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3라운드 어웨이 게임 2-1 승리 이후 36일만에 얻은 값진 결과이며 이 귀중한 승점 3점 덕분에 서울은 11위에서 9위(승점 9점 3승 6패 6득점 18실점)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두 팀에게 주어진 페널티킥

어쩔 수 없이 축소 일정을 짜야했던 코로나-19 시즌이어서 전체 27라운드 일정 중 1/3이 끝나는 지점에서 11위와 12위가 만났다. 이미 두 팀의 격차(승점 4점 차)는 약간 벌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 한 게임만으로 순위가 뒤집힐 수는 없었다. 11위 FC 서울은 최근 5게임 연속 패배의 수렁에 빠진 것은 물론 K리그1 실점 1위(18실점, 게임 당 2.25골)로서 수비 라인이 무너졌다는 심각한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FC는 더 이상 내려갈 순위도 없는 12위로서 최근 6게임 연속 패배라는 구단 역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 듬직해 보였던 골잡이 케힌데가 무릎 부상으로 팀을 떠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팀의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는 골잡이 무고사까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이 중요한 게임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저마다의 사정이 딱했지만 축구 게임은 분명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법, 축구의 신이 먼저 미소지은 편은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40분, FC 서울 페널티 구역 부근에서 박병진 주심이 휘슬을 길게 불었다.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김호남의 오른쪽 크로스가 부정확했지만 이를 가슴으로 처리하려던 FC 서울 수비수 윤영선이 왼팔을 사용하여 공을 멈춘 순간이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영상에도 또렷하게 찍혔다. 윤영선은 수비 라인이 무너진 FC 서울이 2018 시즌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울산 현대에서 급하게 빌려온 선수이기 때문에 이 페널티킥 상황이 더 아득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최근 연패의 늪에 빠질 때 페널티킥을 여러 차례 내주며 분루를 삼켰던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그 불편했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늘이 주신 첫 승리의 발판을 걷어차 버렸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시행한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우혁이 상대 골키퍼 유상훈의 순발력에 미리 겁을 먹고 왼쪽으로 너무 틀어 차는 바람에 골문 기둥조차 외면한 것이다.

이우혁은 그 자리에서 엎어져서 얼굴을 잔디에 파묻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2라운드까지 0-0 게임을 펼치며 쌓은 승점 2점 이후 6게임을 모조리 패하며 승점 1점은 물론 1골조차 간절했지만 그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반대로 이 아찔했던 순간을 뜻밖의 행운으로 넘긴 FC 서울도 60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반전 드라마를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승규가 공을 몰고 과감하게 인천 유나이티드 페널티 구역 안으로 달려들어가는 순간 뒤에서 인천의 오른쪽 풀백 정동윤이 양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것이다.

이 반전의 기회를 잡은 키커는 박주영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정확하게 읽고 몸을 날려 막아내는 기막힌 상황이 나왔다. 한 게임 안에서 양 팀에게 한 번씩 페널티킥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지만 그 두 기회 모두 득점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두 팀이 왜 순위표 바닥을 찍고 있는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슈퍼 서브 윤주태, 위기의 독수리를 구하다

페널티킥 해프닝 둘은 더 짜릿한 결말을 예고한 것에 불과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고통을 참으며 위기의 팀을 이끌고 있는 FC 서울 최용수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골잡이 아드리아노를 빼고 윤주태를 들여보내 후반전 승부수를 띄웠다. 오프 더 볼 감각이 뛰어난 윤주태의 슈퍼 서브 기질을 활용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허리 아픈 독수리 감독의 이 결단은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졌다. 박주영의 페널티킥이 인천 골키퍼 정산의 슈퍼 세이브에 가로막힌 뒤 2분만에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63분, 박주영에게 굴러가는 패스를 가로채기 위해 인천 수비형 미드필더 마하지가 미끄러지며 발끝으로 공을 먼저 건드렸는데 그 방향이 야속하게도 골문 방향이었다. 이 주인 없는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선수는 바로 교체 선수 윤주태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바로 그 지점까지 쉼 없이 움직이는 윤주태 특유의 오프 더 볼 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박주영의 페널티킥을 놀라운 순발력으로 막아낸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왔지만 오른발 끝을 내뻗어 반 박자 빠르게 밀어넣는 윤주태의 마무리 능력이 단연 압권이었다. 이것이 작은 차이로 보여도 승점 3점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 슈퍼 서브 윤주태에게 한 방 얻어맞은 인천 유나이티드에도 군대(상주 상무) 가기 전 시우 타임이라고 자랑하던 송시우가 53분부터 교체 선수로 들어와 뛰었지만 무고사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격력은 보는 이들의 심장 박동수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 게임을 통해 상대 팀 FC 서울이 모두 12개의 슛을 날렸고 그 중에서 66.7%에 해당하는 8개를 유효 슛으로 날려 정확도를 높였음에 비해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겨우 4개의 슛 중에서 1개만 유효 슛 기록으로 남겼다. 그 하나조차 주장 완장을 찬 김호남이 비교적 먼 거리에서 FC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글러브에 안착시킨 평범한 감아차기 슛(80분)일 뿐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꼴찌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1골이라도 따라붙어야 할 후반전 중요한 흐름 속에 패스 미스는 기본이었고 측면 크로스조차 흰 옷 입은 동료 선수들에게 날아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FC 서울은 윤주태의 오른발 대각선 슛(72분), 박주영의 오른발 중거리슛(86분) 위력을 계속 드러냈다. 바닥을 찍고 일어서기 위해 그 한 골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 차이에서도 누가 꼴찌일 수밖에 없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FC 서울은 다시 순위를 9위까지 끌어올렸으며 인천 유나이티드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7게임 연속 패배의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7게임 연속 패배 기록 중 무려 6게임이 1골 차이로 진 것이어서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게임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겨우 한숨을 돌린 FC 서울은 이제 7월에 이어지는 10라운드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슈퍼 매치를 맞이한다. 7월 4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수원 블루윙즈(10위)와 만나는 것이다.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주중에 FA(축구협회)컵 3라운드 수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을 끝내고 울산으로 찾아가 7월 4일 오후 6시 우승 후보 울산 현대를 만나야 한다.

2020 K리그 원 9라운드 결과(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

FC 서울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윤주태(63분)]

FC 서울 선수들
FW : 아드리아노(46분↔윤주태), 박주영
MF : 고광민, 한승규, 오스마르, 알리바에프, 고요한(59분↔김진야)
DF : 김주성, 윤영선, 황현수(80분↔김남춘)
GK : 유상훈
- 경고 : 알리바에프(39분), 한승규(54분), 윤영선(58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지언학(53분↔송시우)
AMF : 김호남, 이호석(50분↔최범경), 이준석(78분↔김성주)
DMF : 이우혁, 마하지
DF : 강윤구, 양준아, 이재성, 정동윤
GK : 정산
- 경고 : 송시우(7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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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 FC 서울 윤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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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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