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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20.5.24
 지난 5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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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보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24일 <조선중앙통신>은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 예비회의에서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하였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24일 저녁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도 담화를 통해 위의 결정 사항을 확인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대적'이라는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발표했던 대남전단 살포, 금강산관광 지역과 개성공단 내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 및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훈련 등이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냉각기'를 가질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북한의 조치는 철회가 아니라 보류이고, 남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보류"가 "재고"가 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왜 군사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가?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가운데 지켜진 것이 무엇이냐고 문재인 정부를 몰아붙여왔다. 그런데 '부분적으로나마' 지켜진 것이 있었다. 9.19 군사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의 이행이 신속하고도 순조롭게 이뤄졌다며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부여는 북한의 대남 불신과 배신감을 키워줬을 공산이 크다. 군사합의를 두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있으나마나" 하다면서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한은 군축에 앞서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반면 북한은 군축을 우선시했다. 특히 군축은 김정은의 전략 노선에 따라 더욱 중요해졌다. "상용무력", 즉 재래식 군사력 부담을 줄여야만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내적 자원 동원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판문점 및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군 수뇌부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수경례를 시키면서까지 "단계적 군축" 추진에 합의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군비통제를 둘러싼 남북한의 입장 차이는 4.27 판문점회담과 9월 평양회담에서 조율됐다. "군사적 긴장 해소 및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군사적 긴장 해소 및 신뢰구축" 수준에서 멈췄고 오히려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에 나섰다.

대규모 군비증강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2019년 7월 25일 김정은의 "권언"도, 북한 기관과 매체들의 비난도 소용없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던 국방비는 올해 들어 50조 원을 돌파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세계 12위로 평가받던 군사력은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2019년 세계 18위로 평가됐던 북한의 군사력은 25위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하는 노광철 인민무력상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북측 수행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하는 노광철 인민무력상 2018년 9월 1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북측 수행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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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언"까지 내면서 대규모 군비증강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던 김정은으로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자 난감한 처지가 됐을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생각해보라.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던 북한군 수뇌부들은 그 이후 상황에 대해 김정은에게 어떤 보고를 했을까?

미국 대통령이 중단을 약속했던 한미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여기에 '수복지역에 대한 안정화 작전', 즉 유사시 북한 점령 훈련까지 포함됐다는 보고가, "단계적 군축" 추진에 합의했던 문재인 정부가 F-35를 비롯한 최첨단 무기 도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보고가, 그리고 접경 지역에 있는 북한 군인과 주민들이 남쪽에서 날아온 삐라를 줍느라 불만이 크다는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위신과 체면이 깎인 김정은 정권의 대남 불신과 증오는 커져갔을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6월 17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북남관계를 책임진 주인의 자세와 입장으로 돌아오라는 우리의 권언과 충고에 귀머거리, 벙어리 흉내를 내며 신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것은 과연 누구인가"라고 반문한 것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대남관계를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고 군사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군부 달래기'의 성격이 짙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 고조 및 충돌 위험은 김정은에게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군사적 위기 도래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군부의 영향력은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보류' 지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추후 상황 전개의 공을 남측에 넘기면서 위기관리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일방의 자제와 선의적인 행동의 결과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호상존중과 신뢰에 기초한 쌍방의 노력과 인내에 의해서만 비로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영철의 담화로도 뒷받침된다.

즉, 김정은 정권이 6월 4일 김여정의 담화부터 최근까지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군부 관리와 위기 관리의 변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태극기' 배지를 옷깃에 달고 있다.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25전쟁 미발굴 전사자 12만2609명을 기억하는 캠페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태극기" 배지를 옷깃에 달고 있다. "끝까지 찾아야 할 122609 태극기"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25전쟁 미발굴 전사자 12만2609명을 기억하는 캠페인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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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정은 정권의 '군부관리'와 '위기관리'가 길항관계(trade-off)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즉, 김정은의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군부 통제가 가능해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위'와 '현실'의 구분이다. 가령 남북경협 재개는 미국 주도의 제재가 촘촘하게 짜여있어 당장은 어렵다. 이에 따라 제재와 같은 구조적 제약과 무관한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있을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부와 여당이 천명한 대북전단 살포 규제다. 이는 북한의 대남 강경책의 방아쇠를 제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냉각기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나머지 둘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국방비 감축을 통한 "단계적 군축" 의지 표현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 세 가지 조치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결심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아마도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를 뽑으라면 하반기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실시 여부일 것이다. 만약 훈련이 강행된다면 북한의 군사적 선택은 강경한 방향으로 흐를 공산이 대단히 크다.
 
북한, 남북장성급회담서 한미훈련중단 요구 가능성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한미 간 통상적 훈련은 계속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14일 열리는 제8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비롯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8월 열린 한·미 해군 연합 활주로 피해복구 야외실제훈련(FTX).
 2017년 8월 열린 한·미 해군 연합 활주로 피해복구 야외실제훈련(FTX)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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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에도 나온 것처럼, 김정은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들의 불만이 크다며 중단을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것이 오늘날 갖는 의미는 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훈련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왔고 대선을 앞두고 북한 변수를 관리할 필요를 느끼고 있을 트럼프로서도 훈련 중단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한미정상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조속한 발표가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발표를 가능케 하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상기한 세 가지 조치는 진즉부터 했어야 했다. 연합훈련 중단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두 차례나 약속한 바였다. 대북 전단 살포 중지와 "단계적 군축" 추진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차례나 합의한 것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 오늘날의 남북관계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낸 주된 요인인 것만은 틀림없다. 불편하더라도 이 진실을 직시할 수 있을 때 슬기롭게 냉각기를 거쳐 반전을 준비할 수 있다.

남북관계 파국의 원인과 해법을 군사 문제 중심으로 살펴본 이유가 있다. 북한의 대남 증오심의 중대한 원인이 돼 왔는데, 정작 이를 거론하는 전문가나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상 징후가 작년 하반기부터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역지사지의 태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도 있다. 9.19 군사 합의는 제재와 같은 국제적 제약과 무관한, 그래서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었던 분야였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를 구할 수 있는 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군사 문제는 제재와 무관하기에 문재인 정부가 결심만 하면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사구시'다.

태그:#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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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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