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8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세징야가 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1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8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세징야가 골을 넣은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여름 밤을 너무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멋진 역전 드라마였다. 원래 잘 하는 선수이지만 일요일 밤 세징야의 퍼포먼스는 더 특별했다. 74분 37초에 세징야의 왼발 강슛이 그물을 찢을 듯한 것도 모자라 그로부터 정확히 129초 지난 76분 46초에 세징야의 오른발 끝에서 믿기 힘든 역전 결승골까지 나왔다. 지난 해 K리그를 가장 뜨겁게 즐겼던 DGB 대구은행 파크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게임이었다.

이병근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21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8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미드필더 세징야의 놀라운 활약 덕분에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순위표를 4위까지 끌어올리며 K리그의 여름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반원 위, 축구 도사들이 춤추는 공간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는 지난 라운드 탄천 어웨이 게임을 2-0으로 이겨 시즌 초반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번 어웨이 게임에서도 후반전 중반까지 1-0으로 앞선 상태를 유지했으니 조직력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41분에 미드필더 고승범의 기습적인 오른발 직접 프리킥 골이 빨려들어갔을 때가 절정이었다.

하지만 대구 FC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특급 미드필더 세징야가 있기 때문이었다. 74분 37초 세징야의 왼발 끝에서 놀라운 동점골이 뿜어나왔다. 멋진 프리킥으로 먼저 골을 넣은 수원 미드필더 고승범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페널티 구역 반원 위에서 왼쪽 발등에 묵직하게 걸린 것이다. 

세징야는 그로부터 129초 뒤에 더 놀라운 역전 결승골을 완성시켰다. 수원 오른쪽 윙백 구대영의 패스를 대구 FC 후반전 교체 선수 김대원이 가로챈 다음 곧바로 이어진 역습 속도가 압권이었다. 대구 FC가 지난해 새 홈구장을 항상 뜨겁게 만들었던 그들만의 특산품 '대구 FC 표 역습' 바로 그것이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세징야가 있었다.

76분 46초, 세징야는 역습 드리블 속도를 별로 늦추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진 방향을 살짝 틀면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반 박자 빠르게 날렸다.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자기 왼쪽으로 날아 올랐지만 세징야의 슛 타이밍이나 공 궤적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이번에도 슛 임팩트 위치는 페널티 구역 반원 위였다. 

대구 FC의 신나는 역습 축구는 후반전 추가 시간이 거의 다 끝날 무렵에도 멈추지 않았다. 교체 선수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90+3분에 에드가의 패스를 받아 수원 수비수 양상민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원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데얀의 이 쐐기골이 터진 자리도 세징야가 두 골을 먼저 성공시킨 페널티 구역 반원 바로 그곳이었다.

축구장 슛 도사들이 주로 어느 구역에서 자신들의 발등 감각을 자랑하는지를 일요일 밤 대구 FC 간판 골잡이들이 잘 알려준 셈이다. 수비 선수 입장에서는 쉽게 다리를 내밀거나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지 말아야 할 위험 지역이 바로 그곳 '페널티 구역 반원 위'라는 사실이다.

이제 대구 FC(4위)는 다음 주에 이어지는 9라운드에서 병수볼의 강원 FC(6위)를 불러 홈 게임(6월 27일 토요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 파크)을 치른다. 다시 주춤거리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8위)는 그 다음 날 오후 7시 슬금슬금 순위표를 꽤 끌어올린 상주 상무(3위)를 빅 버드로 불러들인다.

2020 K리그 원 8라운드 결과(21일 오후 8시,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3-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세징야(75분), 세징야(77분), 데얀(90+3분,도움-에드가) / 고승범(41분)]

대구 FC 선수들
FW : 신창무(46분↔김대원), 세징야, 에드가
MF : 황순민, 김선민, 츠바사(64분↔데얀), 정승원
DF : 김우석, 정태욱, 조진우(69분↔이진현)
GK : 최영은
- 경고 : 조진우(10분), 정태욱(88분)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김건희(71분↔김종우), 타가트(81분↔크르피치)
MF : 김민우, 염기훈, 고승범, 박상혁(62분↔한의권), 구대영
DF : 양상민, 민상기, 헨리
GK : 노동건
- 경고 : 크르피치(89분)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1점 7승 1패 13득점 4실점 +9
2 울산 현대 20점 6승 2무 19득점 4실점 +15
3 상주 상무 14점 4승 2무 2패 9득점 10실점 -1
4 대구 FC 13점 3승 4무 1패 15득점 8실점 +7
5 포항 스틸러스 13점 4승 1무 3패 15득점 12실점 +3
6 강원 FC 11점 3승 2무 3패 9득점 12실점 -3
7 광주 FC 10점 3승 1무 4패 7득점 8실점 -1
8 수원 블루윙즈 8점 2승 2무 4패 8득점 10실점 -2
9 성남 FC 8점 2승 2무 4패 5득점 7실점 -2
10 부산 아이파크 7점 1승 4무 3패 7득점 11실점 -4
11 FC 서울 6점 2승 6패 5득점 18실점 -13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점 2무 6패 3득점 11실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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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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