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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역신문들의 계좌에 평균 700만 원에 이르는 코로나19 긴급자금이 들어왔다. 입금자는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국내 포털사도 아니었다. 세계적 IT 기업인 구글(Google)이었다.

전국 풀뿌리지역언론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의 이영아 회장은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놓인 작은 언론사들이 구글의 '저널리즘 긴급 구제 펀드'(Journalism Emergency Relief Fund, 아래 저널리즘 펀드)에 지원해 "단비 같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고양신문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지원신청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구글의 글로벌 이벤트에 들러리 서는 건 아닌지, 정산은 또 얼마나 까다로울지 등 부정적인 마음이 컸다"며 "하지만 신청서 작성 일주일 만에 지원이 결정됐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돈이 입금됐다. 이렇게 빠른 지원은 처음"이라고 호평했다.

신청서 작성 일주일만에 지원 결정, 일주일만에 입금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소재 구글 본사의 모습(자료사진)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소재 구글 본사의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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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 4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뉴스 산업을 돕는 저널리즘 펀드를 내놓고 전 세계 중소 지역 언론사에 손을 내밀었다. 지원금은 언론사당 5천 달러(600만 원)에서 최대 3만 달러(3600만 원) 정도다.

구글에 따르면 약 2주 만에 140여 개 국가에서 1만 2000여 건의 신청서가 제출됐다. 놀랍게도 이 중 90%는 기자 수 26명 이하의 작은 언론사였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정규직 기자 수 10명 미만의 언론사들이 대거 신청했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1550개 이상의 언론사가 저널리즘 펀드에 지원했다. 중남미 지역에서도 2000건이 접수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2000여 건의 신청서가 몰렸다. 구글은 직원 300여 명 기준에 따라 모든 신청 서류를 검토해 총 수천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아태 지역의 경우 뉴스 환경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30개 국가, 800여 개 언론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구글은 지역 언론이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저널리즘 펀드 지원신청서를 검토하며 내놓은 촌평도 인상적이다. 미국 뉴스를 총괄하는 구글의 크리스 얀센(Chris Jansen)씨는 "작은 언론사들이 지역사회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며 "열정을 갖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제공하려 노력하는 이들을 지원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한 마크 피터스(Mark Peters) 디렉터는 "각 언론사는 위기 상황에도 지역사회에 뉴스를 지속해서 제공하며 저널리스트와 지역사회의 다양성이 가진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태지역을 맡은 로한 티와리(Rohan Tiwary)씨는 "아태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오랫동안 코로나19를 겪어왔기에 이번 지원이 얼마나 시급하고, 필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외면하는 정부, 지역신문 무시하는 네이버와 대비
 
지난 4월 20일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에서 진행한 저널리즘 긴급 구제 펀드 온라인 타운홀(정책설명회). 사진은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4월 20일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에서 진행한 저널리즘 긴급 구제 펀드 온라인 타운홀(정책설명회). 사진은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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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지역신문 대부분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중 시·군 단위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언론이 입은 타격이 가장 크다. 지역의 각종 행사와 모임, 이벤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지역신문의 광고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은 지역신문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경영 악화 때문에 주간 단위의 종이신문 발행을 접고 인터넷 매체로 전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견디다 못한 지역신문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언론 관련 정부기관 곳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은 "수많은 중소기업이 코로나19 긴급지원자금을 받았지만, 지역신문은 단 한 푼도 지원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충남 지역 풀뿌리 언론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회장 신문웅, 태안신문 편집인) 역시 충남도청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지역언론지원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수개월째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소규모 지역신문의 역할에 주목하고 긴급자금을 지원한 곳은 구글이었다. 이영아 회장은 "외면한 한국 정부와 지역신문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네이버, 국경을 넘어 한국의 지역신문까지 찾아와 조건 없이 지원한 구글 사이에서 씁쓸함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국 곳곳의 건강한 지역신문들이 코로나19에도 지역을, 지역주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비록 글로벌 기업의 전략이라 하더라도, 코로나19로 드높아진 장벽을 넘어 세계 곳곳의 마을 미디어를 연결하고 지지하는 구글의 모습을 한국 정부와 기업이 되새겨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태그:#구글, #코로나19, #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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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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