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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 그 날의 사건을 되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술렁거렸다. 

최종병기, 그가 왔다고 했다. 1년 전이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 <중앙일보>는 "적폐청산의 최종병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사법농단 잔재 세력의 완전 소탕 명령을 그에게 발하는 순간 정권과 검찰의 거리는 이미 소멸된다"고 우려했다. 기우였다. 

더 술렁거렸다.  

2019년 6월 26일,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낙점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윤석열이 총대 메고 조국이 뒤에서 조종하고 야당 겁박에 앞장서는 석국 열차가 완성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기우였다.

꼭 두 달 만이었다. 작년 8월 27일,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4개 특수부 검사들을 수사에 투입했다. 조 장관은 결국 취임 35일만에 사퇴했다. 앞서,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나를 검찰주의자라고 평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헌법주의자다."

"검찰사법을 넘어 검찰정치의 단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2019년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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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스스로 헌법주의자를 자처하지만, 취임 이후 그의 행보는 헌법과 법률보다는 검찰청법과 검찰 관행을 우위에 두는 '검찰주의자'의 그것에 가깝다. 그의 언어와 행보는 검찰 조직을 (초)헌법적 내지 정치적 기구라고 보지 않고서는 통일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였던 그가 의지하고 충성하였던 것은 검찰이라는 조직이었으며, 그가 수행한 방식은 검찰이 그 권한 유지를 위해 정치적 행위 주체로 나서는 것이었다... (중략) 이는 곧 '검찰정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내놓은 '검찰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2009년부터 참여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의 올해 제목은 '한 발 나간 검찰 개혁, 반발하는 검찰 권력'. 2019년 5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사실상 윤석열 체제를 꼼꼼히 기록하고 나온 결론이다.

먼저 참여연대는 "2019년은 검찰 개혁이란 시대적 과제의 일부가 입법의 형태로 완성된 중요한 해"라고 했다. 공수처 설치법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검찰 개혁이 한 발 나갔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검찰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부패를 방지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공익의 대변자로 거듭나기 위해, 이미 도출된 개혁과제들을 철저히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평가는 아주 박했다. "검찰사법을 넘어 검찰정치의 단계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서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홍익대 법과대학 교수)은 "검찰개혁이란 검찰이 '검찰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으로, 형사 절차의 왜곡된 현상인 '검찰 사법'을 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은 검찰 사법에 대해 "정상적인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바는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되므로 그 이전에 '실체적 진실'은 법적으로 여전히 미확정 상태"인데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의 정보를 언론에 직·간접적으로 공개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면서, 검찰과 정치권, 언론이 주연이 된 언론재판, 여론재판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검찰 사법', 즉 "검찰이 법원을 대신하여 '사법'의 담당자로 나서는 왜곡된 현상"이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던 조국 전 장관 수사로 대표되는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오 위원의 평가다. 그는 "검찰 개혁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보인 검찰 행보" 역시 "종래 '검찰사법'이라고 비판받아오던 수준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정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조국 장관 시절 나왔던 이 권고안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조국 민정수석 '화기애애'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리는 임명장 수여식 전 차담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 수석은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리는 임명장 수여식 전 차담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 수석은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상태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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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법무부 산하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법무부·검찰개혁 권고안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정리한 현황이다. 위원회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모두 16차례에 걸쳐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이중에는 특히 검찰의 자정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권고안이 4가지가 포함돼 있다. 

'대검찰청 등의 정보 수집 기능 폐지' 권고안(6차)이 그 첫 번째 예다. 위원회는 "실제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음에도 검찰 내외부로부터 각종 사건 및 정세 등에 관해 정보를 보고받고 지휘하는 비대화된 조직을 법적 근거 없이 운영하고 있으며 검찰 직접수사를 직·간접적으로 지휘 및 지원하고 있다"며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수사정보 1·2담당관 폐지"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규정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2020년 상반기 인사에서 수사정보정책관이 여전히 임명됐다.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권고안들도 있다. '이의제기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관련 지침 개정' 권고안(7차)은 일선 검사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하는 검사의 진술권을 보장하고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역시 관련 규정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이행 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비공개'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검사회의와 수사관회의의 구성과 자율적 활동을 보장하라는 권고안(9차) 역시 이행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에 검찰에 대한 감찰기능이 있음에도 하위 규정인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감찰권이 제약되고 검찰청 감사도 제외되어 있어 사실상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포기하고 있음. 이로 인해 검사의 비위 행위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식 감찰이 이어져 왔음." (2019년 10월 7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 2차 권고안,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실질화 - 셀프감찰 폐지 방안 마련' 권고 배경)

일주일 후,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10월 16일, 비검사 출신인 한동수 변호사가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됐다. 10월 21일, 직접 감찰 착수 사유를 종전의 3개에서 7개로 확대하도록 법무부 감찰 규정이 개정됐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2020년 3월 31일 대검 감찰부에 고위 검사 비리 등을 조사·처리하는 감찰3과가 신설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감찰을 강화하는 취지로 일부 관련 규정의 개정과 조직 개편이 있었으나 대검찰청 내의 자체 감찰기구를 강화한 것이어서, 셀프 감찰을 중단하고 법무부 직접감찰 강화를 권고한 개혁위 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도 덧붙였다.

"실제로 2020년 4월 논란이 된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및 수사 기밀 유출 의혹 관련하여 대검 감찰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감찰 착수를 통보했지만, 윤 총장이 이를 제지하고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겼다는 보도가 나와 대검 감찰기구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대두됨."

그리고 남은 헌법주의자란 물음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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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일은 최근 또 있었다. 

지난 19일 대검은 "검찰 수사가 무리하고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채널A 기자 변호인이 요청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수용했다. 앞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해당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하는 등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었던 만큼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윤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이 연루된 사건이기에 사실상 윤 총장의 수사 지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거짓 강요가 있었다는 진정을 대검 감찰부가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실에 배당했던 것을 두고도 역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검 규정에 따라 감찰 개시 사실과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면 되는 감찰부장과 달리 인권감독관은 조사 과정을 대검 인권부에 보고해야만 한다. 과거 윤 총장과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의 이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헌법주의자?'라는 물음표가 커지는 모양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은 헌법이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천명했다. 대검찰청의 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하고,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셀프 감찰을 폐지하도록 하는 것 등은 모두,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검찰이 쓰이도록 하기 위해 나온 권고안들이다. 

24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한다'는 응답이 45.5%, '잘못한다'는 응답이 45.6%로 나타났다. '석국 열차' 시절의 유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 개혁안을 얼마나 이행하느냐에 따라 무게추가 기울어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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